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Topic/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kimdirector 2021. 1. 12. 17:35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몇 안되는 단어들, ‘휘바’, ‘자일리톨’, ‘숲’, ‘헬싱키’, ‘올림픽’, ‘노키아’ 그리고 또 뭐가 있나? 그래 또 있다. ‘사우나’. 얼마전에 알게되어 본 ‘카모메 식당’ 속에서 만나 핀란드 풍경이다. 식당에서 만난 여인들이 사우나 가자고 하는 부분도 있다. 핀란드에 대해 뭔가 더 알 듯 한데 여기까지다. 영화 속 화면이 그랬는지 날씨도 밝거나 하지 않고 왠지 모르게 우울하거나 쳐진 느낌도 든다. 그렇지 않음에도 말이다. 정적이고 고요한 듯 한 곳, 핀란드. 내가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 있다. 핀란드에 살면서 이 고요함과 자연이 준 선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절제하며 사는 나라를 돌아보고 쓴 책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삶과 자연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새와 나무와 숲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디자인을 기록한 책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소개와 그 사람들의 작품세계와 그 평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삶이있고, 사람이 있고 숲이 있고, 향기가 담겨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해지는 산책 길에서 만나는 핀란드 곳곳의 디자인과 그 정책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지인들의 집과 그들을 만나면서 이야기한 것들, 느낀 점들, 지방의 도시, 명소들을 유례와 함께 소개한다.

2009년 서울은 지금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며 도로는 몇 겹으로 재포장 중이고, 광화문은 꽃밭인지, 공원인지, ‘어중간한 섬’으로 나타났다. 차들이 양쪽으로 오고가는 정신없는 곳, 그곳에서 사람들은 ‘불안한 휴식’을 취한다. 건물 외벽은 같은 크기의 디자인 간판으로 맞추어 가려 한다. 차분해지는 듯 하지만 똑같아 지는 순간에 이미 그건 디자인이 아니다. 밤은 낯처럼 밝은 불빛들로 정신없다. 고심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나보고 싶다.

 

 

 

 

공공 디자인의 올바른 길

핀란드, 다른이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인정하고 자연을 훼손하지않으면서도 오랫동안 도시계획을 진행하려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공원 벤치, 집안에 있는 의자 하나, 낡은 것들을 버리고 다시 새것으로 교체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낡은 것을 다시쓰고 고쳐 쓸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다고 옛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주방용 식기와 조명 기구 등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자연에서 보고 느낀 대로 현대적 감각으로 탄생시킨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만나는 숨막히는 광고판과 민간기업의 광고와 시정책으로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옥외광고판들 속에서 고개를 돌려 만난 책.

이 책을 통해 핀란드의 공공디자인 정책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핀란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특히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디자인이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세밀한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디자인으로 전해지는 데서 온다”라고 한다.

‘1회용 종이컵’과 ‘번거로움이 있는 도자기컵’의 차이같은 삶 속에서 당신은 어느 편에 서고 싶은가? 오늘은 잠깐 쓰던 종이컵을 버리고, 한쪽으로 치워두었던 도자기컵에 커피를 담아 마셔보자, 녹차 한잔도 어울리는 좋은 날이다. 핀란드가 그렇게 조언하고 있다.

환경조건과 생활 습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느리게 돌아보며 살라고, 자연과 이웃과 어울려 살라고 말한다. 국적 없는 디자인이 빠르게 서울을 덮는 동안, 자연이 준 선물과 그 시간을 즐기며 천천히 건너온 핀란드. 핀란드에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떠나는 여행길에서 만난 핀란드 이웃들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의 소재들을 통해 우리에게 오늘 주어진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핀란드에서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에 대한 공간 디자인 철학을 더 보게되었다’는 저자는 핀란드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저자의 넓은 인맥을 통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맺기’를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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