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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2006.07] 디자이너, 사용자의 챔피온이 되자.

kimdirector 2021. 1. 1. 12:30 

옛날이야기, 인터넷
'Online becomes Meat and Patatoes' (온라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는 이미 2년 전에 iMedia connection이 다룬 ‘인터넷의 중요성’에 관한 기사 타이틀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 네이버의 ‘지식검색’과 싸이월드의 ‘일촌’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유저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답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 질문이 당황스럽지 않은 이유는 이미 네이버의 ‘지식검색’과 싸이월드의 ‘일촌 맺기’는 우리 생활에 가장 깊숙이 파고들어 와 있는 인터넷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라는 대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작 브라우저 안에 존재하는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우리 생활 깊숙이 크게 자리매김을 하기까지, 과연 그들은 무엇에 성공했는가?

 

사용자, 정보와 맞물려 활발히 움직이다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결론짓자면 그들은 ‘고객’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기’에 대단히 성공했다고 본다. 고객으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 양질의 ‘콘텐츠’를 축적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고, 그들의 사업모델에 맞는 각기 다른 유저의 동선을 형성해 무한히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으며, 결국 나아가 그들이 꾀한 대로 활발하게 움직여주는 이러한 유저들의 ‘행동’ 덕분에 새로운 문화마저 창조하게 되었다. 미니홈피는 이제 보다 나은 사회생활을 위한 인맥관리의 대표적인 툴로 자리 잡았으며 네이버가 제공하는 정보력은 급기야 네티즌의 활발한 ‘여론형성’을 위한 장까지 마련하였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더 이상 어떤 기업의 특정 ‘고객층’을 향한 서비스가 라기보다 대중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대중’의 개념을 확대, 재정의하고, ‘대중매체’의 역할을 증폭시켰으며 이러한 변화의 추이를 통해 ‘대중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기’에 완벽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는 콘텐츠를 공급한다기보다 결국 그것을 담을 그릇과, 유저의 행동을 꾀할만한 길을 내줄 뿐이다. 우리는 어느새 브라우저 안의 고작 몇 개 되지 않는 버튼과 메뉴가 이끄는 대로 보기 좋게 움직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나게 즐기면서.

 

정보, 브라우저 안에 머물지 않는다

네티즌이 형성하는 문화, 그 문화가 다시 이끄는 대중은 사실 새로운 이슈 거리가 아니다. 각종 포탈 웹사이트가 그릇이 되어 제공했던 수많은 정보와 서비스는 이제 컴퓨터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종류의 서비스가 모바일, 포터블 PC 등을 비롯한 각종 뉴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눈을 아침에 뜬 순간부터, 침대에 돌아가는 때까지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생활 전반에 필요한 ‘나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는 점점 그 콘텐츠에 질과 양을 더해가고 있으며 디지털 디바이스는 dynamic 한 정보들을 사용자에게 다각도로 생활 깊숙이 전달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Communication arts의 컬럼 ‘Everything else’를 통해 Wendy Richmond는 미래의 모바일 폰의 증대된 역할을 예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운전하며 슈퍼마켓 근처를 지나가고 있다면, 내 모바일폰은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다고 알리고, 나의 냉장고에 우유가 거의 떨어졌다는 정보와, 내가 자주 먹는 우유의 브랜드 이름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미국의 성인병 환자들을 위한 정보나 당뇨병 환자들이 소지하고 있는 의료기구들의 기능을 제공할 날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렇다. 이러한 dynamic 콘텐츠는 이미 브라우저 밖을 나와 여러 매체를 통해 ‘서비스될 곳’을 찾고 있다. 다이내믹 콘텐츠가 전달하는 정보는 그것이 다루는 정보의 종류와 양적 측면에서 매우 유기적일 뿐 아니라 사용자에 의해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정보의 유동적 형태이기도 하다.

 

디자이너, 유기적 형태의 정보와 사용자의 접점에 서다

자, 이쯤 되면 한번 생각 해 볼 법한 질문, 디자이너는 넘쳐 나는 정보와 다양해져 가는 정보 전달 수단, 그에 부흥해 커져만 가는 사용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디자인하는가? 흔히들 user experience design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표현은 우리가 그것에 관해 토론하기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이 제품을 간접적, 직접적 통로를 통해 접하고, 구매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사용, 폐기 그리고 재구매하기에 이르는 사용 전 과정이야 말로 총체적인 User experience이며 그것이 담는 전 과정에는 제품 론칭, 마켓에서의 포지셔닝, 브랜드 가치, 각종 마케팅 전략, 소비자 만족도를 위한 A/S 정책 등, 디자인 전략 외에도 수많은 ‘전략’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그중에서도 이 글을 통해 앞으로 토론하고자 하는 ‘UI 디자이너’의 역할은 앞에서 네이버와 싸이월드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된 ‘유저의 행동’을 디자인한다는데 더 가깝다고 본다. 고객이, 나아가 대중이 dynamic contents와 맞물려하게 되는 모든 행위-작게는 버튼을 혼돈하지 않고 누르기에서부터 크게는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콘텐츠를 다루는 미디어를 조작하는 총체적 행동-를 통해 user experience의 큼지막한 ‘일부분’이 형성되는 것이다. 유기적 형태의 정보를 다루는 UI를 위한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이너에게 늘 던져지는 문제는 예측 가능한, 혹은 예측 불가능한 정보의 ‘확장성’에 대한 고려이다. 이는 오늘 날짜가 인쇄된 신문을 위한 정보디자인과 아주 다른 문제이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그리고 디자인요소로 활용되는 ‘스크롤 바’의 등장은 정보의 양적 확장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획기적인 UI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정보의 양적 확장성에 관해 ‘스크롤바’만큼 그것에 관한 문제해결을 제대로 하고 있는 UI 요소는 찾기 힘들다. 확장성에 대한 고려는 비단 정보의 ‘양’에만 관여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환경에 따른 콘텐츠의 형태변형, 사용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콘텐츠가 공유되는 통로와 그것이 전달되는 모든 유통과정은 앞서 언급된 오늘 날짜의 지면 신문이 담는 뉴스처럼 일정 장소에 머물러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전달 과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여기서 UI는 유기적 정보가 흐르는 길과 머무는 장소를 마련해 주며, 정보와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최적의 융화를 시도한다.

 

사용성에 관한 화두, 디자이너의 책임 영역

어느 모바일 회사의 마케팅 팀에서 새로운 모바일 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치자. 예를 들면, 제품 디자이너가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physical user interface (스크린 밖의 모든 UI. 예를 들면 숫자버튼, send 버튼, 이어폰을 플러그 인 하는 곳 등)를 디자인하고, Information architecture design을 담당한 그 누군가는 이 제품이 가지는 기능을 바탕으로 메뉴구성의 짜임새를 고민하고, 완성된 information hierarchy를 놓고 GUI 디자이너는 열심히 아름다운 아이콘들을 그려낸다고 치자.

만약 그렇다면 스크린 밖의 버튼들과 스크린 안에 display 되는 정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이들 중 누가 고민해야만 하는 걸까? 좀 더 포괄적으로, 사용자가 이 모바일을 구매하고 제품을 상자로부터 꺼낸 직후 사용전반에 걸쳐 이루게 되는 유저 행동의 총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행동의 각 목적에 맞게 제공될 정보의 structure를 구성하는, 즉, 모바일이 가지는 기능 및 콘텐츠를 사용자가 접하게 되는 그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사용자 경험의 일부에 통일된 identity와 positive memory를 부여하기 위해 누군가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 마케팅팀, 세일즈팀, 제품 기획팀의 누군가가 아닌 디자이너 이어야만 한다. 보다 나은 사용성 제공은 디자이너의 바람직한 책임영역에서부터 시작되며, 디자이너인 우리는 ‘사용성’ 전반에 걸친 디자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행동’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 사용자의 챔피온이 되자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챔피언이 될 수 있을 만큼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Design Continuum의 디자인 전략가 Kenneth Jewell이 ‘성공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나의 질문에 언급한 내용이다. 이는 사용성을 고민하는 우리에겐 더없이 중요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UI디자이너의 견해에서 이를 재해석하자면, 그들의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만약 내가 사용자라면?’라는 가정만으로는 최상의 사용성을 제공하기에 많은 것들을 놓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UI개발과정 초기단계에는 주로 사용자의 분석단계가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사용자 타깃과 환경에 따라 우리는 그들을 ‘배우기 싫고 귀찮아하는 바보’로 설정하기도 하며 때로는 전문가 수준의 사용자로 가정하기도 한다.

Ipod의 wheel UI가 처음 고객에게 소개되었을 때 사용하기 편하다, 혹은 불편하다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때 우리 모두는 Ipod의 ‘바보’ 단계의 사용자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다음 제너레이션의 ipod에 어떤 식으로든 wheel UI를 개선해서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지금의 우리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스크롤바를 사용할 때처럼 ‘전문가’ 수준의 사용자는 아니더라도 wheel UI의 조작법에 노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챔피언이 되기 위해 그들의 행동에 관심을 집중시켜 보자. 사용자의 행동은 그들이 접하는 정보의 종류와 상관없이 다음과 같은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

이는 보편적인 사용자들이 보여주는 행동패턴이며, 물론사용자의 환경과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추가, 삭제 혹은 변형될 수 있다. 각 단계의 행동패턴에 따라 디자이너는 그들이 지각하게 되는 정보의 중요도를 구분하고, 그들이 원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무시해도 좋을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조적, 시각적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사용자, 디자이너를 비판하라!

모 대기업에 종사하는 최대리는 오늘 처음으로 오픈한 최고급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최신식 호텔내부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감탄하며, 음식의 맛 또한 매우 좋아, 만족스러운 저녁을 보내고 있다. 최대리는 식사 후 잠시 화장실에 들른 후 손을 씻으려는 순간, 수도꼭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아주 비싸 보이는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멋진 형태의 이 수도꼭지를 어떻게 여는 건지, 수온 조절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것을 맞딱들이는 순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니 옆사람은 능수능란하게 물을 틀고 손을 씻고 자리를 떴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조작법을 모르는 ‘나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당황하기 쉽다. 그것의 사용성에 대해 비판할 여지조차 없이 말이다. 이는, 지금까지 고급호텔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최대리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디자인했던 디자이너의 명백한 실수임을 비판해야 옳다. ‘고급호텔의 수도꼭지가 왜 이모양이야!’

사용자의 비판의식은 보다 나은 사용성을 낳는다. 사용직전에 보기 좋은 디자인은 그것이 가지는 ‘매력’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으나, 사용 과정 중 사용성 여부를 통해 고객은 이미 ‘User experience’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에 담아두고 있으며 이는 곧 제품 혹은 서비스의 재구매율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출처 : 디자인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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