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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웹디자이너의 2% 부족

kimdirector 2020. 12. 30. 13:39 

오늘의 리뷰 대상도 지난 칼럼에 이어서 웹사이트가 아닌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웹디자이너에 대한 얘길 하고자 한다. 웹프로젝트 현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웹디자이너이며, 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것도 웹디자이너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들에게 늘 아쉬운 2%가 있었다. 바로 ‘WHY’와 ‘SLOW’ 이다.

 

웹디자인에서 '어떻게 만들었는가' 보다, '어떤 의도로, 어떤 목적에 입각해서 디자인 기획을 했느냐' 가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현업 웹디자이너(웹디자이너 지망생들은 더더욱 그러한 경향을 가지고 있고)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능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만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부분만 중심적으로 공부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동반하게 된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이는 만큼 행동하지 않던가!

 

실제로 웹사이트 프로젝트에서 만난 웹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준비한 디자인 시안이 어떤 의도와 어떤 목적에 입각하여 기획된 것이며, 그것이 웹사이트에서 어떠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명확한 답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즉, 객관화하여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못해낸다는 것이다.

 

원래 디자인이란 영역은 객관화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웹디자인은 예술적이거나 시각 중심의 디자인 영역이 아니다. 웹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영역이며 정보디자인의 영역이다. 따라서 객관화해야 하고, 설명될 수 있어야 하며, 타당성과 논리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웹디자인은 결코 좋은 웹디자인이 될 수 없다’ 라는 필자의 견해가 너무 지나친걸까?

 

잘 만들어 놓은 웹사이트에서 로고와 회사 혹은 사이트명만 살짝 바꾸면 순식간에 전혀 다른 분야의 사이트로도 탈바꿈할 수 있다. 즉, 특정 사이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사이트에 특화하여 웹디자인을 한다기 보다, 보편적인 정서와 주관적인 감각에만 의존해서 웹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HOW’만 있을뿐, ‘WHY’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이 웹디자이너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만도 없다. 그들이 그렇게 배워왔고, 또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여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웹디자인을 생산하는 환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웹디자인 관련한 교육현장에서도 'HOW'에만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그리고 웹디자인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본 현직 웹디자이너들이 주로 웹디자인의 'HOW'에만 관심을 가지는 현실도 종종 목격한다.

 

실제로 웹디자이너에게 어떤 웹디자인 시안을 보여주고 'HOW'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에 대부분의 웹디자이너들은 답을 알고 있다. 여러명의 웹디자이너에게 동일한 질문을 해도 대개 비슷비슷한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만큼 'HOW'에 대해서는 보편적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능적인 측면만 따지고보자면 평준화는 된 셈이다.
 

그러나 'HOW'가 아닌 'WHY'를 질문하게 되면 대다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곤 한다.

 

그들은 이제껏 'HOW'가 아닌 'WHY'로 접근하는 방법을 접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WHY'보다 'HOW'를 더 강조하는 문화는 우리 주변 환경의 산물이자, 관련되는 교육현실의 결과물이다. 이제껏 국내에서 받아온 어떤 교육에서도 ’왜‘라는 질문을 통해 원리와 체계를 차근히 분석하고 논의하고 고민할 기회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반면, ’이것은 이것이다‘를 빨리 외우고, 빨리 활용하는 것에만 우리의 관심이 기울여졌던 것이다.

 

웹디자이너들에게 ‘왜, 혹은 무슨 의도로 무엇을 기대하고 그렇게 만들었어요?’라는 질문이 일반화(혹은 당연시)될 수 있길 기대한다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늘 빨리 뭔가를 배우고, 빨리 활용해야만 한다는 'FAST'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느림'을 요구해보고 싶다.

 

무조건 빨리가는 것이 아니라, 가야하는 이유와 목적을 제대로 알고 조금은 늦은 듯 보여도, 한번에 확실하고 분명하게 가는 'SLOW'는 디자인을 논하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FAST’를 추구한다면 오히려 ‘SLOW’를 이해해야 한다. 빨리하려다 시안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 여러 번 하다보면 오히려 그게 더 느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천천히 해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웹디자인은 테크닉이 아니라 전략으로 접근해야할 영역이다. 실제로 웹디자이너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들은 웹디자인을 수행하기 위한 창의력과 전략적인 사고이다. 툴을 다루는 테크니컬한 부분이나, 제작과정에 대한 이해는 중요성에서는 한순위 아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의 상당수의 웹디자이너들은 툴을 다루고, 제작을 하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구현하려는지, 또 어떤 효과와 결과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채, 어떻게 하면 보기좋고 빠르게 만들어낼 것인가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

 

웹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눈과 함께 디자인 뒤에 숨겨진 컨셉과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또하나의 눈을 가져야 함을 'WHY'와 'SLOW'라는 키워드를 통해 읽어낼 수 있길 바란다.

 

@korea.internet.com[김용섭의 웹사이트 리뷰 | 저자: 김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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