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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전달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다

kimdirector 2020. 12. 26. 22:10 

인터페이스는 무언가를 주고 받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자 통로이다.

 

커뮤니케이션 이슈는 대개 내용(Contents)보다는 관계(Relation) 차원에서 발생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무엇을(What) 전달하느냐 보다는 어떻게(How) 전달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메시지는 단지 메시지일 뿐, 메시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사람이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연구 대상은 주로 사람이다.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메시지라도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 사용자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고 송신자와 수신자가 서로에게 맞춰가는 적응(Adjustment) 과정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잘 알고 있거나 이미 대화해 본 경험이 있으면 커뮤니케이션은 편하게 진행되지만, 서로의 눈높이가 달라서 의미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은 지루하고 어려운 과정이 된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왜 이해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 또한 인터페이스가 왜 이해가능성(Understandability)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우리가 인터페이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사용자의 메시지 수용(Acceptance)이다. 그런데 메시지 수용은 반드시 이해 과정을 필요로 한다.

 

지각된 정보를 모두가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정보라도 개인의 경험, 지식, 신념에 따라 달리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이해 과정은 메시지 그 자체만으로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을 실천하고자, 실무 현장에서 ‘전달보다는 이해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투입된 노력만큼의 변화가 없는 것은 오랫동안 대화했음에도 남는 것이 없는 대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지루했기 때문에 후속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가 반드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예술이나 문학 작품처럼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한다(커뮤니케이션의 표현적 기능, Expressive function). 그러나 디자인에 의한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는 실용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적 기능(Instrumental function)을 수행해야 한다.

 

도구적 기능의 커뮤니케이션은 명령, 설득 등 어떤 것(Something)이 되도록 하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일(Work)을 필요로 한다(William Stephenson). 따라서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일(Work)의 주요 과정은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Understanding)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했는가를 나타내므로 송신자의 의도한 의미가 수신자의 납득한 의미와 일치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해가 ‘정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 ‘정도’가 같을지라도 다른 입장에서 해석하게 되면 ‘시각차(Difference)’가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의미를 아주 다르게 해석하면 ‘오해(Misunderstanding)’가 생기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도한 대로 의미를 이해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해로 귀결되어선 곤란하다고 본다. 슈람(Wilbur Schramm)은 공유된 것은 기호(Sign)이지 의미가 아니며, 의미는 끝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미디어일 경우는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어려워진다. 즉, 상대방의 반응과 커뮤니케이션의 정황(Context)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의사소통의 유연성은 떨어지게 된다. 가령,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때는 틀리게 얘기하더라도 피드백을 통해 곧바로 메시지의 의미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지만,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그렇지 못하다.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대화할 때가 더욱 신중해지듯이,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좀더 사려 깊은 디자인이 요구된다. 그래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이해 과정을 염두에 둔 정보 디자인이 필요하다.

 

내용이 조직적일수록 이해가 더 잘 된다고 한다. ‘조직적’이라 함은 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계를 갖추면 전체를 조망하기 더 쉬워진다. 전체를 좀더 쉽게 조망하기 위해선 내용의 주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대개 주제는 내용에 대한 개요(Overview)나 제목(Headline)을 통해 제공된다.

 

특히, 사람들은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비교적 간략한 개요나 제목은 복잡하지 않아 쉽고 빠른 이해를 돕는다. 게다가 복잡한 내용이더라도 개요나 제목을 먼저 읽으면 그만큼 내용에 대한 이해도 쉬워진다.

 

따라서 사용자의 이해를 돕는 정보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면 개요와 제목에 각별한 정성을 들여야 한다. 물론 이 정성의 방향은 반드시 목표 사용자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주목(Attention)을 끌기 위한 제목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Delivery)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해를 돕긴 어렵다.

 

개요나 제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쉽고 빠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봐야 한다. 많은 웹 사이트들이 일 년에 한 번 정도의 리뉴얼을 하고 있는데, 대개 그래픽 디자인은 개선하면서 정보 디자인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내용(What) 자체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면 내용을 어떻게(How) 이해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가져보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이슈는 내용보다는 관계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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