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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2003.11.15] 기업이 원하는 디자이너

kimdirector 2020. 12. 26. 21:58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이제 스스로 그들의 '활동무대'를 개척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모험정신을 발휘하는 디자인 리더들에게는 지금의 임금과 작업 환경보다 훨씬 더 좋은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창업할 수 있는 분야는 디자인 전문 용역회사 뿐만 아니라, 제조, 서비스 분야 등 무한히 많다. 디자이너들은 지금까지 젖어있던 '조연' 역할을 떨치고 스스로가 '주연'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규모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이 과연 '창조'적인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정보화시대에서도 디자이너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기에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정보를 사용하기만 하는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디자이너들은 정보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21세기는 바로 '창조자의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지 않는가. 디자인 리더십이란 기업내에서든 컨설턴트로서든 간에 독립적인 사고방식과 뚜렷한 디자인 철학을 가진 창조자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리더십을 갖춘 디자이너야말로 한국 디자인계는 물론이고 미래사회까지 리드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는 대기업에 디자이너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앞으로는 그동안의 경험을 쌓은 디자이너들이 모험정신을 발휘해서 독립하여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디자인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디자인 리더들이 탄생해서 규모가 작은 기업일지라도 무엇인가 전문적이고 새로운 디자인 사업분야를 맡거나 창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대기업내 디자인팀들의 활약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매년 수많은 디자인 전공 졸업생들이 배출되는데 이를 소화시킬 만큼 디자인 회사도 충분치 않다.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너무 많은 전문인원들이 한정된 범위의 프로젝트를 나눠서 진행하게 될 경우, 디자이너 개개인의 창조적인 도전의 폭이 좁아지게 되므로 쉽게 타성에 젖을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관된 디자인 방향추구(CIPD:Corporate Identity through Product Design)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디자인과 같은 분야는 꼭 디자이너가 많아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장할 수 없다. 때에 따라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디자인의 결과는 지나친 타협 때문에 오히려 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년 전 필자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미국의 대기업들은 사내에 대규모의 디자인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점차 사내 디자인팀의 규모를 줄이면서 독립된 디자인 전문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내 디자인실의 규모를 축소시킨 이유는 비용절감으로 인한 효율성만이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신제품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는 기업의 디자인팀은 사내 디자이너들과 외부 디자인 컨설턴트들의 기능을 각각 다르게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외부의 색다른 감각과 견해를 필요로 하며, 디자이너들의 자기계발과 발전을 위해서도 한 회사에서 평생을 근무하는 것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한 기업내에서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디자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디자인 분야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한국의 경우 현재 많은 디자이너들이 대기업 디자인실에 편중되어 있고, 대학 졸업생들도 여전히 대기업을 지망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국제적인 디자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현재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도전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군다나 국가 경쟁력을 해외 수출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 정보에 민감해야 하며 디자이너들의 국제적 견문을 넓히기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은 디자인들이 어떻게 마무리하는가의 기교적인 면보다도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추고 그 작업을 시작했는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어떤 능력있는 디자이너가 주어진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하여 그로서는 최선의 디자인 안을 내놓았다고 하자. 그러나 그의 디자인은 다른 경쟁사가 이미 개발해 놓은 방식보다 구식이었고, 그러한 우를 범한 이유는 단지 그 디자이너가 경쟁사의 제품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면, 개발 기간에 쏟아부은 정성과 비용들은 헛된 것일 수도 있다. 

 

출처 :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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