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저 찰스 디킨스 · 북로드 · 2015.12.20 · 영미소설 · 더클래식북스 시리즈
2025.06.30 ~ 07.09 · 15시간 35분
아주 오랜만에 꺼내 든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2022년 11월에 읽은 ‘두 도시 이야기’에 이어서 두 번째 읽은 소설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 전후에 있었던 민중들의 방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위대한 유산’은 1861년에 출간된 디킨스의 대표 소설로 빅토리아 시대의 계급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인간 내면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는 성장 과정, 그리고 주인공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유산 상속에 얽힌 스토리를 방대하게 담고 있기도 하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인물들 간의 연계성과 관계성을 밀도 있게 그리며 진행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속에서 유산에 대해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가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스토리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주인공 ‘핍’은 부모가 자신이 어렸을 때 죽어서 부모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누나와 가난한 노동 계층인 대장장이 매형인 ‘조 가저리’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누나에게 학대를 받으며 살아 가지만, 조 가저리와 서로 의지하고 때로는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 둘도 없는 친구처럼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핍의 부모가 잠들어 있는 교회 묘지 근처 습지대에서 탈옥수를 발견하고 그를 도와주게 된다. 주인공 ‘핍’은 부유한 집안의 ‘미스 헤비섬’의 집에서 ‘에스텔레’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되면서 꿈이 생기게 된다. 신사가 되는 것. 그것만이 ‘에스텔레’를 부끄럽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으며, 런던으로 가서 신사가 되기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영국은 급변한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 발전이 절정에 달했던 빅토리아 시대는 물질적인 부를 축적한 중산층 계급이 사회적으로 부상하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재산과 신분이 세습되던 사회에서 스스로 부를 이룰 수 있는 사회 구조로 바뀌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신분 상승 욕구가 강했고, 이를 대변하며 새롭게 나타난 것이 바로 ‘신사’ 개념이다. 적당한 교육을 받고 일정한 수준의 수입과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과 예의를 갖춘 남자를 일컬어 신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물질주의가 팽배하면서 정신적인 부분은 외면되고 오직 재산과 신분, 겉모습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주인공 ‘핍’ 또한 작은 시골 마을의 노동 계급이라는 비천한 신분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신사가 되기를 꿈꾼다. 멋진 양복을 입고 대도시 런던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사교 모임에 나가고, 보트를 몰면서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이 바로 신사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핍은 오직 돈을 거머쥐기 위해 위선을 일삼으며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자신을 신사로 만들어준 것이 부유한 상류층의 아량이 아니라 밑바닥 인생을 산 죄수의 너그러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락으로 떨어진 신사가 된 자신을 일으켜준 것은 시골 대장장이이자 매형이며 진정한 친구인 ‘조 가저리’의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분 상승 욕망에 사로잡혀 속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던 핍은 결국 부유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에 의해 신사가 되는 것인 아닌 사회 구조 속에 가장 밑바닥인 최하층과 노동자 계급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인간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섯 명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살펴보면, 먼저 주인공 ‘핍’은 누나와 매형인 대장장이 조와 살아가고, 훗날 익명의 후원자에게 거액의 상속을 받고 신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가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보살펴 준 조와 그 주변인들을 자신의 삶에서 지워버리려는 매정한 신사로 성장하게 되지만, 익명의 후원자를 알게 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인간적인 성숙을 이루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찰스 디킨스 특유의 도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이 소설 속에서의 상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 가저리’는 핍의 매형이자 대장장이로 가난한 삶 속에서 핍과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하고 순박하고 순수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끝까지 핍을 진정한 친구로 그를 아끼고 이해하며,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미스 헤비섬’은 과거 결혼 사기를 당하게 되어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까지 그때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니고 집안의 모든 창을 막아 빛이 들지 않는 저택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집이 센 여자로 등장한다. 자신의 복수심을 위해 에스텔레를 철저히 이용하는 여자로 등장하지만, 최후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의 딸 ‘에스텔레’는 양녀로 미스 헤비섬에게 양육되면서 남자들에게 복수심을 유발하여 도도하고 냉정한 여자로 등장하고 핍이 자신을 짝사랑하게 된 사실을 알면서도 핍을 외면한다. 그리고 마지막 주요 등장인물인 ‘매그위치’는 빅토리아 시대의 최하층민으로 범죄자이며, 주인공 핍의 익명의 후원자이기도 한 인물이다. 어렸을 때 감옥선에서 탈출하여 어렸던 핍을 협박하여 도움을 받은 인물이다.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인간미를 간직한 이중적인 모습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찰스 디킨스는 매그위치를 통해서 당시의 사회적 낙인이 찍인 부조리를 비판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은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소설의 이야기는 핍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다가 가끔씩 과거형으로 얘기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부분이기도 한 부분은 주인공 핍이 과거를 회상하듯이 서술한 부분들이 있어서 가끔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위에서 나열한 등장인물 이외에도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위선적인 태도와 풍자적인 익살스러운 인물인 펌블추크 그리고 그 외에도 핍의 막대한 유산을 관리하는 후견인은 차갑고 냉정한 변호사 재거스와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는 웨믹은 진정으로 핍을 도와주는 인물로 등장하고 런던에서 살면서 만난 허버트는 핍의 진정한 친구로 핍은 그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돕고 있으며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연계성을 갖고 진행하다 보니 집중하지 않고 읽어 가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다수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이 인물들의 관계성과 사건들이 서로 얽히며 진행한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변곡점이 될만한 장면을 여럿 볼 수 있다. 핍이 탈옥수를 도와주는 장면, 에스텔레를 첫눈에 반하는 장면, 그리고 유산 상속으로 런던에서 신사가 되기 위한 장면, 탈옥수인 메그위치가 핍을 찾아오는 장면, 그리고 에스텔레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 미스 헤비섬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 그리고 매그위치를 해외로 도주시키려는 장면, 그리고 핍이 매그위치에 동화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켜봐 주는 장면, 조 가저리가 아픈 핍을 돌봐주는 장면 등 많은 변곡점이 등장하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매그위치가 사형선고를 언도받고 형 집행을 앞두고 감옥에서 죽고, 그 아픔을 잊지 못하고 열병이 있을 때, 조 가저리는 조용히 그의 옆을 지키며 서로 나누는 대화를 읽는 장면에서는 나의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몰입되어 있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이런 감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를 있을 듯하다. 유산이라는 것은 부과 권력이 아닌 인간성의 가치에 두고 있다는 것과 스스로의 삶 속에서 내면의 성장을 일깨워 가는 자아 성찰의 과정이라는 점을 주인공 핍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가는 점에서는 에스텔러를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그리고 작가인 찰스 디킨스를 통해서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계급 사회 속에서 신분 상승이 가지는 허무함을 이 소설에서 알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때문에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가 누려야 할 것들이 과연 부와 권력, 신분 상승인지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진정한 유산은 부와 신분 상승이 아닌 우리 내면이 가지는 가치가 정말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상적인 문장
시련보다 강력한 가르침은 없어. 시련을 겪으면서 나는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동안 나는 꺾이고 산산이 깨졌어. 하지만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
자신이 사는 집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건 가족들에게 아주 배은망덕한 생각이며, 벌 받아 마땅한 짓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비참한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