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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타인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에 관하여

kimdirector 2022. 4. 20. 08:02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타인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에 관하여

 

저 신형철 / 한겨레출판 / 2018.09.22 / 에세이

독서기간 : 2022.04.04 ~04.19

 

 

 


 

 

 

요즘 이상하리만큼 에세이를 많이 읽는 듯한 느낌이다. 에세이도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과 비교될 만큼 좋을 책들을 찾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 에세이도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세이의 장르적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저작자의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모습이나 사색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들이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저작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비교해서 정리해 보는 묘미도 느낄 수 있는 것도 나만이 가지는 에세이를 읽는 재미라고 얘기하고 싶다. 물론 에세이의 장르적 특징으로 인한 무미건조한 부분도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높낮음이 없기도 하여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법도 해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겐 흥미를 쉽게 잃게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에세이를 읽게 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공통점이 있는 에세이를 찾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그리고 내가 이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은 단순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라 하겠다. 슬픔에 관한 이야기들만 채워 넣은 책은 처음이라 할 수 있겠고, 책표지에서 느껴지듯이 왠지 슬픔이라는 주제의식이 갖는 의미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그런 면에서 조금은 남다른 아니면 평소에는 잘 느끼지 않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화법으로 풀어가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결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체로 읽는 이에게 조금씩 스며들 듯이 자신의 이야기에 젖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슬픔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영화, 소설, 시, 그리고 다양한 신화 속에서, 정치적 상황 등에서 슬픔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 되고 말았다. 크게 두가지의 이유와 한 가지의 사소한 이유가 그것이다. 크게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슬픔을 얘기하는 대부분의 이야기의 흐름을 저자가 보고 읽은 것에 대한 리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읽었던 것들에 대한 사색적 회상이라고 해야 할까? 두 번째는 슬픔과는 무관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써온 글 중에서 슬픔에 관한, 그리고 좋은 글들을 선정하여 이 책에 담았는데, 조금은 뜬금없는, 주제의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부분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소한 한 가지는 정치적인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인 이유에 대해서 우리에게 슬픔을 준 부분은 분명히 있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를 배재하고 이야기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기에 책을 읽으면서까지 피로도를 느낄 이유는 없다는 게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슬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꺼리 속에서도 내가 읽었고, 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나름대로 새롭게 다가와서 좋았던 부분들도 있다. 슬픔이란 우리에게 분명 가깝지도 멀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예정된 슬픔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럽든, 예정되어 있든 슬픔을 겪고 나면 다시 살아간다. 슬픔을 잊기 위해 살아가든 살기 위해 슬픔을 잠시 접어두든 어찌 되었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슬픔을 회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든 슬픔은 우리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한 단계 성숙함을 기를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타인에게 슬픔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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