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Topic/리더에 대해서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 방향, 애자일 리더십과 진성 리더십

kimdirector 2022. 11. 11. 08:02 

2019년은 대한민국 대부분 기업들에게 애자일 광풍이 불었던 한 해였다. 리더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자일 리더십이란 이름이 붙은 다양한 리더십들이 시도된 한 해이다.




2019년의 리더십 화두 '애자일'

리더십에서도 애자일 광풍이 몰아친 배경이 있다. 시대가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기로 전환됨에 따라 경영환경은 사막 속에서 구성원들과 같이 목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비슷해졌다. 사막이란 최근의 역량, 기술, 지식 등으로 업데이트된 지도를 가지고 여행을 시작하더라도 이 지도가 시시각각으로 무효화되는 세상이다. 밤이 되면 모래바람이 불어와 지형을 바꿔 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이 믿었던 지도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고 멘붕에 빠진다. 지형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반드시 길을 잃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더의 임무는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내 구성원들과 같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은 성공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누구보다 빨리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애자일 리더십도 여전히 성공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다고 규정하고 답에 대한 빠른 실행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막 여행을 이끄는 리더들에게는 매일매일이 같은 답일 수가 없다. 다른 지도가 요구되는 것은 다른 답이 요구되는 것이지 정해진 답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잘못된 방향으로 애자일하게 움직이면 더 빨리 파국으로 치닫는다. 정해진 답을 찾는다는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애자일 리더십으로 포장하더라도 기존의 리더십과 다를 바가 없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 회사의 나침반 마련해야

사막 여행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기에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상황에 따라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이 지도에 따라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어내는 리더의 능력은 정해진 답을 위해 기술에 대한 자율적 방법을 강조하는 애자일에서 배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리더가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새로 바뀐 사막의 한가운데서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의 좌표를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는 나침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나침반만 있다면 사막의 어디에 있든지 좌표를 찍어서 지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자신만의 철학과 구성원들이 고객에게 팔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경우 애자일 리더십과 같은 리더십이 등장해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조직이 가진 철학과 문화가 나침반 역할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무늬만 배우게 되는 것이다. 회사의 철학과 사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런 리더십 기법들을 사용해야 하는데 철학과 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새로운 기법들이 도입되면 이 리더십이 수단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목적으로 규정된다. 리더십은 회사가 설정한 목적을 달성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결국 리더십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실패하게 되고 폐기 처분되는 수순을 겪는다.

 

애자일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붙이던 그렇지 않던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나침반인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를 바로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애자일한 혁신은 전문성이 신장되는 과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명의 울타리가 애자일에서 이야기하는 스크리미지(Scrimmage,) 실제로 경기를 하는 것처럼 하면서 기술이나 전술 따위를 익히는 경기처럼 들리지만 애자일에서 이야기하는 기계적인 스크리미지가 아니다. 스크리미지가 없어도 사명의 울타리가 제대로 마련되면 이 공간 안에서 이루지는 실험과 실패는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학습으로 축적돼 혁신을 낳는다. 사명의 울타리가 마련되지 못한 회사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애자일 리더십을 도입해도 무늬만 애자일이 되다가 폐기 처분될 것이다.

 

 

2020년, 리더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리더십

2020년에는 어떤 리더십의 패러다임이 화두가 될까? 2019년 8월 19일에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들의 연합체인 Business Round table(BRT)이 개정한 사명선언문의 쓰나미가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불어 닥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BRT는 한국 전경련과 비슷한 산업의 규범을 설정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BRT에서는 올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윤창출이라는 기존 사명문을 폐기하고 기업의 사명을 '기업이 설정한 목적을 실현시킴을 통해 이윤이 따라오게 한다'로 바꾸었다. 이해관계자가 충돌할 때 해결하는 순위도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주주의 순으로 바꾸었다. 실제로 경영환경이 플랫폼 생태계로 진화하는 초연결 디지털 혁명 국면에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목적 경영기업과 주주이익의 극대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경영하는 기업들 간에 성과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 목적 경영을 기업의 사명으로 천명한 것이다.

 

경영자가 아니라 사명이나 목적이 기업경영 활동의 최상의 실질적 중재자로 떠오른다면 리더십에서도 상당한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더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의 실현이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리더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뛰어난 경영성과를 내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리더십 교재에서 인용하고 있는 노자의 리더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 17장을 보면 다음 구절이 나온다.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리더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해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말할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스스로가 이룬 것이다.

 

리더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도 리더가 의도했던 변화의 상태를 구성원들이 성취하게 하는 상태가 노자의 '무위자연'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에 배태돼 변화를 일으킨 상태이다.

 

요순시대는 노자가 꿈꿨던 무위자연의 리더십이 실현된 시대이다. 태평성대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동양에서는 요순시대를 태평성대로 생각한다. 요임금과 순임금을 성인으로 부른 이유는 백성들이 실제로 부른 격양가 때문이다. 격양가는 백성들이 '땅을 치며 부르는 노래로 요순시대 백성들은 다음과 같은 격양가를 불렀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요순 임금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무의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리에 따른 정치를 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제왕의 힘이 작용하는지조차 몰랐다는 의미다. 노자가 주장한 무위자연의 리더십이 실현된 모습이다. 무위자연 리더십은 리더가 이런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이 운동장에서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공로는 구성원들이 가져가게 만드는 리더십이다. 무위자연과 정반대 리더십은 공은 리더가 다 가져가고 과는 부하들에게 돌리는 리더십들이다.

 

 

성숙된 리더십의 마지막 단계, 진성 리더십

리더십의 가장 성숙한 상태인 무위자연 리더십에 가장 근접한 현대적 리더십은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진성 리더십에서 주창하는 리더십의 민주화와 사명 기반의 전문가들의 놀이터의 개념 속에 노자의 생각이 잘 녹아 있다.

 

진성 리더십은 리더에 대한 스토리와 스타일을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만들어서 강요하는 삼인칭 모형의 폐기를 주장한다. 진성 리더십은 리더십의 실무자인 리더에게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되돌려주는 리더십의 민주화를 주창한다. 진성 리더십은 리더십의 민주화를 통해 리더뿐 아니라 모든 실무자가 리더로 태어나는 세상을 염두에 둔다. 진성 리더는 이와 같은 세상을 위해 조직의 구성원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신의 전문성과 리더십 기량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목적과 사명의 운동장을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리더십의 민주화와 사명중심의 역할 조직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면 구성원들이 나서서 우리가 해냈다고 외치게 할 수 있는 리더들이 최고의 진성 리더들이다. 진성 리더는 리더십이 가장 성숙한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위해 3인칭 리더십에 대한 패러다임을 일인칭 리더십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코칭한다.

 

진성 리더가 꿈꾸는 리더십 세상이 바로 우리가 지금 공식적 리더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존재가 물처럼 자연스러워서 구성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무위자연의 리더십 상태이다. 리더십이 사라지는 세상은 불가능하더라도 리더의 존재가 물처럼 자연스럽게 조직에 스며들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행사되는 리더십 세상을 꿈꾼다.

 

진성 리더가 소망하는 리더십 세상은 리더의 존재가 구성원의 존재보다 인위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이 아주 자연스러운 세상이다. 이런 성숙한 리더십이 가능한 것은 모든 리더들이 목적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조직이 절체절명으로 실현시켜야 하는 목적에 넘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20년 리더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잃어버린 목적을 복원해 자신의 중심에 세우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여기에 정렬시켜 조직과 자신에게 변화를 선물하는 것이다. 진성 리더십은 BRT에서 예고한 목적 경영의 원리의 가장 강력한 견인차이다.

 

 

 

 

HR Insight

월간 HR Insight, HRM과 HRD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HR전문 매체

www.hrinsight.co.kr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