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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작별인사' 인간과 휴머노이드와의 대립 속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kimdirector 2022. 1. 21. 15:52 

 

 

작별인사

저 김영하 / 밀리오리지널 / 2020년 2월 15일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1.18 ~ 01. 20

 

 


 

 

올해 들어서 요상하게 디스토피아적인 책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2022년 1월에만 모두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들이다. 무슨 계시를 받은 걸까... 이번에 읽은 소설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SF 장르나 미래를 주제로 한 소설들은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컨셉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소재의 다양성 때문에, 아니면 흥행을 위해서... 어찌 되었든 이번에 읽은 소설도 SF 장르에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담고 있으며, '김영하' 작가의 7년 만에 돌아온 장편소설 《작별인사》라는 소설이다.

 

《작별인사》는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에, 현재에서 100여년 뒤인 통일된 한국이 주된 배경이다. 100여 년 뒤인 시대에도 세상은 멸망의 기운이 깊이 있게 드리워져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통해서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등장인물인 '철이'라는 17세의 소년은 자신이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100여 년 후의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먹고, 마시며, 배변을 하며 잠을 잔다. 그리고 인간과 같이 늙어가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며,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 자신이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시대인 것이다.

 

'철이'는 우연히 아빠와 시내에 나왔다가 무등록 로봇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고 휴머노이드 수용소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복제인간인 ‘선이’와 철이와 같은 휴머노이드인 ‘민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되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인간만이 자신들이 원하는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휴머노이드들은 인간말살이라는 기치 아래 인간들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직접 만들게 된다. 인간이 편해지려고 만든 로봇이 인간을 배신하는 것이다. 결국 인류는 로봇에 의해 멸망하게 되고 지구에는 복제인간인 ‘선이’만 살아남게 되지만 그마저 노화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이’ 마저 불의의 사고로 마지막 휴머노이드도 지구에서 사라지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 ‘터미네이터’라는 영화가 떠오르게 된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라면 모를 영화가 아닐 것이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영화도 로봇에 의해 멸망에 가까운 세상을 그리고 있고,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닌 로봇의 세상으로 뒤바뀌어 인간이 로봇에 도전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적인 느낌과 소설 속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만, 큰 문맥적 스토리 배경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를 소개한다면, 비디오 게임 타이틀인데, ‘디트로이트:비컴 휴먼’이라는 게임이다. 아마 많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성보다는 스토리에 매력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게임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으니 꼭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간단한 줄거리는 가까운 미래인 2038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가정마다 휴머노이드를 가지고 있으며, 휴머노이드는 인간에 복종하고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일부 휴머노이드들은 자각을 하며 인간에 반기를 드는 휴머노이드가 생기게 되고 인간과 같은 조건의 인권보호를 주장하며, 인간과 같은 대우를 원하게 된다. 그 속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와의 대립을 그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빠졌지만,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 게임은 《작별인사》라는 소설도 그런 맥락에서는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제목이 작별인사라는 것도 '철이' 입장에서는 아버지와의 작별과 '선이' 와의 작별, 그리고 세상과의 작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휴머노이드 주인공인 ‘철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던져진 모든 화두로부터의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하다 보니 어떤 느낌이랄 것은 없다. 다만 , 소설 속의 느낌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상황 전개가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소설이 가지는 내용이 많고 복잡할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내용도 복잡하지 않고, 주된 스토리가 가지는 내용과 목적의식이 통일되고 일관성있게 진행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되어 버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별인사》는 밀리 오리지널로 출간되다 보니 ‘밀리의 서재’ 앱에서만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소설의 좋고 나쁘다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일반 서점에서도 구매가 가능하게 한다고 했는데, 아직 직접 구매는 어려운 것 같아 아쉽게 생각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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