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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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순 우리말 이야기

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할 때에, 자기가 읽던 책장 사이에 끼워놓는 조그마한 표가 있다. 이것을 가리켜 ‘책갈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지, 그곳에 끼워두는 물건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책갈피에 끼워서 읽던 곳의 표시로 삼는 표는, 한자말로는 ‘서표’라 하고, 우리말로는 ‘갈피표’라고 한다. 또, 읽던 곳을 표시하라고 아예 책에 끈이 달려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끈은 ‘갈피끈’, 또는 ‘가름끈’이라고 한다. 책의 앞뒤 겉장을 요즘은 대개 한자말로 ‘표지’라고 하지만 본디 우리는 예부터 ‘책뚜껑’이라 했다. 이 책뚜껑 위에 흔히 겉표지를 씌우는데, 이 겉표지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책의 겉표지 일부를 안으로 접은 부분을 ‘책날개..

'책, 이게 뭐라고'에서 기억되는 한 문장 - 책을 정독할 필요는 무엇인가?

나의 친구여, 그대는 1년에 책을 150권 가량 읽는다고 했지. 그렇다면 듣겠는데, 그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암기하는 책이 한 권이라도 있는가? 혹시 내용의 절반을 외우는 책은 있나? 반의 반은? 아니, 단 한 장이라도 정확히 암송할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되는가? 읽은 뒤에 대략적인 개요만 떠올릴 수 있다면 애초에 그 책을 정독할 필요는 무엇이었나? 장강명과 소크라테스의 독서에 관한 대화 중에서 '책, 이게 뭐라고' 말하고 듣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독서 공동체 책, 이게 뭐라고 저 장강명 / arte(아르테) / 2022.09.09 / 에세이, 산문집 독서기간 : 2023.03.24 ~ 03.31(06시간 11분) 장강명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TV 프로에서 몇 번 본 적은..

북 디자인은 모든 디자인의 기본이다.

만약 인쇄가 흑색 예술이라면, 책 디자인은 무형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헨리 페트로스키(Henry Petroski)는 그의 저서 연필(The Pencil)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믿을 수 없이 단순한 물체…(중략)…는 너무나 익숙하여 우리 문화와 경험 전반의 보이지 않는 한 부분과도 같다.” 책 디자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한 권의 책을 기분 좋게 읽기 위해서 책이 디자인되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만약 우리가, 한 권의 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의미의 글이 쓰여져 있는지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책의 디자인이 눈에 띠지 않을수록 훌륭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책의 특성상 아무도 책이 어떻게 디자인되는지 잘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