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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스팀보이] 철학은 줄고 볼거리는 늘었네

kimdirector 2018. 11. 20. 16:50 



스팀보이

スチ-ムボ-イ: Steamboy, 2003


애니메이션, SF, 모험, 액션, 드라마  일본  125분 2005 .08.04 개봉

감독 : 다카기 신지, 오토모 가츠히로




<스팀보이>는 제임스 와트에 의해 발명된 '증기 기관'을 토대로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는 과학, 특히 증기의 힘이 인간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희망이 널리 퍼져있을 무렵이기도 했다. 이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했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아키라>와는 대비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을 맹신하고 위험한 발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학의 힘으로 자연의 법칙을 넘어설 수 있으며, 그것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초강대국의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자만감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이 시기는 식민지의 개수가 곧 국가의 힘을 상징하고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스팀보이>는 바로 이 시기 실제로 영국 런던에서 최초로 개최된 만국 박람회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를 뒤바꿀 수 있을 위력을 지닌 새로운 에너지 원인 '스팀볼'을 발명한 스팀 家의 부자(父子) 로이드와 에디는, 그러나 과학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차이 때문에 갈 길을 달리 한다. 미국의 거대 오하라 재단의 후원으로 스팀볼과 스팀성 등을 완성했지만 로이드는 오하라 재단이 뒤로 살상용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각 나라에 팔아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을 알고는 자신의 발명품 중 핵심인 스팀볼을 빼돌려 손자인 레이에게 전하려 한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알아챈 재단 때문에 로이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하라 재단과 레이의 아버지 에디는 만국 박람회 개최 당일 각국에서 온 무기 거래상들에게 자신의 무기를 판매함과 동시에 만국 박람회장을 쑥대밭으로 만들 계획에 돌입한다.





보일러에서 내뿜은 세찬 증기와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와 기계 장치들, <스팀보이>에서는 이런 '증기 기관'의 힘차고 역동적인 기운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다. 스팀볼을 차지하려는 여러 사람들, 선과 악의 구분이 또렷하지 않은 가운데 "과연 과학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혼란에 빠진 주인공 레이의 '스팀볼 지키기'는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2배가 넘는 19만 여장의 셀화 숫자가 보여주듯, 움직임은 부드럽고 실사 이미지를 능가한다. 장대한 스케일과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는 "<스팀보이>의 진수는 이런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싶다. 19세기 런던의 모습과 만국 박람회의 완벽한 재현,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상상력의 극대화를 보여준 점은 <스팀보이>의 최대 매력이기도 하다.





1988년 세상에 알려진 <아키라>.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어둡고 암울한 미래관을 담은 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일약 스타 감독 대열에 올랐다. 그로부터 16년, <스팀보이>는 바로 <아키라>의 맥을 잇고 있는 애니메이션임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고민과 한층 따뜻함이 느껴지는 오토모 가츠히로의 세계관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기간 9년에 제작비 240억 원의 수치적인 놀라움을 제외하더라도 <스팀보이>는 <아키라>가 당시 '재패니메이션'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데 공헌했던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다시금 한 획을 그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n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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