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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가 말할 때' 법의학자가 죽음을 파헤치며 마주한 가장 인상적이고 비극적인 12편의 이야기

kimdirector 2022. 3. 22. 08:06 

 

 

 

죽은 자가 말할 때

법의학이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저 클라아스 부쉬만 / 역 박은결 / 웨일북 / 2021.11.15 / 인문학

 

독서기간 : 2022.03.15 ~03.18

 

 


 

 

 

요즘에는 법의학 또는 프로파일링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일까. 드라마에서도 다루고 있고, 다양한 서적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 또한, 법의학을 다루는 책으로 실제로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토대로 죽은 사람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기록에 가까운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건의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기 마련인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대표적인 법의자로 ‘클라아스 부쉬만'은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는 낯선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저자의 약력이나 프로파일을 알고 싶지는 않다. 그냥 독일의 유명한 법의자라는 사실만 아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실제로 독일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들 중에서 기이하거나 독특한 사건만을 간추려서 정리했고, 그렇게 간추려진 사건을 법의학자로써의 견해와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의학적 용어들과 설명들이 구체적이고 지리할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은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 읽는 면에서는 부담스러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의학책이 아닌 이상 본인과 같은 일반인도 접근하기에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죽은 자의 상태에 따라 판명되는 다양한 법의학적 소견으로부터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지식까지는 않아도 얕은 지식이라도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면 나름 성공한 독서가 될 듯 한 생각이다.

 

이 책의 첫번째 사건에서부터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매력을 주고 있다. 국경을 넘어서는 남자가 뒷 좌석에 죽은 아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을 하고 죽은 자의 모습에서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진실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쩌면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하기 위해 소설적인 문체를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의학적 내용으로 다소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소설적인 문체를 통해서 조금은 어려움을 느낄 법한 것들이 가볍게, 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법의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법의학자가 되기 전에 가졌던 응급구조원일 때의 다양한 사건도 다루고 있다. 또한 법의학자로써 가지는 직업적 특성을 군데군데에 잘 드러내고 있다. 법의학자라는 직업의 가지는 자부심이나 고충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법의학자에 대한 직업적 의식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법적인 이해도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는데, 이부분은 독일의 경우에만 해당되는지, 우리나라에서도 해당되는지 모르겠지만, 책 속의 내용을 소개해 본다.

 

인간의 몸에 있는 체강은 두개강, 흉강, 복강, 이렇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슴과 배는 횡격막으로 나뉜다. 총을 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등의 공격으로 이 체강 중 하나가 ' 열리게 ' 되면 법률 상 살인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 법전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독일 법정에서 널리 합의된 내용이다. 또한, 공격을 당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모살죄나 고살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형량이 높아진다. 팔과 다리의 자창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법부가 의학계나 경찰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의학적 지식을 배울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한 가지를 소개한다.

 

맥이 뛰는 상처가 생기면 출혈로 사망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인간의 몸에서 순환하는 혈액량은 체중의 8% 정로를 차지한다. 몸무게가 100킬로그램 정도 일 경우, 거의 8리터의 혈액이 있다는 것이다. 이중 삼분의 일이 손실되면 (100킬로의 경우 2.6리터) 쇼크가 발생한다. 쇼크 상태에 빠진 사람은 출혈을 즉시 멈추고, 산소를 투입하고, 다리를 들어 올림으로써 사지에서 몸통과 머리로 피를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심장 질환이 있는 90세 노인은 25% 정도의 피를 잃기만 해도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활자로 된 서적을 읽기 때문에 활자를 읽으며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책 속의 상황을 인지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만 그런지 다른 독자들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로만 본다면 이 책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다양한 사건들 속에 죽인 자의 진실을 알아가는 상황, 즉 부검실이나 사건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설명을 읽고 있어도 이상하게 상상력이 동원되지 않는다. 그냥 오로지 활자에 의존해서 읽었을 뿐으로 기억된다. 죽은 자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냥 온전히 활자에 집중하게 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렇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숨을 깊이 있게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하게 흥미를 이끌기 위해 썼다고 보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다양한 사건 속에는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을 통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법의학자들의 행동 또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책 속의 내용은 다분히 독일의 법의학자들의 모습에 국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의학자들의 모습과 통용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큰 줄기의 맥락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누구 하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 진다.

 

이 책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법적 이해도와 의학적 이해도에 따라 읽는 재미를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법과 의학의 지식이 없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소설적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나에게는 생소한 법의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의학적 지식 또한 배우게 된 점이 좋았던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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