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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색(色)을 밝혀야 히트 칠 수 있다.

kimdirector 2021. 1. 4. 17:16 

초콜릿폰, 블루블랙폰, 트롬 블랙, 녹색 밀가루 등 최근 상품의 색상으로 소비자의 감성적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컬러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이제 ‘OO 상품은 OO 컬러로 해야 한다’라는 소위 ‘컬러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바야흐로 색의 전성시대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컬러 마케팅의 현황과 성공전략을 살펴보았다.
(박정현 / LG경제연구원 화학전략그룹 선임연구원)

최근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색을 판매(Selling) 포인트로 하는 컬러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다. 감성소비 시대의 도래와 함께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디자인의 핵심요소인 컬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품 간 품질이 대등해지고, 브랜드가 홍수를 이루는 상황에서 컬러는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컬러 마케팅은 패션 잡화,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 가구,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IT기기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컬러 바람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첨단 IT기기에서 두드러진다. 이제는 ‘백색가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전제품에 빨강, 파랑, 검정 등 다양한 색상이 쓰이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은 데 이어,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도 강렬한 색상이 도입되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IT 제품들은 세련되고 견고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은색, 회색 등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톡톡 튀는 이미지로 변신하기 위해 과감히 청색이나 빨간색 등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컬러 바람은 거세다. 전통적으로 소형차는 흰색, 중형차는 은색, 대형차는 검은색이 강세였지만 갈수록 이런 구분이 무색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 소형차와 RV 주력 모델의 유채색 차량 비중은 2000년에 비해 각각 2배, 3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색상에 대한 감각이 갈수록 민감해지면서 이제 새로운 색상 개발은 자동차 업계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같은 청색 계열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다 같은 색상이 아니다. 업체들도 색상의 미묘한 차이를 살려 기아는 하와이안 블루, 르노삼성은 애틀랜틱 블루, 쌍용은 파라다이스 블루로 차별화된 색상을 강조하고 있다.

 

 

왜 컬러 마케팅인가?

 

컬러 마케팅은 신세대들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패션 잡지, 컬러 TV 등 다양한 색상매체에 길들여진 신세대들은 컬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신세대들은 화려한 색상의 옷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통해 개성을 표출한다. 그들의 컬러 감각은 비단 외모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IT기기,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순한 ‘상품’이 아닌 ‘컬러’를 구입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예컨대 LG 초콜릿폰은 작고 가벼운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퓨어블랙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초콜릿폰의 성공은 단순히 MP3플레이어와 멀티태스킹과 같은 기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초콜릿폰의 색상과 스타일이다.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초콜릿폰의 퓨어블랙을 소유함으로써 광고 모델처럼 멋지게 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컬러를 통한 자기표현은 신세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새로운 중년의 삶을 가꾸고자 하는 머츄리얼리즘(Maturialism)의 부상에 따라, 기성세대 역시 컬러에 매우 민감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어둡고 차분한 스타일보다는 밝고 역동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예컨대 여성 캐주얼 브랜드인 크로커다일레이디스는 40대를 타깃으로 한 화려한 컬러로 작년에 인기를 모았었다. 소비자의 구매요인이 제품의 기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컬러 마케팅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컬러 마케팅을 유행이 아닌, 다시 말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대세로 보고,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https://99designs.com/blog/tips/colors-marketing-advertising/

 

 

컬러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

 

소비자들의 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컬러에 쏟는 투자도 늘고 있다. 예컨대 독자적인 색상·디자인연구소나 색채연구소 등을 설립해 컬러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컬러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마케팅의 기본원리를 고려한 컬러 마케팅의 성공적인 전략을 짚어보자.

성공 포인트 1.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오렌지색 초콜릿, 검은 생크림 케이크, 보라색 케첩…… 컬러 마케팅의 시작은 색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 깨기로 시작한다. 이제 ‘OO 상품은 OO 컬러로 해야 한다’라는 소위‘컬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로 인해 기업은 성숙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 아사히맥주가 출시한 빨간색 맥주인 아사히 혼나마는 맥주의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만년 2등에 머물고 있던 아사히맥주는 강렬한 빨강을 활용해 기린맥주를 추격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과 맛뿐만 아니라 빨간색이 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느낌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남자가 선호하는 색과 여자가 선호하는 색이 다르다는 고정관념 역시 파괴되는 추세이다.

 

최근 남성들이 여성적 컬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여성적 소비성향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소비성향을 일컫는 메트로섹슈얼리즘의 부상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기업은 여성적 취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해 강렬하고 투박한 남성적 색보다 부드러운 여성적 컬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유명 남성의류 업체들은 보라, 바이올렛 컬러 등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컬러로 디자인된 옷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갖고 있는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예컨대 몇 해 전 국내에서 선보인 노란색 콜라는 파격적인 컬러로 화제를 모았으나 결국 출시 후 1년 반 만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콜라는 검은색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확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변화된 컬러의 제품 수용도를 진단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광고, 판촉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성공 포인트 2. 한눈에 사로잡아라.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컬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컬러리서치연구소 (IC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초기 90초 안에 잠재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상품이 좋고 싫다는 판단의 60~90% 정도는 컬러가 좌우한다고 한다. 기업은 자사 상품의 가치를 컬러로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아하! 바로 이거야!’라는 감탄사를 컬러로 이끌어내야 한다. 소위 ‘Feel이 오는 컬러’가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루이뷔통은 100여 년 동안 지켜온 갈색의 모노그램 가방 외에 빨강, 주황 등 화려한 컬러의 예삐 브랜드(가방)를 새롭게 출시해 많은 젊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루이뷔통의 클래식한 스타일보다는 화려함을 원했던 소비자들이 예삐의 컬러가 주는 신선함에 매료된 것이다. ‘Feel이 오는 컬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고유의 가치 제안을 명확히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컬러 플래닝(Color Planning) 작업이 필수적이다.

 

상품기획과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컬러 플래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컬러 플래닝은 시장의 색상 정보를 수집하고, 목표 고객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자사 제품의 컬러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의도하는 컬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디자인·생산부문의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품을 다 만들고 나서 뒤늦게 색상을 입히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폭스바겐 뉴비틀은 귀엽고 깜찍함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컬러에도 매우 공을 들인 사례로 유명하다. 컬러 플래닝 팀은 스카이블루, 핑크색 등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적인 컬러의 느낌을 주기 위해 상품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팀과 협업, 수백 번의 컬러 시험을 반복했다고 한다.

성공 포인트 3. 오감을 자극하라.
기업은 컬러가 주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미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을 적절히 가미한 공감각 효과로 컬러 이미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즉, 컬러의 공감각 효과를 통해 소비자에게 체험을 제공해 감성적 만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맛있는 컬러’라든가 ‘상쾌한 컬러’처럼 오감에 심리적 효과를 이전시키는 컬러가 상품의 가치를 배로 높일 수 있다. 예컨대 한국존슨의 방향제 브랜드인 그레이드는 향기 나는 핑크 컬러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로 향기 나는 옥외 광고판을 설치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컬러의 공감각 효과는 전통적으로 생활용품, 식품, 화장품 업계에서 중요시됐는데 최근에는 가전, IT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블루베리, 포도, 라임, 귤, 딸기 등 다섯 가지 과일의 컬러를 아이맥 컴퓨터에 적용해 딱딱한 데스크톱 환경에 반투명한 젤리처럼 먹고 싶은 컬러를 적용해 큰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먹고, 갖고 싶다”라는 카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또한 LG 초콜릿폰 역시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상품명으로 퓨어블랙을 먹고 싶은 휴대폰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사례이다. 더 나아가 공감각 효과뿐만 아니라 웰빙 등과 같은 정서적 욕구를 자극하는 수단으로 컬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코오롱건설은 컬러테라피 아파트 개념을 도입했는데, 집안의 방을 각기 다른 색상으로 꾸며 입주자의 호르몬 기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성공 포인트 4.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라.
컬러 마케팅은 기업 고유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브랜드 네임, CI, 슬로건 등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컬러는 이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 예컨대 하이네켄=그린, 코닥=노란색 등과 같이 컬러는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바디샵은 자연주의를 녹색으로 표방해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한 성공사례이다. 바디샵은 로고,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친환경 소재로 만든 목욕용품 등에 녹색을 활용함으로써 환경보전을 추구하는 자사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컬러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품 차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수단 차원에서 컬러 이미지를 일원화해야 한다. 기업은 자사의 컬러 마케팅이 제품개발, 머천다이징, 패키지 등 제품 차원에 한정돼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광고, PR, 판촉 등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요소와의 접목은 물론 점포, 유통센터, 운송기기 등 물류과정까지 포함시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요리기구 제조업체인 르 크루제는 노랑, 초록 등 아홉 가지 컬러로 유명하다. 르 크루제는 제품 자체의 화려한 컬러, 포장, 광고, POP뿐만 아니라 아홉 가지 컬러별로 나눠진 매장의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 교유의 컬러 아이덴티티 확립 필요
컬러 마케팅의 목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팔리는 색을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행색과 미래색을 적시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컬러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디자인 등 제품의 기본 품질이 탄탄해야만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단순히 현재시장에서 뜨고 있는 유행색을 무작정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유행색은 진부해지기 쉽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일시적인 열풍인 패드일 가능성이 높다. 컬러 트렌드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이뤄지는 컬러 마케팅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100년 전통의 조니워커 블루라벨 위스키처럼 장기적인 관점의 고품격 컬러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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