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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별을 스치는 바람'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 것은 한 줄의 문장, 한 편의 시였다.

kimdirector 2022. 8. 31. 08:01 

 

 

 

 

 

별을 스치는 바람

저 이정명 / 은행나무 / 2018.05.18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8.18 ~ 08.30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첫 장부터 마지막 한 장을 넘기기까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뭔지 모를 아득함을 느꼈고, 마음 한 컨에 알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이 깃들었다. 이 소설이 이렇게 까지 나에게 힘듬을 줄지는 몰랐다. 그럴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윤동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것일 테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겐 이 소설이 주는 남다른 면이 있었던 것으로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일까. 활자가 주는 의미있는 내용도 많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해지는 느낌과 정숙하게 읽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윤동주의 다양한 시들을 볼 수 있고, 그 당시 윤동주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그리고 그만이 가지는 천재적인 문학적 자질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의 시가 한글로 써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죄인이 되고 죄수가 되어 수인번호가 645번이라는 것과 그가 겪었을 두려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무너져가는 육체와 정신으로 인해 나의 마음을 무겁게 억누를 것 같기도 하겠지만, 격한 마음과는 거리가 먼 애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평정심을 가지고 정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그의 시들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소설을 통해서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에도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 속에는 윤동주의 상황이 주는 암담함과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로지 스스로 살아남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만기 출소만을 기다리며 당당하게 걸아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버틴 시간들이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두 명의 간수와의 인연이 담긴 이야기가 담겨 있고, 2차 세계대전 중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일제 치하라는 굴욕적인 상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어둡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윤동주의 절망적인 모습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속에서도 윤동주는 시와 문학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버텨보는 중이다. 오직 만기 출소만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윤동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긴 하지만, 윤동주 중심의 이야기 속에는 두 명의 일본인 검열관 간수가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줄기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먼저 스기야마 간수는 형무소 내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소년인 유이치라는 간수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 들어오기 이전의 시간들과 악질 스기야마 검열관 간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주요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재된다.

 

그 속에서 한국인 죄수들을 무력으로 행사하던 스기야마 검열관 간수은 윤동주의 시에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로지 윤동주만을 위한 비밀공간을 만들어 가며, 윤동주를 도와주면서 까지 그의 시를 탐익하게 된다. 결국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의문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와타나베 유이치라는 어린 소년의 검열관 간수 또한, 윤동주를 예의 주시하며 감시를 하게 되지만 결국 윤동주에게 동화되어 그를 돕게 되지만, 유이치는 스기야마의 죽임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윤동주를 이용하고 이해하려는 것이겠지만, 그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나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도 스기야마와 윤동주와의 관계를 알고부터 스기야마를 이해하고부터 윤동주에 동화되어 같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특이한 부분은 윤동주의 1인칭 시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일본인 검열관 간수인 와타나베 유이치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윤동주를 그리는 부분과 그리고 선임이었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스기야마라는 인물과 윤동주와의 관계를 그리는데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와나타메 유이치는 스기야마의 죽임의 진실을 알아가면서 그 속에 윤동주를 대입하며 오로지 와타나베 유이치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은 단순히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만 진행되지 않는다. 윤동주라는 인물에 대한 의미있는 소설이라는 점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미스테리한 살인사건이라는 추리적인 요소를 접목함으로써 이정명이라는 소설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이 배가되는 소설이라는 점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점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읽은 이정명의 소설의 대부분은 역사적인 배경 또는 시대적인 배경이 많이 담긴 소설로도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 또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이정명 작가 특유의 추리적인 요소들을 담음으로 해서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나를 흥미에서 그리고 재미라는 요소들을 느끼게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시대적인 배경에 미스테리한 사건을 접목한다고 해서 무조건 읽을만한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늘 이정명의 소설은 인물 간의 깊이 있는 심리적인 부분과 인물들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부분들을 활자로 끄집어내는 능력은 탁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 부분들이 이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도 고스란히 접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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