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저 김초엽 / 밀리 오리지날 / 2022.07.11(전자책) / 한국소설, SF
독서기간 : 2022.11.22 ~ 11.23
오랜만에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가끔은 SF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잘 읽지 않은 편이기는 하지만,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은 조금은 그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미래 세상에 대해서 궁금해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지 기대감이 드는 것은 정작 나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발전된 미래 사회, 고도화된 미래 도시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영화나 책을 통해서 이기도 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미래 사회를 그려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은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지만, 단순하게 미래 세상을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인물 중심의 스토리를 가진다는 것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김초엽 작가의 소설로 ‘지구 끝의 온실’ 뒤에 읽게 되는 두 번째 소설이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지구 끝의 온실’을 인상적으로 읽은 나로서는 이번 소설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을 읽지 않고 지나치기에는 어려웠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내용이 길지 않고 중단편으로 출간되어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로서는 밀리의 서재에서 대부분의 책을 읽고 있기에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은 밀리의 서재에서 단독으로 출간되었고,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어서 나름 특혜를 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구독료를 내고 보는 것이라 어느 정도는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SF 소설답게 먼 훗 날의 미래 사회 속에서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이 생산되고 인간과 같은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수브다니’라는 안드로이드 로봇은 인간이 되기 위한 시술을 받게 되지만, 다른 로봇과는 다르게 금속 피부를 가진 존재가 되고자 하며, 녹이 잘 슬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시술을 받길 원한다. ‘수브다니’는 인간인 예술가와 함께 예술적 창작활동을 하지만, 세간에는 유명한 인간인 예술가와 안드로이드 로봇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면서 둘의 관계는 깨지고 인간인 예술가는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수브다니’는 그와의 예술적 창작물을 파괴하고 파괴된 조각들을 모아 자신의 금속 피부에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인간형 안드로이드에서 다시 기계로 바꾸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게 되고 어딘지 모를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다.
독립적이면서 자아를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나 게임, 책들이 아주 많이 있다. 대부분 인간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대적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사회, 인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주제의식을 가진 것들이 많다. 또한, 대부분의 미래사회를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지는 반면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 읽은 ‘작별인사’가 떠오르고, 게임이지만, 상당한 퀄리티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트로이트:비컴 휴먼’이라는 게임 무비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안드로이드의 자아의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대립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비인간적 욕망을 인간적인 욕망으로 만들기 위한 복잡한 복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스토리 자체가 단결하게 진행되고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인권문제, 인간과의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보다는 ‘수브다니’라는 안드로이드 로봇 자신이 목표했던 꿈을 이루는데 촞점이 맞춰져 있고,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단순한 여정을 담고 있다.
먼 미래 사회에 있을 법한 내용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안드로이드 로봇이 자신을 찾아가는 의미로 본다면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식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의미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깊게는 인간성에 의미를 둔다고 보면 인종차별, 인권문제들이 있을 것이고, 얕게는 내가 무엇인지 자신을 찾아가는 의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가볍지만 쉽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은 스토리 전개상 짜임새가 조금은 느슨하다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지만, 중단편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아쉬워도 읽어 볼 만한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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