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저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 2021.08.18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1.13 ~ 01.18
《지구 끝의 온실》을 읽기 전에는 다른 책을 읽으려 했다가 우연히 읽게 된 소설이다. 김초엽 작가도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고 이전부터 알고 있던 소설이었지만, 제목과 책 커버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커버에서 느껴지듯이 화려한 채색이 주는 느낌이 조금은 남다른 것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생겨 버렸고, 결국은 읽어 버리고 말았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 듯하다. 별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김초엽 작가의 대해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작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소설을 쓰는 작가인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던 마음도 있었다고 해야 하는 게 내 본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작년 8월에 출간된 책으로 김초엽 작가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많이 기다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팬층이 있는 작가가 아닌지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생각보다 젊은 작가(28세)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은 놀란 기억도 있다.
《지구 끝의 온실》은 김초엽 작가가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 한다. 이전까지는 중편소설. 또는 개인 소설집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의 주된 장르는 SF라는 점도 남다른 면이 있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10대 때 3급 청각장애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적 메시지,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자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나름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아내는 작가로 보면 이 소설을 읽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구 끝의 온실》의 주된 내용은 더스트라는 알 수 없는 안개로 인해 지구의 80%의 인구가 사라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2050년대 중 후반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멸망되어 가던 세계 속에서 밝혀지지 않고 묻혀있던 과거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소설도 위에서 얘기했듯이 SF 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 속의 배경만 그렇게 보일 뿐,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 중심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굳이 SF라는 장르를 가지는 특징적인 요소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2050년대 중 후반이라는 설정이 주는 의미도 가장 가까운 미래를 그린 것이라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설 속의 현재는 2070년대이니까 현재에서 한 50여 년 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소설의 주된 스토리는 전체 5부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1부에서는 현재의 2070년, 주인공인 한국 여자 ‘아영’이라는 식물학자 시점에서 시작된다. 덩굴식물인 ‘모스바나’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며, 의문의 메일을 받으며 과거 속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2부에서는 과거 속의 더스트 폴이라는 안개가 발현되는 시점부터 마녀라고 불린 자매인 아마라와 나오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3부에서는 자매가 프림 빌리지에 우연히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으며, 4부에서는 프림 빌리지의 생활과 리더인 역시 한국인 ‘지수’와 온실에서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 레이첼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5부에서는 현실을 돌아와 다시 아영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여기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식물학자인 ‘레이첼’에 대한 이야기로 지수와 함께 온실과 프림 빌리지를 지키고 있는 부분이지만, 레이첼은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 인간으로 등장한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간으로 등장하지만, 레이첼만은 유일무이한 인간이 아닌 인간처럼 생각하는 로봇으로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위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김초엽 작가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한 장치로 사이보그를 등장시킨 게 아닌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가깝든 멀든 미래에 등장할 수 있는 인간형 사이보그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현실 가능한 설정을 함으로써 SF 적인 느낌을 주려 한 게 아닌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늘 레이첼의 고장 난 팔과 다리 등을 수시로 고쳐주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레이첼은 지수에게 느끼는 감정을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애틋함을 보여 주기도 한다.
《지구 끝의 온실》은 지구의 가까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느 SF 소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구 멸망이라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를 큰 틀에 두고 있다. 그리고 더스트로 인해 무너져버린 지구를 재건하기 위한 스토리를 배경에 두고, 더스트 이후 새롭게 나타난 덩굴식물인 모스바나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더스트로 인해 멸망해 가는 세계는 혼돈 그 자체일 테지만, 그런 재난으로 인한 인류 멸망에 대한 내용도 스토리의 배경으로 설명을 할 따름이다.
이 소설은 멸망에 가까운 재난을 겪으며 무너져 버린 세계를 구하는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단지, 프림 빌리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서로를 기억하고, 서로에게 한 약속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소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의 전반적인 내용이 거대하거나 또는 거창하지 않다. 그리고 이 소설로 뭔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는다. 그냥 먼 미래에도 가장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지금과 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담하게 그린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초엽 작가를 이 하나의 소설로 모든 것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다른 소설을 읽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꾸 김초엽 작가가 궁금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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