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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뿌리 깊은 나무’ 훈민정음을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의 의미

kimdirector 2022. 3. 16. 18:27 

 

 

뿌리 깊은 나무

저 이정명 / 은행나무 / 2015.11.11(전자책) / 한국소설, 역사소설

독서기간 : 2022.02.16 ~ 03.14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은 머릿속에서 되뇌어야 기억날 정도로 제대로 머릿속에 간직된 것 하나 없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한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다른 소설들이나 책들은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그리 많은 기억이 없는 것이 나름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그래서 난 듯하다. 종이책은 1/2권으로 나눠어서 출간된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전자책으로는 종이책 2권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상당히 많은 쪽수를 가지고 있다. 한번 손에 든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하는 성질로 인해 상당한 기간 동안 읽게 되는 고통도 수반되긴 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이 책의 내용과 읽었을 때의 기억은 머릿속에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장담한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소설이기에 픽션소설로 봐야 하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을 두고 있는 추리소설로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역사적 사실과는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소설 초반에는 세종대왕의 최 측근이었던 장영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신들의 음해로 인해 세종과 멀어지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진 않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오로지 연쇄살인사건을 파혜쳐 가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시작되고 이 한 사람으로 인해 마무리되어진다.

 

이 소설은 세종 28년(1446년)의 여러 가지 업적 중에서 최고로 받드는 것 중에서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훈민정을 둘러싼 집현전 학자들의 알 수 없는 4건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 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담고 있다. 살인사건을 파혜쳐가면서 다양한 복선을 담고 있어서 소설의 내용이 상당히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다른 사실들을 밝혀내지만, 그럴수록 더 복잡한 인과관계와 사건의 관계성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4명의 집현전 학자들이 하루에 한 사람씩 자살을 위장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겸사복 ‘강채윤’이라는 인물이다. 겸사복이라는 직함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쉽게 말하면 궁궐의 수비를 도맡는 직으로 궐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관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강채윤’이라는 인물은 똑똑하고 일에 빠지면 파혜처서 기필코 알아내고야 마는 성격의 사내로 이 소설에서는 없서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연쇄살인사건을 알아 가면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을 더욱 채찍질을 하며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고자 자신의 몸이 상한지도 모르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정명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으며, 주요 인물들의 심리묘사들을 섬세하고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서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집요하리 만치 파고드는 장점이 있는 듯하다. 또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복선을 다루고 있는데, 이 또한, 상황이 주는 복선보다는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인물 중심의 복선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주는 의미를 해결해 가는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이 소설 속에는 어려운 문법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역사소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의 복잡도가 있는 만큼 문법적인 부분은 조금은 쉽게 하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궐 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다 보니 조선시대에 걸맞은 문법을 사용해서인지 한문이나 한자로 표기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기 위해 주석을 읽어야 하는 부분은 조금은 곤욕이라고 하겠다. 스토리의 흐름을 깨뜨리는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결국 연쇄살인사건은 해결이 되지만 세종대왕 당시의 상황은 기득권자들의 사대주의 이론자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 되지만,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600여 년 전의 시대상의 모습은 격변을 겪어야 했던 시기이기도 했으며, 기득권자들은 스스로 자진 것을 내려 놓지 않으려 사대주의, 관료주의에 매몰된 관료들의 울타리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먼 과거 속의 일로 치부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에도 기득권자에 의해, 사대주의에 의해, 관료주의에 의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도 수많은 격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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