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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위저드 베이커리'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불운한 과거를 받아 들이고 앞으로 나아 갈 용기를 주는 소설

kimdirector 2024. 2. 9. 08:04 

 

 

 

 

 

 

 

 

위저드 베이커리

저 구병모 · 창비 · 2022.03.27 · 한국소설

 

2024.02.06 ~ 02.08 · 5시간 32분

 

 

 

 

 

 

 

 

 

 

 

 

 

구병모 작가는 나에게도 이제는 익숙해져 가는 작가로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었던 전작의 책들에서 나름 인상적인 작가로 각인된 부분도 없지는 않다. 때문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도 구병모라는 이름 석자를 발견하게 되면 일단 읽어 보게 되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내 기억 속에는 이미 읽었던 전작 ‘파과’, ‘아가미’가 상기되는 의미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게 된 점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2009년에 이미 출간된 소설을 이 시대에 맞게 표현이라든가 문장 등을 손보고 2022년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소설이다. 굳이 장르로 구분하자면 판타지로 구분이 되겠지만, 청소년 권장 소설로도 말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청소년에게는 권장하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알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청소년들에게 읽어 보라고 할 만큼의 교육적이거나 교훈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가족 파탄적인 내용과 비교육적인 내용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점이다.

 

따스해야 할 가족에게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소년은 우연히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빵집에 숨어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소년은 빵집에서 마밥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년이 가족에게서 도망쳐야 할 주된 목적은 새어머니를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당하게 되는 무시와 멸시를 견디야 했고, 집에서는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게 되면서 매일 빵집에서 빵을 사 먹게 된다. 친 어머니는 자신을 버린 무정한 어머니, 그리고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소년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어머니일 뿐이다. 집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사건은 새어머니의 딸, 이복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지만, 그 순간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을 변호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된 아버지를 보고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되자 도망치게 된다.

 

주인공인 말 더듬는 소년은 소극적인 성격으로 소설 속에서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또한 소년의 시선으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우연히 숨어들게 된 단골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는 일반적인 빵집이 아니다. 빵집에서 파는 빵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빵, 소원을 이뤄주는 특별한 빵 그리고 사람을 다치게 할 만한 주술적인 빵을 만드는 빵집으로, 숨어든 소년의 시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며 진행된다. 마법이 걸린 빵을 사 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소년은 인간들의 다양한 심리적 행태들을 목도하게 되고, 자신이 겪었던 가족사에 투영하면서 암울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입하게 된다. 특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머랭쿠키를 알게 되면서 만약 자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다. 잘못한 부분을 바로 잡고 싶을 때, 아픈 상처가 있거나 실연을 당했을 때,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돌아가서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때가 있다. 소설 속의 소년도 그러했을 것이다. 돌아가서 상황을 바로 잡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자의 반 타의 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결국 이북동생 무희의 성추행범으로 아버지는 실형을 받고, 새어머니와 무희는 가족이라는 연을 끊고 각자 살아가 된다. 그리고 소년은 사라졌던 ‘위저드 베이커리’를 찾게 되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소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빵집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것은 극 중 내용과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힐링이라든지, 가슴 따뜻한 이야기만 가득할 줄 알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흐르는 내용이어서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찌 되었든, 소년은 어머니한테 버림을 받았고, 죽음을 택한 어머니의 기억과 새어머니인 배 선생의 학대, 그리고 자신을 믿어 줄 같은 기대을 저버린 무관심과 냉대한 아버지의 모습들이 소년으로 하여금 말을 더듬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소설 속의 소년에게 안정감을 주고 화목해야 할 가족, 서로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할 가족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소년은 그렇게 혼자가 되어 성장해 간다.

 

구병모 작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렇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고 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저 과거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노력이야 말고 최고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도 아픈 과거를 부여잡고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는 것이 아닌, 잊지 않고 기억하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상적인 문장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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