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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스즈메의 문단속' 재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신카이 마코토의 세번째 재난 이야기

kimdirector 2024. 2. 7. 08:02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일본 · 122분 · 2023.03.08(Kor)

 

감독 신카이 마코토

 

 

 

 

 

 

 

 

 

 

오랜만에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최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감상했다. 국내 개봉은 작년 3월 초에 했지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왔던 일을 한 가지 한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여러 편을 봐왔다. 이 전편인 2019년에 개봉한 ‘날씨의 아이’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도 신카이 마코토의 특징이 두드러진 뛰어난 영상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빛을 활용한 영상미가 있는 작품들이 다수이기에 이번 작품에서도 그 영향은 그대로 이어진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때문에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단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면 안 되는 애니메이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스즈메는 등굣길에 우연히 소타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낡은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을 열면서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소타는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는 문을 닫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저주를 받아서일까. 다리가 세 개뿐인 낮은 의자로 모습을 바뀌 버리고, 일본 각지를 돌며 페허의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지 않도록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스즈메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릴 적에 일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흐름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른바 재난 시리즈로 그 세 번째 이야기가 ‘스즈메의 문단속’이 되는 셈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간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름을 말하는 ‘너의 이름은’과 날씨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인 ‘날씨의 아이’,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 아닐지 모를 이야기, 문을 닫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세 작품은 서로 연관성은 없다. 다시 말해서 ‘너의 이름은’ 혜성 충돌로 일어나는 재난을 이야기했고, ‘날씨의 아이’에서는 홍수로 인한 재난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재난을 이야기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실제로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을 다뤘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신카이 마코토는 재난으로 잊히면서 그리고 겪었을 고통과 아픔, 그리고 슬픔과 선처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는 점이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야기 속에는 확장된 시간과 공간이 주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시간을 이용한 과거 속의 재난을 겪은 아픔을 현재에 재현되지 않게 하는 방식을 택하였고, ‘날씨의 아이’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날씨를 바꿈으로써 홍수로 인한 재난에 대한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낡은 문을 매개체로 하여 문 너머의 과거 속의 재난이 현실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일을 하게 된다. 세 가지의 이야기에는 주되고 공통된 재난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재난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어쩌면 식상할지도 모를 재난 이야기를 다음 작품에서도 다루게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궁금해지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어서 기대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재난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스즈메는 의자로 변한 소타와 함께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문을 찾아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행 중에는 뜻밖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치카와 루미가 등장하는 씬에서는 자신들의 공간이 페허가 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밝고 낙천적인 모습에 스즈메에게는 적잖이 용기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스즈메 자신에게 필요한 상처 치유의 순간을 그리고 희망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즈메는 여행 중에 만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이들의 밝은 모습과 일상을 함께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다리가 세 개 밖에 없는 낮은 의자로 변한 소타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었는데,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조금은 단순한 내용이었음에 맥이 플린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하게 꽃미남 소타를 그냥 원래의 모습 그대로 스즈메와 함께 다니면 그 이상의 존재로 보이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는 점과 그건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점에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개뿐인 다리는 오히려 스즈메의 상처를 드러낸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쓰나미로 인해 떠 밀려온 한 개의 다리가 부서진 의자는 불안정한 그리고 내재되어 있는 스즈메의 아픈 상처를 상징한다는 점이 공감을 주기에 충분한 답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다리가 세 개뿐인 의자는 너무나 잘 움직이고 잘 달린다. 생각 외로 너무 활동적인 의지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뛰어다닐 때 보는 사람은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의 의문점은 마지막 장면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 속에서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뛰어난 작화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방식으로 풀어가는 스토리에 재난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더할 나위 없이 기대를 갖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양념으로 잘 바 무려 져 우리의 입맛을 충분히 돋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2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로드무비 식의 다양한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스즈메의 감정선은 조금은 느슨한, 가볍게 지나가는 듯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맘 편히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분명 아니지만 재난이라는 주제가 주는 의미와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은 조금은 진지함을 가져도 좋을 듯한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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