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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신암행어사] 빈약한 영웅의 허탈한 몸부림

kimdirector 2018. 11. 20. 16:39 

 

 

 

 

 

신암행어사

新暗行御史, 2004

애니메이션, SF, 모험, 판타지 / 한국, 일본 / 86분 / 2004 .11.26 개봉
감독 시무라 조지, 안태근

 

 

 


 

 

 

 

패망한 거대국가 ‘쥬신’의 마지막 암행어사 ‘문수’는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돈다. 어느 날 그는 사막에서 관리가 되고자 하는 서생 ‘몽룡’의 죽음을 맞고, 그의 연인 ‘춘향’을 구해 시종 ‘산도’로 거느린다. 문수와 산도는 함께 길을 떠나고 바다를 건너 온 ‘준’으로부터 위태로운 섬의 운명을 전해 듣는다. 준의 고향은 유의태란 의원의 도움으로 평화롭기 그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상함을 눈치 챈 문수는 섬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준의 눈 앞에 펼쳐보인다.

 

 

 

 

<신암행어사 新暗行御史>는 일본 소학관에서 출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코믹스를 한국과 일본의 합작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윤인완, 양경일 콤비에 의해 탄생한 ‘신암행어사’는 일본에서의 인기몰이 여세를 몰아 한국에 역수입돼 꽤 높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수입업체로 잘 알려진 대원C&A와 일본의 소학관을 주축으로 13개 한일 업체가 조직한 ‘신암행어사 제작위원회 2004’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바로 <신암행어사>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신암행어사>는 8권까지 출간된 원작 코믹스의 1~2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극화하고 있다. 과거부터 누적된 한국의 숙련된 작화기법과 전 세계에 망가 팬을 거느린 재패니메이션의 접합으로 인해 <신암행어사>는 그 동안 국내에서 제작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뛰어 넘는 장점들을 내보인다. 일단 동양적 수묵화의 느낌이 가미된 <신암행어사>의 애니메이션 터치는 정적인 섬세함과 액션 장면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단순한 내러티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역시 눈에 띈다.

 

 

 

 

<신암행어사>는 분명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에 비해 진일보한 면모를 보이지만, 그것은 획기적이라기보다는 “조금 나아졌을 뿐”이란 일종의 안도감으로 만족해야 할 정도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의 TV 시리즈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시무라 죠지 감독의 지휘 아래 완성된 <신암행어사>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 보기에는 분명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극장용 재패니메이션들이 상당한 완성도와 심오한 내러티브로 관객들을 열광시킨 것에 반해, <신암행어사>는 어린 시절 방학 시즌 때마다 만나던 여타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또 한일 합작인 관계로 국내 버전은 한국어 더빙 버전으로 상영되는데,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오류가 보인다. 이지훈, 지성을 포함하여 <카우보이 비밥>, <최종병기 그녀> 등에 참여한 국내 성우들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중간에 삽입된 일본어 사운드트랙은 묘한 이질감을 발생시키며, <신암행어사>의 정체성을 아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처럼 <신암행어사>는 우수한 작화에 비해 빈약한 내러티브와 야릇한 이질감으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 단계에서 단지 반보 정도 전진한 상태에 머물러 버렸다. 수 많은 재패니메이션에 경외감을 보내온 국내 관객들에게 과연 <신암행어사>가 어떤 매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물론 장점은 높이 사줘야겠지만, 단점이 더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n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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