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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잊혀지지 않는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kimdirector 2021. 12. 10. 08:02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저 에쿠니 가오리 · 역 김난주 · 소담출판사 · 2015.11.25 · 일본소설

 

2021.12.06 ~ 12.09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꼭꼭 숨겨 두었던, 그다지 읽으려 들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랄까? 한쪽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책 중에 하나일 것이고 계속 망설여지기도 했던 소설이다. 단순하게 보면 연애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에 읽었던 이 작가의 소설 중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때 읽었던 이 소설이 나에게는 큰 흥미를 끌지 못했던 이유도 한 몫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이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을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실만한 내용일테지만,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집필된 소설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각각의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한 회씩 번갈아 가며 2년 동안 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소설로 묶어서 출간된 소설이다. 따라서 두 가지 버전의 남자의 이야기인 'Blu'와 내가 읽은 여자의 이야기인 'Rosso'를 읽은 것이다. 실제로 두 작가가 집필을 하면서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섬세함이 돋보이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여성작가라서 그런지, 풍부한 감수성과 감성적인 느낌이 많은 연애소설을 써 온 작가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가로 여성 독자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서도 느꼈던 것은 전체적으로 풍부한 감수성이 많이 드러난 소설로 기억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러한 감수성이나 감정들이 그대로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또한,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인 ‘아오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아오이’는 독서광이면서 초저녁에 욕조에 몸을 담고 즐기는 여성으로 등장하고 보석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자 친구인 ‘마빈’과 나름대로 행복한 하루 하루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인 '아오이'는 8년 전에 남자친구인 '쥰세이'와 헤어진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을 만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헤어진 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 둔 채 그리워하는 여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오이’는 현재 만나고 있는'마빈'에게서 마음을 채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뭔가가 자꾸 옛 연인인 '쥰세이'에 대한 그리움만 오버랩되면서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초저녁에 즐기는 목욕은 현실에서의 도피처처럼 보이는 인상이 짙다. 마빈과 다투었을 때, 또는 과거의 회상을 위한 것일 수 있지만, 마빈은 그런 아오이의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소설의 초반에는 밀라노에서의 '아오이'와 '마빈'의 일상적이고 서정적인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마빈'과 함께 보내는 시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 앤티크 보석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사랑하는 연인인 '마빈'과 옛사랑의 연인인 '쥰세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오이의 모습, 마빈에게 옛 연인인 '쥰세이'의 존재를 숨기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과 언젠가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있지만, 현재의 연인인 마빈과의 생활은 너무나 평온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빈과의 생활을 이어 가면서도 늘 옛 연인이었던 쥰세이를 잊지 못하고, 아니 잊으려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지만, 마빈은 아오이를 늘 갈망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오이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에 혹시나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자면 마빈이 조금은 불쌍한 캐릭터로 끼인각처럼 등장하는 모양새다. 어찌 보면 마빈 입장에서는 자신과 살고 있는 아오이를 바라보면서도 아오이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전체적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하지만 큰 변곡점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에는 ‘아오이’의 의한, ‘아오이’를 위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아오이'는 '마빈'과 함께 있는 모습 속에서도 '쥰세이'를 생각하게 되고 '마빈'을 왜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기고 한다. 자신이 왜 이 남자를 사랑하는지에 대답은 그냥 '올바른 것'이라 대답하는 걸로 봐서는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에게 확신이 서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내용 중에 내포하고 있다.

 

아오이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렇게 마빈과의 관계를 이어가지만 아오이는 또 다른 기억을 통해서 엣 연인인 쥰세이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쥰세이와의 오래된 약속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결국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약속 장소로 떠나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남자와 여자들에게는 따스한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이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Rosso' 편을 읽으면서 왠지 남자의 마음을 담은 'Blu' 편이 궁금해졌다. 여자의 마음을 알았으니 남자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 편만 읽어서는 완전한 사랑을 알지 못하기에 'Blu' 도 읽음으로써 아오이와 쥰세이의 완전한 사랑에 대해서 관찰하고 싶어지는 것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내심 기대감도 살짝 높아져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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