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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겨울여행' 주인공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함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려는 뜻밖에 이야기

kimdirector 2023. 11. 1. 08:01 

 

 

 

 

 

 

겨울여행

Le Voyage d'hiver (2009)

 

저 아멜리 노통브 · 역 허지은 · 문학세계사 · 2019.03.29 · 프랑스소설

 

2023.10.27 ~ 10.30 · 4시간 1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겨울여행’을 읽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낭만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제목만큼 내용이나 스토리에서 낭만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일 듯싶다. 이 소설은 그 반대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겨울여행’을 얘기할 때우리는 하얀 눈이 내리는 설경이 있는 풍경에 여행이나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겨울여행은 그런 낭만을 있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나 또한,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겨울 여행이 있는 낭만 속에서 아멜리 노통브식의 스토리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소설은 전혀 예기치 못한 스토리로 전개되며 조금은 당황스러운 내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첫 시작은 공항에서 주인공인 조일은 검색대를 통과하며 경보음이 울리고, 조일은 검색대원에게 짜증을 내며, 투덜대는 장면에서부터다. 주인공인 조일은 보잉 747 여객기를 납치해서 에펠탑에 충돌하여 폭파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어설프게 전개되는 스토리 설정으로 이 소설은 코미디 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항에서 여객기를 납치해서 에펠탑과 충돌하여 폭파하겠다고 하는 현재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는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충돌하여 폭파하게 될 에펠탑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주인공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해석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모든 이야기는 1인칭, 조일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특히, 과거로부터 진행되는 내용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여자 주인공인 ‘아스트로라브’에 대한 사랑과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정신지체를 안고 있는 소설가 ‘알리에노르’로 인한 스토리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인 조일은 아스토라브를 사랑하게 되지만, 알리에노르가 있는 한, 둘만의 시간을 갖기란 불가능에 가깝게 되자, 결국 조일은 둘에게 저녁을 해 주겠다고 하면서 환각버섯을 먹이게 되고, 환각 상태에서 조일과 아스트로라보, 그리고 알리에노르는 환간 상태에서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환각상태에서의 파티를 여행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소설의 제목이 뜻하는 것이 겨울여행의 의미가 환각파티를 얘기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의 제목인 ‘겨울여행’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겨울 나그네’로 많이 알려진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에 있는데, 남자 주인공인 조일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5~4세기 무렵, 호메로스에 대한 혹평으로 유명하던 그리스의 소피스트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괴테는 자신의 작품을 혹평한 비평가를 조일로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조일의 어머니가 조일을 가졌을 때, 여자아이일 것으로 믿고 조에라는 여자아이 이름을 정해 놓았지만 정작 남자아이가 태어나자 조에의 남성형인 조일로 바꿨다고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여자 주인공인 아스토로라보의 이름의 기원은 11세기 프랑스 중세철학을 대표하는 피에르 아벨라르가 16살 연하인 제자 엘로이즈 사이에 얻은 딸이다. 조카를 욕보였다고 생각한 엘로이즈의 삼촌은 사람을 시켜 피에르를 거세시켰다고 하고, 조일이 사랑한 아스트라보의 아버지 역시 피에르였고, 어머니 역시 엘로이즈였다고 한다. 아스트라보의 아버지 피에르는 아내가 임신하고서 얼마지 않아 숭배하던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로 떠나버렸고, 아스트로라보의 어머니는 ‘카스트로주의자’가 ‘거세(castration)'에서 유래한 것이라 믿었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건축학적 의미를 들 수 있습니다. 조일은 여객기를 납치하여 에펠탑과 충돌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내용 중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조일은 아스트로라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아스트로라보의 ‘A’를 의미하는 구조물을 찾다가 에펠탑의 거대한 ‘A’ 상징하는 것을 착안하여 에펠탑을 지명하게 되고 실행을 감행하게 된다. 구스타프 에펠은 그의 연인인 아멜리의 사랑을 위한 구조물, 에펠탑을 건축함으로써 조일은 자신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에펠탑을 파괴함으로써 사랑의 행위를 내재화하고 체화하기를 바란 것이다.

 

이렇듯 사랑함과 동시에 파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동일시하는 이유가 조금은 모호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적인, 비정상이 정상이 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빚대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오로지 한 겨울에 한정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속에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아멜리 노통브의 작가적 사유가 만들어 낸 상상력으로 주인공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함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려는 뜻밖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 자신의 사유적 상상력이 주는 스토리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 소설 또한 아멜리 노통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설일 것이다. 때문에 스토리가 주는 힘 또는 스토리의 소재가 주는 의미들은 자극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멜리 노통브를 만들어 내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을 좋아하는 것이 이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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