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
Mercure
저 아멜리 노통브 / 역 이상해 / 열린책들 / 2014.10.10 / 프랑스소설
독서기간 2022.11.21 ~ 11.22
‘오후 네시’에 이어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또 읽게 되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뭔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오후 네시’를 읽었을 때의 느낌과 또 다른 모습의 작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인물 묘사는 아주 디테일하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함을, 집요함을 그래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뭔가 특별함을 그리고 독특함이 주는 매력이 있어서 좋다. ‘머큐리’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묘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인물들의 관계도에서도, 배경이 이루는 연관성을 위해서 치밀하게 계산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머큐리’가 전하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머큐리’에는 3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있다. 거울 없이 섬에 갇혀 지내는 하젤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하젤을 사랑하는 악역으로 등장하는 롱쿠르 선장이라고 하는 늙은 남자, 그리고 하젤이 병에 걸려 간호를 하게 되는 프랑수아즈가 등장한다. 이 세 사람이 주는 스토리의 흡입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프랑수아즈가 하젤과 대화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하젤은 프랑수아즈에게 ‘파르마의 수도원’을 추천하면서 책에 대해서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하젤과 함께 섬에서 빠져 나가려고 설득하는 장면에서는 서로에게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주장을 펼치는 장면을 이 모든 소설의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하젤과 프랑수아즈와의 대화 속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하젤이 살고 있는 룽쿠르 선장의 집에는 거울이 없다. 그 이유는 하젤의 얼굴이 많이 망가져서 스스로를 괴물로 생각하기 떄문인데, 룽쿠르 선장의 잔꾀에 넘어가 더이상 거울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결국은 프랑수아즈의 도움으로 진짜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아름다운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룽쿠르 선장은 그렇게 하젤을 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강한 소유욕을 채우게 되지만, 프랑수아즈가 둘만의 비밀을 파헤쳐 가면서 진실을 알아가게 된다.
룽쿠르 선장에게는 하젤이 있기 전에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지만 자살로 이어졌고, 그 대체자인 하젤을 통해서 엣 사랑의 모습을 보았고, 엣 사랑의 대체자로 하젤을 우연히 만나면서 옛 사랑에게 했던 방식을 똑같이 행하게 된다. 하젤은 모든 사실을 프랑수아즈에게 듣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지만, 룽쿠르에게서, 그리고 섬에서 떠날 마음은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살게 된 이유가 룽쿠르 선장 덕분이라는 것이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큰 이유를 프랑수아즈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해 나간다.
여기서 아멜리 노통브는 ‘머큐리’를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던 것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괴물로 여기고 있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여자를 취하는 선장의 모습에서 추함을 담아냈고, 자신이 아름다운 여자임을 알게 되면서 추함과 외모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이 주는 주제의식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극과 극인 소재를 그럴듯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하젤이 뒤 클린 거울 속의 일 그런진 자신의 얼굴을 본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도 뒤틀린 세상을 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짓된 세상을 알아보기 위해 꼭 거울을 볼 필요는 없을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머큐리’는 두 가지의 결말을 가지고 있다.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는 두가지 결말을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어떤게 정말 멋진 결말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결국 두가지 결말을 모두 소설 속에 포함하게 되지만, 극의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스토리가 주는 힘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극의 결말로 이어지면서 다소 엉뚱하게 하젤과 프랑수아즈와의 동성애적인 코드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의외라고 생각한다. 두가지 결말 모두 비슷하게 표현되어 있기는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머큐리’는 작가가 가지는 탁원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동원된 소설이다라고 소개하고 싶고,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필력을 다시금 대단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만이 가지는 독특함이 주는 상상력이 더해진 소설, ‘머큐리’는 왠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흑백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주는 독특함을 보고 싶다면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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