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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남자' 폴 오스터 특유의 기법이 잘 살아나면서도 보기 힘든 주제 의식을 담아 낸 소설

kimdirector 2022. 10. 17. 08:02 

 

 

 

어둠 속의 남자

Man in the Dark

 

저 폴 오스터 / 역 이종인 / 열린책들 / 2008.09.05 / 영미소설

 

독서기간 : 2022.09.23 ~ 09.30

 

 

 


 

 

 

 

폴 오스터의 두 번째 읽는 소설 ‘어둠 속의 남자’를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거대한 괴물’을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등장인물이나 소설 속 배경은 달라도 폴 오스터 소설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디테일한 인물 묘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로 인정할 만하다. 이 말은 틀릴 수도 있다. ‘어둠 속의 남자’는 ‘거대한 괴물’ 보다는 6년 전에 출간돼 소설이지만 본인은 거꾸로 읽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괴물’에서 느껴졌던 디테일한 인물 묘사나 상황이 주는 섬세함이 왠지 조금은 완숙된 것이 아닌,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졌던 소설로 기억되고 있다. 때문에 조금은 복잡하고 어수선함을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익히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일개 독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금은 낯설기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느낀 바를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거대한 괴물’에서 느꼈던 것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조금은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아이디어가 독특하다고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은퇴한 도서 비평가인 브릴은 아내를 잃고, 자신은 교통사고를 당하여 육체와 마음의 고통을 겪으며 극심한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생계를 위해 마술사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인 브릭은 눈을 떠보니 전쟁의 한 복판에 떨어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 상황에 대해서 사실을 알게 된다. 브릴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 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현실로 돌아가서 그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과 죽여야 하는 것도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자신과 상상 속의 자신이 연결되어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브릴과 이야기 속의 브릭은 그렇게 현실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소설 속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연관성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순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자와 그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만 있을 뿐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롤 하고 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치유하는 기능을 부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서 이 소설의 의미를 알아 갈 수 있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폴 오스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법을 익히는 데에서도 이 소설이 주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야기 속의 상황은 미국이 두나라로 쪼개지며 연방국가와 비연방국가 간의 전쟁이 발생되는 시점이 있다. 뉴욕주와 몇몇 자치주가 연합을 하며 연방국과 교전을 하며 전쟁 중이라는 설정,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만든 브릴이라는 사람을 죽여야만 이 이야기가 끝난다는 설정이 독특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출간 당시의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데,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브릴의 손녀 카티아의 남자 친구였던 타이터스라는 청년이 이라크에서 처참하게 살해되는 비디오를 불 수밖에 없었던 순간을 그리는 부분이 있다. 너무 극단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며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묘사했어야만 했던가 싶다가도 당시의 부시 행정부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주는 의미도 아주 깊다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내적, 외적인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하는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도 이야기 속에서 모두 자신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결국 이야기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과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주는 내용도 많지만, 이야기가 주는 행위 자체에서 모두에게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제목 없이 한 번에 읽기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흐름의 맺고 끝음이 없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지 않으면 앞 페이지 또는 여러 장의 앞에서부터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에서 현실 속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반대로 그냥 물 흐르듯이 진행되기에 집중력을 가지고 읽지 않으면 스토리가 뒤죽박죽 되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폴 오스터만의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섬세함, 감성적인 문체들 그리고 독특한 표현 방식과 아이디어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임에는 틀림없이 권장하는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어둠 속의 남자(양장본 HardCover)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어둠 속의 남자』. 미국과 거의 동시에 출간된 이번 소설은 불면의 밤을 견디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작가 특유의 기법이 잘 살아나면서도, 기존의 작품보다 강하게 현실참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일흔두 살의 은퇴한 도서 비평가 브릴은 불면증 환자이다. 몇 해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그는 불면의 밤을 견디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 속에서 미국은 내전을 치르고 있다. 9ㆍ11이 일어나지 않은 미국, 이라크가 아닌 국내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브릴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와 그의 딸, 그리고 손녀의 상처가 드러난다. 한편, 브릴의 이야기 속 주인공 브릭은 마술사로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전쟁의 한복판에 떨어져 있다. 전쟁의 무대는 독립파와 연방파 두 갈래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는 미국. 낯선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던 브릴은 이 모든 것이 브릴이란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야기의 창조자인 브릴을 죽여야 한다는 지령을 받는데…. [양장본]
저자
폴 오스터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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