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25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

kimdirector 2020. 12. 24. 10:55 

 

 

 

25시

Vingt-cinquieme heure

 

저 C. V. 게오르규 / 역 최규남 / 홍신문화사

2012.12.26 / ISBN : 9788970558127 / 프랑스소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인간의 존엄성'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을 겪어 보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존엄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을 겪어 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는 하지만 남의 일이라서 안타까움 정도의 표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25시'를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좀 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평등, 자유'에 대한 가치를 이 책에서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요한 모리츠'는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살았던 인물이다. 또한 유대인으로 책의 마지막 한 장까지 포로수용소에서의 삶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는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뒤로하고 수용소 생활을 시작한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떠 하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로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이다.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은 소설가이며, 예술을 사랑하는 지식인이 등장하는데, '드로이안'이라고 하는 등장인물이다. 요한 모리츠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말지만, 요한 모르츠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인간적인 고뇌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요한 모리츠'는 오히려 백치에 가까운 순진무구한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삶 자체가 힘들고 고달프고, 고통스럽지만 꿋꿋하게 잘 버텨 살아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드로이안'은 어찌 보면 게오르규의 심리적 상태와 흡사한 인물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25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스토리를 만들 때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

 

'25시'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서양 문화의 말기 증상으로 나타난 기계문명에 대한 강한 반발과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으로 게오르규는 아주 동양적인 한 일물을 통해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게오르규는 '25시'를 통해 자유와 개성, 신앙심과 같은 인간적인 모든 가치를 암살하고 병들게 하는 적으로 기계문명을 지목하고, 기계문명은 또한 기계주의적 전체주의를 낳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주인공 요한 모리츠는 판타나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순박한 농부이다. 그의 아내를 탐냈던 헌병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가면서부터 그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헝가리로 탈출하여 또다시 첩자의 누명을 쓰고 고초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독일 장교의 눈에 띄어 포로 감시병으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고, 포로들의 탈주를 도우며 자신도 함께 연합군 점령지구로 도망쳤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그는 백여 곳의 수용소를 전전해야 했고, 체포령이 내려져 석방된 지 채 하루도 안 되어 다시 감금되고 말았다.

 

파란만장한 역사적 비극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희생되었던 인간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독일로 망명했지만 루마니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어 비참한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던 저자의 생생한 체험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 요한 모리츠라는 평범한 인간의 비극적 인생을 통해, 약소국가의 민족이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고난을 재현했다. '25시'는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을 상징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상실하고 일차원으로 축소되어 가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 소개

Constantin Virgil Gheorghiu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는 1916년 루마니아 라스베니에서 태어났다. 부쿠레슈티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게오르규는 재학 시절 시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는 시인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징집영장을 받고 전장에 나갔던 그는 전쟁의 온갖 참상을 목격하고 군 생활을 마친 뒤에는 집필 생활에만 전념하게 된다. 1940년 시집《눈 위의 낙서》로 루마니아 왕국상을 받았으나 루마니아에 공산정권이 세워지자 게오르규는 독일로 망명했다. 그러나 독일도 연합군과 소련군에게 점령되고 연합군의 적성 국가인 루마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수용소에 감금, 2년간의 비참한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 석방된 뒤 이때의 체험을 토대로《25시》집필을 시작하였고, 독일에서의 생활도 여의치 않게 되자 1949년 프랑스로 망명, 세계를 놀라게 한 작품《25시》를 프랑스에서 출간하게 된다. 그 외《제2의 찬스》《혼자 떠도는 사내》《25시에서 영원의 시간으로》등의 작품을 발표한 그는 1992년 76세를 일기로 프랑스에서 눈을 감는다.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