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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붉은 거북' 한 편의 삶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

kimdirector 2021. 2. 9. 14:02 

 

 

 

 

 

붉은 거북

La tortue rouge, The Red Turtle, 2016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프랑스, 일본, 벨기에 / 80분 / 2017.03.11(한국)

감독 마이클 두독 드 비트

 

 

 

 


 

 

 

 

요즘 읽은 책들 모두 어려운 것들만 읽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가볍게 기분 전환용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찾다가 보게 된 애니멘이션이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된 것이라면 뭐든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편이다. 이 애니메이션 또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지만, 100% 스튜디어 지브리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듯 하다.

전체적인 영상미가 전혀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타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제작 배경을 알고 이해하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출신인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은 2001년에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오스카 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진 감독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만나면서 또하나의 명작이 탄생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붉은 거북》의 첫 느낌은 영상미가 조금은 독특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컨셉이 주는 독특함이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가 심플하고 독특하지만 아름다운 영상미가 그렇고, 두번째는 대사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남자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고 받는 대사가 없다. 대사가 없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랄 정도이다. 세번째는 등장인물이 세 명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두 명이였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한 명이 늘어나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이 주는 몰입감이 좋았다하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매이션의 전체적인 그림체는 디테일하지 않고, 심플할 정도로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무인도에 있는 대나무 숲이 인상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망망대해에 하나뿐인 무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볼거리가 많지 않다. 그렇게 무인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나무 숲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도 볼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두 눈은 수박씨를 그려 놓은 듯해서 처음에는 너무 단순하게 느껴져서 귀엽게 생각될 정도였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이 애니메이션은 요소요소 또는 장면,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볼꺼리들이 없다는 것을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전제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면서 보면 좋을 듯 하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난 후에 머리 속에서 되새김질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은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간단하게 《붉은 거북》에 대한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렇다.

한 남자가 폭풍우에 휩슬려 무인도에 떠밀려 오면서 부터 시작한다. 남자는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뗏목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럴 때마다 붉은 거북이 나타나 뗏목을 부셔 남자가 탈출하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남자는 무인도에서의 탈출을 실패하게 되고 해변가에서 탈출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 거북을 찾아내 화풀이를 하게 된다. 붉은 거북을 뒤집어서 못 움직이게 하고 새로운 뗏목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붉은 거북은 인간의 성인 여자로 바뀌고, 남자는 그대로 무인도에 눌러 앉자 한 남자 아이를 낳고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에는 큰 변화가 네 번 일어난다. 첫번째는 붉은 거북이 여자로 변하는 장면인데, 어찌보면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임팩트없이 그냥 여자로 변하고 스토리는 진행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쓰나미를 겪게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전체 스토리 라인 중에서 그나마 임팩트있는 장면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무인도를 덮치는 바람에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다. 남자 또한 휩쓸려 먼 바다까지 떠내려 가고 만다. 세번째는 아들은 성인이 되고 부모의 곁을 떠나는 장면이다. 아들은 부모에게 작별을 하고 무인도를 탈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가 늙고 죽는다. 여자는 죽은 남자의 곁을 떠나 바다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이렇게 네 번의 변화하는 과정을 보게 되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다시 얘기하면,

무인도는 내 공간, 즉 삶의 터전 또는 울타리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여자는 동반자를 의미하며, 쓰나미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고난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자식은 성장하여 부모의 곁을 떠나고, 부모는 그렇게 늙어 죽을 때까지 둘만이 행복한 삶을 살다가 떠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줄거리에서 붉은 거북은 왜 남자가 무인도에서 탈출하려 할 때 방해했는지, 그리고 여자는 왜 붉은 거북에서 변신하게 되었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 제작자 또는 감독이 어떠한 얘기를 했는지 볼 수 있는 기사 내용이 없어서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 붉은 거북을 통해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나름대로 해석해 본다.

《붉은 거북》은 우리의 인생, 즉 살아가는 인생 항해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얘기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지함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지쳐있는 심신을 위해 무거운 것들을 내려 놓고 그냥 80분을 위해 가볍고 차분한 마음만 유지하고 편안하게 감상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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