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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 새로운 웹 서비스 만들기

kimdirector 2020. 12. 30. 13:52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 특별한 요령이 있을까? 뛰어난 창의력이나 아이디어 혹은 기술력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시대의 트렌드를 꽤뚫는 혜안이 필요한 걸까? 오랫동안 내게 던져졌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 보려 한다.

 

"왜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려 하는가?"

 

질문의 시작은 이것이다. '왜?'라는 질문. 질문에 따라 대답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 다양한 회사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1. 너무나 그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경우

만들고자 하는 웹 서비스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몇 년 동안 그 욕구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었던 경우다. 이런 경우엔 주변으로부터 수없는 경고와 회유를 받게 된다. '그런 웹 서비스는 실패할 것이다, 그런 걸 누가 쓰겠는가? 돈만 날리고 말 것이다' 와 같은 경고와 회유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간절히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경우

기존 하고 있던 사업 영역이 있지만 마켓에서 더 이상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없거나 마켓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거나 혹은 곧 수익성이 하락할 것을 예측하여 미리 사업을 준비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신규 웹 서비스 요구는 이 경우에 해당한다.

 

3. 필요에 의해 뭔가 새로운 웹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새로운 웹 서비스를 제안하는 본인이나 조직의 생존과 별 상관없이 새로운 웹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 기관이나 관공서 혹은 관료적 필요에 의해 새로운 웹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다. 많은 조직들이 새로운 비전을 구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새로운 웹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런 요구는 산업 일반에서 나타나지 않고 공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조직에서 자주 나타난다.

요구가 어떻든 간에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그 책임이 있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힘든 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건 단지 노력으로 되지 않음을 선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에 대해 대개 창의성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웹 서비스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튀어나와야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새로운 웹 서비스를 위한 고민의 방법

분명히 말하건데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특별한 창의성이나 예술적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 굳이 필요한 재능이 무엇인지 정의하자면 세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모험 정신

<모험 정신>은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그런 부정 자체가 모험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매일 출퇴근하는 길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경험에 의해 그 길이 가장 빠르고 편리한 길임을 이미 '증명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험 정신은 그것을 가끔 부정해 보는 것을 말한다. 나는 구로 3동에서 동숭동까지 출근을 하는데 가장 빠른 길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4호선에서 갈아타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이 길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감기를 심하게 앓았고 그 날은 도무지 1시간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갈 염두가 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출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험 정신>은 새로운 웹 서비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고민에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 출근하거나 말거나. 그러나 <모험 정신>을 대입하면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다. 나는 콜택시를 불러 출근할 수도 있고, 회사에 전화를 해서 아프다고 말한 후 입원할 정도는 아니니 급한 일을 인터넷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할 수 있고, 오후엔 몸이 좀 좋아질 수도 있으니 오후에 있는 미팅 일정을 집 근처로 조정할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새로운 웹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 웹 서비스는?
- 앉아 갈 수 있는 지하철 출근 노선을 알려 주는 웹 서비스는?
- 회사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는 웹 서비스는?
- 회사 컴퓨터가 아니라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일정 관리 웹 서비스는?
- 특정 시점의 일정을 한번에 변경하고 그 내역을 통지할 수 있는 웹 서비스는?
- 내가 위치한 근처의 병원 중 즉시 진단 받을 수 있는 병원은?
- 나와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 방안은?
- 이런 요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웹 서비스는?

 

아마도 대개의 사람들은 아파 죽을 지경인데 이런 생각이 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모험 정신>은 그래서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위험할 때 웹 서비스를 고민하라는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맡기는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자신의 요구를 객관화시켜 비교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개의 사람들은 <모험 정신>이 새롭고 경험하지 못했으며 결과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도전하려는 태도와 정신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모험 정신>에 정말 '위험한' 혹은 '절체절명의'와 같은 느낌이 있나 궁금하다. 진정한 <모험 정신>은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모험에 밀어 넣는 태도를 말한다. 마치 아파서 정신이 없어도 새로운 웹 서비스를 생각해하는 것처럼.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태도는 아플 때 결근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병원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려는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 모험적인 생각을 하고 모험적인 태도를 취하여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그 상황에서 새로운 웹 서비스의 필요성을 찾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이런 일은 세상의 여러 사람에게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그들 중 누군가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당신이 생각한 그 "웹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 아프면 119로 전화하세요가 아니라 ***.com을 열어 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내 친구는 열이 오르자 네이버를 열어 근처 병원을 검색했다고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웹 서비스가 그 친구에게 각인되어 있었다면 그는 그 사이트에 접속했을 것이다.

 

 

자기 파괴

새로운 웹 서비스를 고민하는 두번째 키워드는 <자기 파괴>다. 방금 언급한 예제에서 '나는 매우 아픈 상황'이다. 그 상황이야말로 새로운 웹 서비스를 고민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평범한 상황에서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기는커녕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치부한다. 왜냐면 과거에 아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과거에 위급한 상황이 있었더라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때문에 평소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새로운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데 <자기 파괴>는 필수 요건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 즉, 자신이 그것에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자기 파괴>는 기존 자신의 생각과 관념과 철학을 부수는 노력을 말한다.

 

우리는 대개 누군가를 위해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고자 생각할 뿐 극한의 상황에 처한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상황이 변화했던 시점이나 사건은 생각하지 않고 대개 남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새로운 웹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이런 웹 서비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영향을 끼칠리 만무하다. 내가 필요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필요할까?

 

대개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온라인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진실이 하나 있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의 규모다. 적게는 수백원억이고 많게는 수천억원의 거래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자기 파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가 이런 큰 규모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의 거래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에 빠져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 고민하지도 못하고 웹 서비스를 만들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미 수십개의 웹 사이트와 사업자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 중이며 매년 거래 금액이 수천억원을 넘고 있다. <자기 파괴>는 자신의 고정적 관점을 파괴하는 것이다.

 

비록 새로운 웹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견했더라도 그것을 수익 모델로 연결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자기 파괴>가 필요하다. 기존 생각에 머무르면 그저 좋은 웹 서비스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산업화하거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좋은 웹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웹 서비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경우 그 생존 기반은 깨뜨리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고정적 관념이다. 그래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도 수익 모델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러브 스쿨" 같은 경우다.

 

정형화

<정형화>는 자신이 창출한 새로운 웹 서비스에 더 많은 동료를 끌어 들이는 것을 말한다.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와 멋진 기술과 투자와 노력으로 인해 하나의 웹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공개했다고 치자. 그런데 새로운 웹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거두려면 혼자 성공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 웹 서비스가 왜 성공했으며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그래야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온라인 취업 사이트들은 2000년 초반 20여 개의 웹 사이트가 난립하는 혼전 상황을 벌였다. 그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업을 하려면 해당 기업이 낸 신문 공지를 참조해야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기업들이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공지를 함께 내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 온라인 리크루팅 사이트는 매년 3배 이상 새로운 웹 사이트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리크루팅 사이트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웹 사이트를 만드는데 참여하기도 했고 이직이 횡횡했다.

 

 

최초 온라인 리크루팅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지만 많은 업체가 생겨나면서 웹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그리 힘든 것이 아니고 이력서 등록과 기업 고객 확보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기술적 장벽은 낮아졌고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온라인 리크루팅은 보다 세분화되어 리쿠르팅 포탈, 아르바이트 포탈, 임시직 포탈과 같은 형태로 세분화되었다. 각 시장은 연간 1천억원 이상의 마켓을 구성하며 현재도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마켓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형화>는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고자 할 때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내가 만드는 새로운 웹 서비스가 너무나 독특하여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그런 것일 수 있다. 아마 그런 아이템을 고민한 사람은 정말 기분이 좋을 것이다. 진입 장벽이 그토록 튼튼하니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오랫동안 수익을 빼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본다면 마켓을 만들고 사용자를 설득하고 마켓을 성장시키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게 정말 좋은 일인가? 혼자 북치고 장구 치는 건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정말 새롭고 참신하며 혁신적인 웹 서비스라면 더 많은 경쟁자가 개입하여 함께 싸워야 한다. 그래야 마켓이 성장할 수 있고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pie)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정형화>할 수 없다면 그 아이템은 재미는 있을 지 몰라도 산업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상의 아이디어

지난 10여 년간 새로운 웹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든, 모든 아이디어는 위대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훌륭하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발현되는 아이디어다. 그런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존재한다. 다만 그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모험 정신>은 주변의 상황을 불꽃처럼 타오르게 하는 노력이고 <자기 파괴>는 그 불꽃을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을 만드는 것이다. <정형화>는 내가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다른 사람, 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요령이다.

 

웹(WWW)이 제안된지 10년이 넘었다. 웹의 시초는 매우 쉬운 것이었다. 여전히 웹은 쉽고 편리하고 훌륭하다. 나 뿐만 아니라 당신도 웹에서 언제든 새로운 무엇을 창조할 수 있다. 거창한 무엇을 생각하기 보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분출되는 아이디어를 웹에서 구현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반복될수록 우리가 원하는 것을 컴퓨터를 켜고 브라우저를 열었을 때 즉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아이디어가 쉽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 웹이다. 그것만 잊지 않으면 누구든 최고의 웹 서비스 기획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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