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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벡실(Vexille)] 인간의 용기와 희생

kimdirector 2018. 11. 22. 12:36 




벡실
ベクシル 2077 日本鎖国, Vexille, 2007
 
애니메이션, SF | 일본 | 109 분 | 개봉 2007.11.08
감독 : 소리 후미히코



줄거리:

최후의 여전사 (벡실) 신감각 3D 라이브 애니메이션 활극 테크놀로지의 재앙을 막을 그녀가 온다! 2077년, 일본이 사라졌다!

2067년, 최첨단 하이 테크놀로지 경지까지 올라선 군사 대국 일본은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기 위하여 유엔연합을 탈퇴, 급기야 쇄국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내걸게 된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77년… 일본에 들어간 외국인은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첨단 기술에 대한 규제에 반발하여 완전 쇄국을 단행한 일본이 10년 만에 비밀 회의를 소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SWORD)는 일본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비밀리에 벡실을 비롯한 미국 특수 요원들은 잠입작전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거미줄처럼 철저한 일본의 봉쇄망에 걸려든 스워드 요원들. 치열한 총격전 끝에 레온 소령이 생포되고 나머지 특수요원 모두가 사살되고 만다. 한편, 유일하게 살아남은 벡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마리아의 도움으로 그녀의 집에 숨게 된다. 무사히 적의 손길에서 벗어난 벡실은 이내 곧 마리아가 일본의 음모 배후 세력인 다이와 회사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레지스탕스 조직의 리더임을 알게 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음모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에 벡실은 생포된 연인 레온을 구출하고 마리아와 함께 다이와와의 최후 결전을 감행하게 되는데…

저패니메이션의 놀라운 진화를 보여준 올해의 수작. 일본의 첫 100% CG 애니메이션 <애플 시드>의 제작팀(2004)이 다시 모였다. 로봇 기술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쇄국을 단행한 미래의 일본. 10년 뒤, 미국 특수부대 요원의 잠입과 함께 거대음모의 베일이 벗겨진다.



설명 :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 그중에서도 SF ‘메카닉’ 장르는 일종의 정신적 정체기를 맞이했다. TV 시리즈나 OVA(Original Video Animation)의 명성에 바탕을 둔 극장판들이 스크린에 자주 출몰해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안전한 수익에만 목표를 둔 기획, 제작 시스템은 오히려 고전의 답습에 안주해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벡실>은 최첨단의 정점에, 그리고 실험의 선두에 서 있다.

<벡실-2077 일본쇄국>이라는 원제를 가진 <벡실>은 내용상으로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일본침몰>이 노렸던 관객 자극효과를 계승하고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설파했던 주제,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탐문한다.

주제와 줄거리는 상상 가능한 영역 안에서 일반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벡실>은 소리 후미히코 감독과 한다 하루카가 직접 창작한 이야기다. 특히 주목할 것은 <벡실>이 전시하는 최첨단의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다. 2004년 발표된 <애플시드>에서 못다 이룬 인물과 배경, ‘메카닉’에 걸친 100퍼센트 3D 애니메이션이 <벡실>에서 완성됐다(<애플시드>에서는 인물이 2D로 그려졌다). 모션 캡처를 통해 얻어낸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몸동작도 유려하지만,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카메라 워킹을 적용시킨 ‘스워드’와 로봇들의 전투 장면, 그리고 닥치는 대로 금속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괴물 ‘저그’ 등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순수한 쾌감을 제공한다

<벡실>은, 뚜렷한 세계관을 지닌 SF물들이 그러하듯 다소 복잡하고 충격적인 설정을 따르는 SF애니메이션이다. 거대한 군수공장에 지배당한 일본에선 생명의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일뿐더러 이미 그 땅덩이조차 온전치 못하다. 그러나 일본 감독이 연출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시공간을 가르는 것은, 용기와 희생이라는 가치를 밀어붙이는 다소 앙상한 줄거리다. 부둣가나 사막에서 벌어지는 일부 액션신은 적지 않은 쾌감을 전달하지만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전작들, 데뷔작 <핑 퐁>과 제작자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애플시드>를 기억하는 이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올해 부산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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