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실의 청개구리 외’ 인간 내면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인간성을 그린 작품
표본실의 청개구리 외
저 염상섭 · 역 김성해 · 지식의 숲(넥서스) · 2013.02.10
한국소설 · 한국문학산책 01
2025.04.26 ~ 04.29 · 04시간 14분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염상섭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이때, 염상섭의 소설들을 읽기는 쉽지 않은 때인 것 같다. 요즘에는 좋은 소설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기도 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한국 근대 소설을 굳이 찾아 읽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염상섭의 소설 속에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인 상황과 광복 이후의 혼란한 시대에 놓인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것들도 있겠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와 주제의식을 찾으려는 노력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 근대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숙연해지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염상섭이라는 작가명은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접해 보지 않은 것도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근대 소설의 대표적인 염상섭의 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먼저 염상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탓에 여기저기 많이 뒤적이며 얻게 된 정보들을 간단하게 알아보고 그의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남겨 본다.
염상섭(1897-1963)은 한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문학의 길을 열었다고 한다. 염상섭 작가는 일제강점기 동안 지식인들이 처한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소설가이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염상섭은 본명으로 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제월(霽月), 그리고 다른 하나는 횡보(橫步)이다. 그중에서 횡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상 술에 취해 횡으로 걷는 모습에서, 그리고 괴이한 행동을 많이 해서 횡보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사실인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사적 전개를 넘어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염상섭을 한국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고, 한국 근대 문학을 현대문학으로서 승화시킨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가라고 소개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성좌로 불릴 정도로 당대 시대상을 이 작가만큼 밀도 있게 다룬 작가는 드물었다고 한다. 이후 황석영으로 이어지는 리얼리즘 소설의 한 계열을 열게 했던 작가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삼대”,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 두 파산 등이 있다. 아래 링크를 남겨 놓으니, 염상섭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길 권장한다.
염상섭(廉想涉)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염상섭
대한민국 의 소설가 , 독립운동가. 본관은 파주 (坡州), 본명은 염상섭(廉尙燮), 호는 횡보(橫步). 횡보란
namu.wiki
이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 책에는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두 파산” 그리고 “임종”이라고 하는 세편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염상섭이라는 작가를 알리게 된 중단편 소설로 대표적인 그의 단편 소설 중 하나이고, 1921년 8월부터 10월까지 3회에 걸쳐 개벽(開闢)에 연재된 소설이기도 하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염상섭 문학 세계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염상섭은 이 작품을 통해 자연주의 기법을 도입하여 인간 내면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했으며, 이를 통해 당시 문단에서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선보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외에도 “두 파산”과 “임종”도 살펴보기로 하겠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이 단편의 특징은 주인공의 이름과 주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나’로만 표기되고 있고, 다른 인물들은 알파벳으로 등장한다. 한 사람만 이름이 거론되는데, 광인이라 불리는 김창억이라는 사람이다. 김창억은 주인공인 ‘나’라는 인물이 친구인 H로부터 남포로 여행을 떠나게 되어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주인공 '나'가 중학교 시절 해부 실습 시간에 청개구리를 해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당시의 청개구리와 자신의 현재 상황을 동일시하며, 인생의 무기력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 H의 권유로 남포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나'는 과거의 박물 선생을 연상시키는 광인 김창억을 만나게 된다. 김창억은 개인적인 비극과 사회적 억압 속에서 정신 이상자가 되었지만, 자신만의 이상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간다. 이후 김창억의 실종 소식을 접한 '나'는 그의 삶과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되는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 ‘나’의 신경쇠약에 걸린 의미와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 3.1 운동 직후의 패배주의적 경향과 우울 속에 침체되어 있는 지식인의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시퍼런 면도날을 보면 공포 의식마저 느낄 정도로 신경증에 시달리는 ‘나’는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 싶어 하던 중 H의 권유로 남포(南浦)로 길을 떠난다. 기차를 갈아타러 내린 평양에서 부벽루로 나간 ‘나’는 한 장발객을 보게 되고, 휴식 도중의 낮잠 끝에는 목이 졸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김창억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아내의 죽임이 이어지고, 교편을 잡던 중 뜻하지 않은 옥고를 치르며 재혼한 아내의 배신을 겪으며 광인이 되고 만다. 이후에 감창억의 기이한 행동애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언제인지 모를 언덕에서 상엿집과 삼층짜리 집과의 연상이나 대동강가애서 만났던 장발자와의 연루를 통하여 김창억의 실종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암시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남포에서 만나게 되는 김창억의 탐방기와 후일담으로 서술된 이 소설은 ‘나’의 신경증과 김창억의 광기를 묘하게 같은 선상에 놓음으로써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식민지 사회의 음지를 그대로 노출하여 보여 줌으로써 이를 저주하고 이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염상섭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환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을 환경과 본능의 영향을 받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고, 청개구리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유를 희망하지만, 결국 그 희망은 이루지 못한다. 이는 당시 한국 지식인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부된 청개구리는 주인공의 삶과 내면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그의 고뇌와 무력감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표본실은 현대 사회의 억압적 구조와 개인의 고립을 상징하며, 소설 전반에 걸쳐 상징적 요소로 봐도 좋을 듯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도 개인적 가치와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가끔씩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고, 내면에 깊은 갈등에 대한 자아의식을 깨우는 탐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속에서 받았을 억압이나 개인의 자유를 갈망하는 보편적 문제들에 대한 주제 의식에 대한 물음을 근대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파산”
염상섭의 단편 소설 “두 파산”(1949)은 광복 직후의 혼란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파산을 겪는 두 여성의 인물을 통해 시대의 도덕적 붕괴와 인간성 상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간단한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정례 어머니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어 학교 앞 문방구를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여 친구인 김옥임한테 동업을 제안하며 돈을 빌리게 되지만, 김옥임은 정례 어머니한테 돈을 빌린 이유로 고리대금을 요구하며 이자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 정례 어머니는 돈을 갚지 못한 이유로 문방구를 빼앗기게 된다. 정례 어머니의 친구인 김옥임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이자 친구로, 죽음을 앞둔 나이 많이 든 남편의 첩으로 살게 되면서 고리대금업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김옥임은 친구인 정례 어머니를 부러워하며 시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김옥임은 친구인 정례 어머니에게 만은 더욱 모질게 대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문방구를 빼앗긴 정례 어머니는 병이 들어 앓아눕게 되고, 그의 남편은 김옥임에게 복수할 기회를 엿보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의 제목인 두 파산의 의미는 두 가지인데, 물질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이 있다. 정례 어머니는 물질적 파산을, 김옥임에게는 정신적 파산을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교장이라는 사람은 과거에는 교장이었으나, 현재는 고리대금업자로 등장하여 옥임과 정례 어머니를 모두 착취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은 광복 직후 혼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인간이 겪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정례 어머니와 김옥임의 대비를 통해서 당시 소시민이 겪어야 했던 시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염상섭은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덕적 붕괴와 인간성의 상실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례 어머니는 옥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의 갈등을 얘기하며, 옥임은 정례 어머니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시기하며 갈등을 유발한다. 정례 어머니와 속물인 교장과의 관계에서의 갈등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차이를 얘기하고 있다.
이 소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소시민에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행복하지만, 물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시민의 모습이 있고, 반대로 물질적인 행복이 있지만, 정신적으로 불행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게 더 좋을지, 나쁠지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물질만을 탐하는 삶이 과히 좋은지는 묻고 싶을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물질을 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지만, 지나치게 쫒는 일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일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것들에서 인간성이 상실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내가 가지는 몫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욕은 배탈을 야기한다.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더욱 절실해지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임종”
1949년에 발표한 “임종”은 죽음을 앞둔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과 죽음을 앞둔 이의 가족들의 이기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단편 소설로 살아야 한다는 인간의 본능과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태도를 비판한 소설이다. 병자는 병세가 악화하여 회복될 여지가 없지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병을 고치기보다 병원비와 장례비를 걱정한다. 결국 병자는 퇴원을 결심하고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병자를 퇴원시키지만, 병자는 퇴원 후 곧바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병자의 유언과 다르게 가족들은 장례비가 적게 드는 방향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가족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병자는 불교를 믿었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간호사의 권장으로 성당의 세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찾아온 사람들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종교에 따라 의식을 치르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인 병자는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로 가족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실망감을 안고 있고, ‘명호’라는 인물은 병자의 동생으로 병원비와 장례비를 걱정하며 병자를 퇴원시키려는 인물로, 그리고 가족들은 병자의 죽음의 슬픔보다는 비용과 편의를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임종”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사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임종” 또한 염상섭의 사실적인 묘사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비판 의식이 잘 드러나는 소설 중에 하나이며, 사실주의의 영향을 대표하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인지 “임종”은 염상섭의 현대 문학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 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염상섭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세 편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적인 묘사에 인간의 내면과 심리, 그리고 당시 시대적 배경을 비판하는 소설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식민지 시대에서도 광복 후의 시대에서도 염상섭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인들을 대변한다거나 개인의 문제의식을 개인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의식이 주는 문학적 가치의 의미는 과거에서도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주제의식의 가치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개한 소설 중에서도 특히,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내용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인가 내면의 심리를 밀도있게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한국 근대 시대에 있을 법한 문체와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문체의 차이점에서, 그리고 서울 사투리라고 해야 할까. 읽는대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한 번쯤은 읽어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