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Topic/리더에 대해서

[2015.11] 혁신의 시작,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kimdirector 2020. 12. 28. 16:24 

 

1983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한 도요타.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진다. "중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급 세단과 브랜드를 개발하라." 당시 미국에서 '저렴하고 대중적인 일본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도요타는 럭셔리 세단 시장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치열한 경쟁에서 탈피하고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기 위해 도요타는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럭셔리 세단은 어떤 사람들이 구매하는지, 그들은 자동차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등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상류층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급기야 차량 설계, 디자이너 등 모델 개발을 담당하는 20명을 선발해 1년 유급 휴가를 보냈고 미국 상류 사회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을 만족시킬 만한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상류층 생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도요타 경영진은 미국 상류 문화와 생활을 즐기고 온 그 유람단에게 그들 스스로 타고 싶은 차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탄생한 차가 바로 'LEXUS(렉서스)'다.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사실을 숨긴 채 1989년 태어난 렉서스는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해 나갔다. 그 탄생 비화는 혁신적인 기술도, 화려한 디자인도 아니다. 미국 상류층 생활을 관찰한 결과 '안락함', '정숙함'이라는 럭셔리 세단의 본질을 발견한 것이다.

 

관찰은 사물 또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가졌다. 피상적인 정보 파악에 그치지 않고 맥락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2004년 비디오게임기 위협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레고. 레고는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질문을 바꾸니 관점이 달라지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방법도 달라졌다. 아이들 삶으로 들어가 깊이 있게 그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일시적이고 편안한 재미도 좋아하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성취감을 느끼는 즐거움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낡아 빠진 스케이드 보드를 보면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뿌듯함을 알아챈 것이다.

 

'다시 브릭으로(again, to the brick itself)'라는 전략으로 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완성의 기쁨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회귀한 레고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현상학의 거장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사람들을 이해하길 원한다면 그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이 사는 세계를 경험하고 그들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비즈니스 관점에서 합리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사람의 구매 행위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구매 동기, 그 사용 가치를 사회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본질을 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관찰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모 신발업체 사장은 매일매일 사람들의 신발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 신발만 봐도 어떤 유형의 직업을 가졌는지, 어디를 자주 가는지, 어떤 자세로 걷는지 등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그 관찰일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보고(寶庫)다.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신발이지만 겨울만 되면 빙판길 또는 눈이 쌓인 길을 사람들이 뒤뚱뒤뚱 걸어 가는 모습을 보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밑창을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아이디어 단초(端初)는 TV에서 우연히 본 북극곰. 빙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북극곰의 발바닥을 보고 '아이스그립 기술'을 적용한 신발창은 전 세계 유명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30여 곳에 납품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나 발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관찰의 힘이다. 관찰은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외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재해석하고 정의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니 모든 것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라"고 강조한다.

 

리투아니아 여행길 한 교회에서 찍은 녹색과 옥색 그리고 회색의 색상은 셔츠의 스트라이프 무늬로 탈바꿈하고 중국 베이징 고궁에서 만난 안전요원의 옷 색깔은 남성 정장에 활용되며, 런던 꽃 박람회에서 찍은 꽃 사진은 스커트·가방 무늬로 변신하기도 한다. 영국 노팅엄 작은 패션 부티크에서 시작한 '폴스미스'는 세상을 관찰한 영감을 바탕으로 유니크한, 그리고 위트 넘치는 영국 클래식을 재해석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숫자와 데이터 분석으로만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데이터로 포장된 보고서에 나오지 않는다. 정작 고객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숫자와 데이터로 고객을 추측하려는 착각은 이제부터 관찰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전에 고객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