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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보헤미안 랩소디' 복수와 정의실현 사이에서의 내면에 깃든 나를 찾아가는 법정 심리스릴러

kimdirector 2023. 4. 7. 08:03 

 

 

 

 

보헤미안 랩소디

저 정재민 / 나무옆의자 / 2021.04.02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3.04.03~04.06 (06시간 03분)

 

 

 


 

 

 

이 책의 제목이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것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읽게 된 소설이기도 하지만,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장작이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흥미를 이끌었다. 내가 읽은 책은 2021년에 출간한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된 소설이고 범죄심리관 정재민 작가의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주는 주된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조금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개인적인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판사로써의 내면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복수와 정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젊은 판사인 주인공 하지환은 암으로 죽은 줄로 알고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사기 진료를 일삼은 의사 우동규를 법정에 세우지만, 하지환 판사는 의사 우동규 한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결되어 있는 기득권 세력과 사법 권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하지환은 공황장애로 인해 정신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깃든 과거에서부터 의미를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책 속에는 현재에서부터 과거에 이르기까지의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있다. 때문에 집중력을 가지고 읽지 않으면 스토리 자체가 가지는 재미와 응집력을 알아볼 수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악간의 집중력만 발휘된다면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어렵지 않으며, 깊이를 더해 갈수록 스토리가 주는 흥미는 배가 되고 집중력과 흡입력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읽는 데는 아무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한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하지환은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후배 효린에게서 정신분석을 받아 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에 따라 추천받은 정신분석 전문가를 찾아가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여러 가지 내적 갈등의 원인을 하나씩 회상하며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회상, 아버지의 대한 회상, 권총으로 자살한 친구인 동혁과의 회상, 그리고 연인과의 회상을 통해서 하지환은 과거로부터의 치유의 시간을 보내며 내면 속의 갈등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듯 하지만,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 장에서는 Mama, just killed a man에서는 하지환 개인의 복수를 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게 된다. 물론 법치주의 체제에서는 우동규를 벌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고향을 뒤로하고 버스에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면서 말이다. 제목과 같은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 가사에서 이미 결말을 예견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하지환은 어렸을 때, 고향 친구인 동혁의 집에서 전축에서 들려오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즐겨 듣는 장면이 나오고 이 노래의 가사를 여러 번 되뇌고 있다. 아마도 결과에 대한 암시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장면 장면을 회상하게 되는 묘미를 주기도 하면서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소설 속의 내용에서 되뇌이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몇 소절의 가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
“이제 그는 죽었어”

 

전체 가사를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구글링을 하면 전체 가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환에게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릴 적 함께 했던 친구 동혁과의 인연을 이어주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지난 과거 속에 추억거리이며 향수일 수 있겠지만, 현실 속에서는 노래가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노래 가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비관적인 노랫말이 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복수와 정의실현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리커버)
“선배 어머니 손가락은 류마티스 환자의 손가락 모양이 아닌 것 같은데?” 우연한 한마디에 마음의 지옥문이 열렸다. 젊은 판사가 묻는다. 불의한 시대에 개인의 정의란 무엇인가! 법대를 나와 판사로 재직하다 지금은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하는 작가 정재민의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보헤미안 랩소디』가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현직 판사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실제 범죄 사건과 그 재판을 소재로 쓴 심리법정스릴러로서, 이익만을 추구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불의한 사회 시스템에서 개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인상 깊게 질문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젊은 판사 하지환은 어머니가 사기 진료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고 의사를 고소하지만 그를 법정에 세우는 일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환이 맞서야 할 상대는 한 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그를 비호하는 병원, 종교재단, 제약회사, 그의 대학 동문들, 지역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바로 자신이 속해 있기도 한 사법 권력이다. 그들은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죄 지은 사람에게 잘못을 묻고 벌을 내리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들을 가로막는다. 그는 집요한 유혹을 뿌리치고 무수한 거짓과 싸우며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번번이 법과 공적 절차가 손쓸 수 없는 불의의 영역을 생생하게 마주할 뿐이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저자
정재민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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