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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 이 세상 모든 일에 성공하는 방법

kimdirector 2020. 12. 24. 14:26 

매일 같이 나는 독자들로부터 온갖 종류의 질문을 받곤 한다.

인터넷 기업에 취직하는 방법, 광고주나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법, 트래픽을 늘리는 법 등등 독자들이 물어오는 질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모든 질문을 답해 줄만큼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내 한 마디에 전세계 인터넷 사업이 좌지우지 되고 있겠지.

그러나 내가 이런 질문을 해 오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까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짐 켈리. 바로 우리 클릭지(ClickZ.com)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 사람의 이야기가 장래에 대해 막막한 불안감에 빠진 모두에게 교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1999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당시 2년간의 사이트 시범 서비스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광고 영업 팀장을 뽑을 참이었다. 우리는 유능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에 구인 광고를 냈고,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력 회사에 문의도 해 보고,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수소문 해 보기도 했다.

그때 연락이 닿은 두 명의 지원자를 기억한다. 한 사람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온라인 업계에서 수년간의 경력을 갖고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능수능란한 설명을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우리 클릭지 사이트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 하지도, 거의 언급하지도 않았다. 또 한 사람은 큰 키에, 잘 생기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이 사람은 인터뷰에 들어간 지 단 몇 분만에 대화를 완전히 자기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는 클릭지의 지분 10%를 원했으며, 최소 15만 달러의 연봉, 그리고 15%의 커미션을 원했다. 그리고 그는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클릭지에 굉장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클릭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닷컴 기업이라는 것뿐.

둘 다 서류상으로는 매우 훌륭한 적임자였다. 나는 둘 중 아무나 뽑아도 좋은 성과를 올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가 바로 짐 켈리라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받은 때이다. 이 사람은 내 동생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였던 사람인데 어쩌다가 우리 회사에 일자리가 있다는 걸 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일단 이력서를 보내왔는데, 대충 살펴보니 우리 자리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전에 무슨 인쇄매체의 광고 영업부서에서 얼마간을 일했고, 그 후 몇 년간 어느 동성 연애자 잡지에서 광고 수주를 담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력서로 알릴 수 있는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클릭지의 공동 운영자인 앤(Ann)과 나를 직접 만나길 원했다.

우린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나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d:Tech 회의실에 약속 장소를 잡았다.

그곳에서 아침 10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친구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나와 있었다. 그는 한 시간 전부터 @d:Tech의 전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영업 마케팅 사원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본 모양이었다. 그는 그곳의 사업 모델이라든가, 경영 전략에 대해 탐색했고, 그리고 혹시 사람들이 클릭지에 대해 알고 있는지 떠 보았다고 한다. 그는 한 시간 동안에 그곳의 전반적인 시장 조사를 다 끝마친 셈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면접 약속을 잡기 일주일 전부터 준비해 온 것들이었다.

 

 


그는 나와 앤이 그 동안 써온 모든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클릭지 작가들이 쓴 기사 샘플들을 모두 검색해 읽어 봤으며, 클릭지에 나온 모든 광고들을 클릭해 보고 그 광고주들의 웹 사이트들도 살펴보았다. 클릭지에 어떤 종류의 광고들이 들어올 수 있으며, 그들이 클릭지에 광고를 내는 이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을 했다.

오직 첫번째 면접을 위해, 그는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그를 그 자리에서 채용했고, 짐은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짐이 우리 고객들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버린 것이었다.

클릭지는 파트너 관계와 관련된 제의를 꽤 많이 받고 있는 편이다. 광고를 팔거나 협력 관계를 맺거나, 기타 등등의 제의를 받고 그들과 협상을 벌이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짐을 만난 뒤로 그 사람들도 짐처럼 우리에 대해 완벽한 리서치를 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됐다. 만일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우린 바로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것이다.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필요한 법이다. 투자자들이나 스폰서, 광고주, 콘텐츠 제공자, 기술 협력사… 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해 먼저 잘 알아야 한다. 이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깊고 폭 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비즈니스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하라. 그 사람이 처한 입장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이익 목표에 시점을 맞춰 보도록 하라. 그래서 과연 자신이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 다 줄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라.

이런 준비를 하고 나온다면 당사자는 물론 굉장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일단 그 사람이 자신을 위해 그런 ‘귀찮은’ 일을 감당해 냈다는 것 자체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식의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해 당사자는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자신의 숙제를 충실히 해 간다면 고객, 파트너, 광고주…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만나서도 모든 일을 순조롭게 풀어 갈 수 있기 마련이다.

짐이 그랬던 것처럼.


앤디 벌랜드(Andy Bourland)는 클리지 네트웍(ClickZ Network)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클릭지는 1997년 5월 벌랜드와 앤 핸들리(Ann Handley)가 세운 인터넷 칼럼 전문 사이트입니다. 벌랜드는 인더스트리 스탠다드(Industry Standard)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잡지의 애독자이자 살롱닷컴(Salon.com)의 팬이기도 합니다. 또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와인을 즐겨 찾는 미식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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