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본 것들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오랜 꿈이던 세계 속도 기록에 도전하며 열정과 집념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버트 먼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

by kimdirector 2025. 11. 6. 08:01
뉴질랜드의 노년의 오토바이 애호가 ‘버트 먼로’는 평생을 바쳐 자신이 직접 개조한 인디언 모터사이클로 세계 속도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 보너빌 소금사막으로 떠난다. 그의 여정 속에 다양한 인물들이 도와주는 장면은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열정과 인내로 한계를 넘어서는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의 기록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공식적으로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The World's Fastest Indian, 2005

 

감독 로저 도날드슨

드라마, 모험 · 뉴질랜드, 미국 · 127분 · 2005/10/13(뉴질랜드)

출연 앤서니 홉킨스, 다이안 래드, 크레이그 홀

 

 

 

 

 

요즘에는 이미 지난 과거 속의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보는 옛 영화들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젠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영화들을 다시 대할 때면 반갑기도 하지만 그만큼 세월의 약속함을 떠올리며 마주하는 영화들이 나에게는 반가움이자 즐거움이 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단순하게 즐거움만 주는 영화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겠지만,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인간미라고 해야 할까. 감동적이었거나 인상적이었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비록 기억이 희미해져 가더라도 말이다. 2005년에 개봉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도 그런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넘어 어렴풋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두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인디언 바이크에 더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영화 때문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비록 아직까지는 직접 타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직접 인디언 바이크를 몰고 전국 일주를 해 보지 않을까 싶다. 단 와이프가 허락을 해 줘야 하겠지만…

 

이 영화는 1960년대 뉴질랜드 인버카길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60대 노인 ‘버트 먼로(앤서니 홉킨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평생을 오토바이를 매우 좋아하는 열정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속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노인으로 등장한다. 1920년대 제작된 인디언 스카우트 오토바이를 직접 개조해 최고의 속도를 향한 꿈을 키우고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주변에서는 나이도 많고, 가진 것도 없이, 부족한 장비로 인해 어떻게 세계 기록에 도전하겠느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지만, 버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주변인들의 비아냥이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지, 집 뒷마당에서 직접 부품을 만들기도 하고, 엔진을 개조하며, 조금씩 오토바이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그러던 중 자신이 협심증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이렇게 흘러가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기회는 그렇게 찾아오는데, 그가 꿈에 그리던 미국 유타주 보니빌 소금사막에서 열리는 세계 속도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며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그의 여정은 쉽지 않다. 여행비는 많이 부족하고, 보니빌까지 가기 위한 여정은 순탄하지 않게 흘러 가지만, 그럴 때면 나타나는 귀인들이 버트를 도와주게 된다. 미국에 도착하고 자동차 중고시장에서 무료로 차를 수리하는 조건으로 부품을 조달하여 자신의 오토바이를 옮길 트레일러를 만들고, 모텔 주인으로부터 자신의 오토바이를 세관으로부터 인수받게 도와준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레일러가 고장 나지만 도로를 지나는 인디언 ‘제이크’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고, 또는 근처에 있는 농가에서 고장 난 트레일러를 수리하게 된다. 그리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휴가차 집에 가는 길에 버트의 차를 얻어 타게 되면서 둘은 깊은 인연처럼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도착한 보니빌의 소금사막에 도착하지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참가 신청서 접수 기한이 한 달 전에 완료된 것, 당연히 버트는 그런 사실을 몰랐고, 때마침 다른 참가자인 ‘짐’과 다른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게 된다. 이렇게 그의 순탄치 않았던 여정 속에는 버트를 도와준 이들이 있었기에 그의 도전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버트는 어떻게 하든 참가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열정을 알아본 참가자들과 심사관들이 마음을 돌리게 된다.

 

이 영화의 풍경은 건조한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영상미가 돋보인다. 특히 소금 사막을 달리는 버트의 인디언 오토바이가 건조한 사막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달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버트가 소금 사막을 달리는 모습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조금은 심심하게 그리고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다가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온 힘을 다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의 진행 과정 중에 가장 압도하는 부분은 역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세계 속도 기록에 도전하는 버트의 엔딩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영화는 엔딩 장면을 위한 최고의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속에 버트 역을 소화한 ’ 앤서니 홉킨스’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앤서니 홉킨스가 아니면 볼 일이 없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로서가 아닌 오로지 ‘버트 먼로’ 그 자체였지 않았을까 생각되며,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본 자체가 완벽했던가 아니면 배우의 연기력이 높아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앤서니 홉킨스는 ‘버트 먼로’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장난기가 있고, 유머러스하고 엉뚱한 부분이 있는 인간미를 배우로서의 앤서니 홉킨스가 아닌 주인공인 ‘버트 멀로’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의 연륜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는 뉴질랜드의 실존 인물인 ‘버트 먼로’의 세계 속도 기록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나이 60대에 아무나 할 수 없는 도전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의 여정을 떠나고 보니빌의 소금 사막에서 결국 자신이 만든 오래된 인디언 오토바이로 시속 324.99km를 세우며, 세계 속도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자신의 기록을 세 차례나 깨며, 그의 기록은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세계 기록을 깨는데 그 의미를 두지 않는다. 60대의 뉴질랜드 작은 마을 인버카길에 사는 한 남자 ‘버튼 먼로’의 열정과 집념이 담겨 있는 영화라고 소개할 수 있다. 열정과 집념은 나이에, 환경에, 돈과 같은 한계를 뛰어넘으며 만들어지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역량을 만들어 주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다.

 

“늙었다고 해서 꿈이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도전을 위한 용기, 실패하지 않는 용기를 얘기하고 있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는 세계 기록의 성공적인 부분보다는 도전 그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도전의 과정 속에서 만나는 주변 인물들의 따뜻한 미소와 마음은 서로에게 응원이 되는 모습을 보며 모두에게 ‘선의 연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들이 등장하는데, 선의의 연대는 단순한 착한 선행이나 행동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서로의 선한 의지가 연결되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낯선 이들의 진심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열게 하여 움직이게 되고, 그 선한 에너지가 사람들 사이를 순환하는 과정을 이 영화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몇 가지 장면을 살펴보면 첫 번째, 버트가 미국 입국 심사하는 과정에서 구비된 서류와 비자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관리가 규정을 조금 유연하게 해석해 통과시키는 장면에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선의를 보여주는 장면과 두 번째, 모텔 주인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다. 버트는 부족한 돈을 지불하지 못하지만, 모텔 주인은 오히려 식사를 챙겨주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라고 말한다. 세 번째, 고속도로에서 고장 난 트레일러를 수리하기 위해 들른 농가에서 농가 주인 ‘에이다’는 죽은 자신의 아들이 묻혀 있는 묘지를 버트와 함께 찾아가게 되고 버트는 공감과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 네 번째, 보니빌에서 규정을 넘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출전이 불가능한 버트에게 “그래도 달려보라”라고 허락을 하는 엔지니어와 심사관들을 통해 인간의 규정보다 인간의 존중과 신뢰가 우선 시 되는 장면이다. 이렇게 서로의 도움을 통해 선한 의지가 실현되는 순간들을 영화에 담아냈고, 그로 인해 버트는 돈이나 명예를 얻지 않는다. 단지, 그의 순수함이 자신들의 인간성을 깨우기 때문에 돕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 사람의 인생은 잎새와 같다고 생각해요. 봄에는 자라죠. 강하고 건강하게 푸르게 그리고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죠. 가을에는 잎새와 같이 사라져 가죠. 그리곤 돌아오지 않지요. 잎새와도 같죠. 갈 때가 되면 가는 거지요.”
<버트가 죽은 아들의 묘비 앞에서 농가 주인 에이다에게 전하는 말>

 

우리는 흔히 ‘선의’를 개인의 인성이나 성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착한 사람, 따뜻한 마음, 작은 배려, 하지만 진짜 선의는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연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버트 먼로’의 여정은 한 사람의 도전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선의가 엮어 만든 서사가 아니었을까. 그는 낡은 오토바이 한 대로 세계의 끝까지 달려갔지만, 그 길 위에는 수많은 타인의 손길이 있었다. 서류를 도와준 관리, 잠자리를 내어준 모텔 주인, 출전을 허락한 심사관들, 그들의 이름은 영화가 끝나면 잊히겠지만, 그들의 ‘선의’는 버트의 엔진 속에 남아 있지 않았을까. 선의의 연대란 그런 것일 듯하다. 거창한 구호도, 계약서도 없다. 그저 누군가의 진심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그리고 그 움직임이 이어져,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는 일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점점 더 빠르고 냉정해지고 있다. 우리는 효율을 계산하고, 감정을 단속하며, 도움을 받는 것마저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삶의 가장 깊은 순간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선의가 나를 건져 올린 순간에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친구의 말 한마디든, 낯선 사람의 미소든, 그 따뜻한 연결이 우리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린다. 누군가의 선의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완성시키는 이야기, 결국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선의의 영향력이 아닐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하루는 그런 작은 선의의 연대를 통해서 흘러가고 있지 않을까.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나, 힘든 친구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는 일, 댓글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거창한 영움 담은 아니지만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는 조용한 미담은 우리가 선의의 연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버트 먼로의 말을 되새겨 본다.

“인생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야. 얼마나 진심으로 달렸느냐의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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