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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kimdirector 2022. 4. 5. 08:08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저 박완서 / 세계사 / 2020.12.07 / 에세이

독서기간 : 2022.03.24 ~2022.03.31

 

 

 


 

 

 

오랜만에 박완서 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박완서 님의 책은 세 번째이기도 하지만, 한동안 조금 무거운 책들을 읽은 탓에 조금은 힐링을 위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기 위한 책을 고민하다가 박완서의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에 대해서 익숙한 면도 있지만, 자극적이거나 불편함이 없는 그저 편안하게 읽어 볼 요량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특유의 필체를 다시금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이 느낌은 박완서 작가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고유의 문체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주옥같은 문체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박완서 작가의 살아 생전에 기록해 왔던 것들 중에서 빼어난 감성적인 면과 조금은 시크한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부분들, 즉 박완서 작가의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적인 면과 작가 개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박완서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주변에 한 번쯤은 있을 법한 일들을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활용하면서 소소하게 전달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어렸을 때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담겨 있어서 다시금 읽어 보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또한,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아들을 앞서 보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엄마로서의 참담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 등단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글들은 그냥 습작처럼 쓰인 글들처럼 보이지만, 개 중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히고 있는 것들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고, 글쓰기 당시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내용도 있는데, 솔직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에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또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애착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그중에 한 문장이 머릿속에 훅 하고 들어온 내용이 있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 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기를 매 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
-본문 중에서

 

 

위의 문장처럼 나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박완서의 글쓰기에 털 끝만큼이라도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나도 나의 일상을 하나씩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소소한 나의 일상을 일기 쓰듯이 말이다. 지금이라도 시작해 볼까 조심스럽게 접근해 봐야겠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언가 대단하게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인 글들이 아니다. 그저 박완서라는 작가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함과 담백함을 그리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작은 것에서부터 찾아가는 차분함이 들 수 있는 오솔길을 걷는 듯한 영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을 글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마치 오솔길의 끝에 다다른 듯한 나의 모습에 왠지 모를 따스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가슴속에 그냥 차분함에 옅은 미소를 띠는 이유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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