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로 여겨지지만, 우리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섬세한 개념을 만들어내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확장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디자인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AI의 대중화와 AI 하드웨어의 시대, 그리고 visionOS의 디자인 언어 등 새로운 모달리티의 등장까지 지금의 디자인 환경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디자인을 하나의 언어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합니다.언어의 핵심 기능이 의사소통이듯, 디자인 역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사고를 조직하고 개념을 만들며 창의력을 촉진하는 인지적 도구입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보기 좋은 버튼’을 만드는 것을 넘어, 기술과의 관계, 나아가 세상과의 관계를 바꾸는 힘을 지닙니다.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만큼 우리가 기술과 맺는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변화시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모든 언어가 여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듯, 디자인에도 각각 대응되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1. 의미론 (Semantics)
의미론은 우리가 언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기호(단어, 조사, 접미사 등)와 그 의미의 관계를 다루죠. 예를 들어, “개”라는 단어가 짖고 배를 쓰다듬는 걸 좋아하는 털북숭이 동물을 뜻한다는 데 우리 모두가 동의합니다. 디자인에도 고유한 상징 체계가 있습니다 — 모양, 색상, 타이포그래피 등이 그렇죠. 연필 아이콘이 ‘편집’을, 종이비행기가 ‘보내기’를 의미한다는 걸 우리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세 개의 수평선이 ‘메뉴 열기’를 뜻하는 건 왜일까요? 본능적인 의미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관습일까요?
이게 왜 중요할까요?
언어와 디자인은 늘 변화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미의 변화입니다. 새로운 상징이 생기거나, 기존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죠.앱 아이콘이 조금씩 바뀌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브랜드와 시각적 경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새롭게 만듭니다. iOS7의 ‘플랫 디자인’처럼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합니다. 새로운 표현이 어색하다고 투덜대다가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그 이유는 새로운 의미가 기존의 구조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의미를 담는 틀이고, 그 덕분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운다기보다 ‘익숙한 것 안에서의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2. 구문 (Syntax)
언어에서 단어는 의미를 가지지만, 그 의미가 전달되려면 구조, 즉 구문이 필요합니다. “Mary saw John and Bill”과 “John saw Bill and Mary”는 단어는 같지만 의미가 다르죠.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카드 디자인에서 행동 유도 버튼(CTA)은 보통 하단에 위치합니다. 사용자는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 맥락(설명 텍스트나 이미지)을 먼저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요할까요?
구조는 새로운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제가 “아이고, 론클을 두고 왔네!”라고 말한다면, ‘론클’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문맥상 ‘들고 다니는 물건’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겠죠. 디자인에서도 구조는 같은 역할을 합니다. Apple이 Liquid Glass를 도입해 시각적으로 큰 변화를 줬지만, 기본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적응합니다. 언어의 문법이 수백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것처럼, 디자인의 구문도 느리게 진화합니다. 데스크톱 비유(Desktop Metaphor)는 1970년대 제록스 PARC에서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인터페이스의 기본 틀로 남아 있습니다. 단,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구문적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멀티터치가 대표적이죠. ‘스와이프’, ‘핀치’ 같은 제스처가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언어처럼, 디자인의 구문도 필요할 때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문법을 배우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그 규칙을 깨며 표현력을 확장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깨는 새로운 구문적 실험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언어적 모험입니다.
3. 화용론 (Pragmatics) — 맥락과 의사소통의 기술
언어의 본질은 결국 ‘소통’입니다. 그런데 이 소통은 단순히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꼬고, 농담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표현으로도 서로를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강의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음… 무료 음식이 정말 좋았어.”라고 답했다면, 그 말은 강의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암시로 이해됩니다. 이것이 바로 화용론적 이해, 즉 맥락 기반의 해석입니다. 이런 실용성 덕분에 언어는 유연하고, 재미있습니다. 누군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귀여운 개야!”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말을 굳이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버튼 색상, 커서 모양, 그림자 효과 같은 요소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의도를 전달합니다. 이는 ‘디자인의 화용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용성은 혁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에게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아도, 인터랙션만으로 동작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화면이 비어 있다가 커서를 움직이면 요소가 나타나는 웹사이트를 떠올려 보세요. 그 상호작용이 통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무언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이 언어라면 — 그 언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복잡한 개념을 다루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모두 ‘디자인된 언어’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언어와 달리, 디자인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구조입니다. 그 구조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익숙한 패턴을 고수할수록, 우리는 새로운 사고의 기회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면 구문적 변화, 즉 구조의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의미적 변화(아이콘, 스타일)는 미적 발전을 이끌고, 화용론적 변화(상호작용 방식)는 즐거움을 더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구조의 재창조에서 시작됩니다. 언어의 구문이 사고의 틀을 확장하듯, 디자인의 구문도 우리가 ‘무엇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를 결정합니다. 데스크톱 비유가 파일과 폴더의 사고를 만들었고, 터치 인터페이스는 손동작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디자인 언어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의 방식을 가르쳐줄까요?
Design is a language
Understanding levels of linguistic change can help designers in an era of uncertainty
uxdesig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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