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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UI 내맘대로 하려면 「기호」를 알라

kimdirector 2021. 1. 2. 17:46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호를 만들어 사용했다. 기호란 우리가 생각하고 살고 있는 삶의 환경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 삶은 무수히 많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기호(학)의 핵심은 ‘해석’하여 ‘소통’에 있는 것에 있다. 때문에 인터페이스, 즉 인간과 기계(혹은 매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사용자와 개발자의 기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공학 관점에서의 인터페이스와 감성공학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보고 있듯이 기호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인터페이스를 이해해보자.

우리는 자신과 맥락이 같지 않는 사람들에게 흔히 “저 사람은 대화가 안돼” 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대화는 되는데 나와 맥락이 같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화’란 무엇인가?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목적은 사용자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에 있는데 위에서 말한 ‘대화’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 일까?

[대화 유형1]
A: 어제 집에 잘 들어갔니?
B: 알게 뭐야!

[대화 유형2]
A: 배고프니?
B: 점심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프네.

[대화 유형1]의 경우 A와 B사이의 문장은 성립이 된다. 그러나 대화는 아니다. [대화 유형2]와 같이 A의 의미에 B가 ‘대응’ 하는 관계로 성립되어야 대화의 의미가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대화는 일대일 혹은 몇몇(several)의 상대와 말하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협소한 의미의 대화이다. 그러나 이것을 대화와 비교해 볼 때 매체(Computer system, Web, Mobile, PDA)를 사용한다는 것은 ‘대화’차원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해야 더 적합할 것 같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적인 대화 차원을 공통(common)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대화’를 하던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던지 우리의 주변의 매체인 기호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매체는 시각적인 기호, 청각적인 기호, 언어적인 기호 등으로 조화되어 하나의 기호체를 통해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기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 컬럼은 인지공학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보고 감성공학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보고 있듯이 기호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인터페이스를 보고 이해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러한 관점으로 인터페이스를 볼 때 Human Interface는 기계와 인간사이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사용자의 기호를 해석하는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하면 인간과 기계(혹은 매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용자와 개발자(개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말하며 여기에는 기획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등 모두 포함된 사람들을 말한다)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두 관계는 기호를 사이에 두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호라는 용어가 좀 어렵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 모든 것은 기호로 구성되어 있다. TV에서 보는 광고는 상업적 기호이며, 빨간 핸드폰을 사는 것은 개인적 취향의 기호이다. 퍼스(Peirce)가 ‘모든 사고는 기호이다’라고 했듯이 기호란 우리가 생각하고 살고 있는 삶의 환경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 삶은 무수히 많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기호(학)의 핵심은 ‘해석’하여 ‘소통’에 있는 것에 있다.

Human Interface는 기계와 인간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사용자의 기호를 해석하는 것

인터페이스는 기계와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인식해야 한다. 매체(시스템)는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개발자와 사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매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매체는 인간의 다양한 기호화 과정을 통해 성격을 부여 받게 된다. 우리의 눈은 기계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보지만 그 형상은 머릿속에 있다. 물질적인 매체가 알고리즘을 통해 생산된 것을 본다 하여도 인간의 ‘재해석 과정’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계라는 매개체를 통해 개발자는 사용자와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이며 사용자는 매개체를 통해 개발자가 보낸 기호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사용자에게 어떠한 기호를 보낼 것인가? 사용자는 어떻게 인지하고 해석하여 받아들일 것인가? 개발자가 보낸 기호가 사용자가 받아들인 기호와 일치하는가? 이러한 세가지 관점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기호와 이를 해석하는 해석자(혹은 사용자) 사이에 존재하는 반응이나 영향을 통해 기호의 효과 등을 분석하는 관점
첫 번째 관점은 구조화된 인터페이스가 시각적으로 재현되어 나올 때 사용자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여 반응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면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결제하는 과정에서 버튼이나 수행기능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이해하여 수행을 하지 못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것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여 결제를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체 버튼(현금 이체를 승인하는 버튼)을 찾을 수 없어(아마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진행을 그만두었고 그 인터넷 뱅킹으로 접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처럼 어떤 이체버튼과 같이 표출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의 반응이나 효과 등을 알 수 있는 관점인 것이다.

둘째: 하나의 기호가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으로 이러한 기호가 문맥에 따라 변하는 관점
두 번째의 관점은 하나의 시스템은 혼자 작동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주변의 많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윈도우 형태의 전개방식에 매우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핸드폰의 구성요소나 전개방식을 윈도우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한다면 사용자들은 더욱 친근감을 느낄 것이며 핸드폰의 사용성 역시 높아 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단GNB(Global Navigation Bar) 영역과 좌측 로컬 영역의 사용한 웹의 레이아웃 형태에 따라 웹 인트라넷(Web intranet)을 만든다면 조작의 직접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reference에 대한 분석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셋째:기호와 지시 대상간의 ‘무엇을 지시’하고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기호 매체가 지시 대상과 맺는 관계를 보는 관점
세 번째의 관점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의 관점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손끝과 시스템간의 접점은 커서를 움직여서 반응하게 만드는데 있다. 마우스 커서는 사용자가 생각한 것을 지시하고 그것은 곧 사용자의 멘탈 모델(mental model)에 의해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간접적인 유도를 통해 사용자가 유도하는 것을 달성하게 하는 관점이다. 이러한 세 가지의 관점들은 각각 화용론, 통사론, 의미론이라 부른다.

재현(Representation)의 방법들
위에서 말한 세가지 기호에 대한 관점을 통해 어떻게 매체로 재현(representation)되는지 알아보자. 여기서 말한 재현은 표현이라는 말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재현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대상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대신해서 드러낸다는 의미로 단순히 드러낸다는 표현의 의미와는 다른 것 이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이러한 종합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화용론적으로만 연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위에서 말한 3가지의 기호적인 관점은 개념적인 접근 방법이 되고 실제 이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흔히 GUI(Graphic User Interface design)라 부르고 있다.

사용자 기호의 컨텍스트(context)를 가지고 어떻게 본질적 대상을 재현하는지에 대해 이 또한 시각 기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재현의 문제는 GUI 디자인에서 많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시각적 재현에 중요한 것은 대상과 표현의 관계이다. 퍼스는 이러한 본질적 대상과 재현을 3가지의 관계 형태로 보았다.

도상적 재현: 실재의 대상을 그대로 표현된 것
아이콘이라 함은 흔히 시스템 상에서 작은 단위로 그래픽 처리된 이미지를 생각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실재의 대상을 간략화 시키거나 추상화 시켜서 나타낸 것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홈, 메일, 프린터, 휴지통 등이 이에 속 할 수 있다.

지표적 재현: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이동에 따른 인과관계에 대해 재현하는 것
이러한 예는 브라우저에서의 ‘새로 고침’ 혹은 ‘이동’등에 관한 시각적 표현에 해당된다. 또한 이러한 진행의 상태를 알리는 bar 등도 여기에 속한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진 휴대폰의 경우 작은 스크린과 통화비용이라는 제약점을 사용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시간이나 공간의 이동에 대한 지표적인 기호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상징적 재현: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표현이 대상의 유사성이나 구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약속에 의해 임의적으로 사용되는 것
십자가는 기독교인의 상징이며 중국의 이미지는 붉은 색을 상징하며, 전화번호부 하면 떠오르는 상징컬러는 노란색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문화적인 특성이나 관습에 따라 의미가 많이 틀리는 경우도 있으며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재현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안에서의 identity를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하며 전체 디자인 개념이 가지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상과 표현의 관계는 상징쪽으로 갈수록 의미가 어려워지거나 모호해져서 표현이 설명적이게 된다. 이러한 관계들을 알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전에 아이콘화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텍스트화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디자이너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위에서 말한 통사론, 화용론, 의미론의 컨텍스트(context)나 재현(Representation)의 방법에 있어서의 도상, 지표, 상징은 엄격히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구분만을 가지고 재현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추상적인 하나의 이미지가 사용자의 룩앤필(look& Feel)을 만족시켜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호적 접근을 통해 재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시각 디자인에 있어 좀더 논리적이고 근거성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한 커다란 방향이기 때문이다.

기호의 실용적 접근의 한계
기호적인 관점의 인터페이스는 아직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 아쉽기만 하다. 이는 개발자들이 기호라는 학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기호의 학문이 실질적인 생활로 연결시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호는 그 기호를 구성하는 주의의 복잡한 조건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사고 및 행동에 일대일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호는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어떠한 관점이나 어떠한 방법론으로 기호가 이루어지든 간에 필자의 생각은 “사용성은 사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지 기계와의 대화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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