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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최초의 인간' 한 남자의 무덤덤한 인생 이야기

kimdirector 2021. 2. 24. 10:31 

 

 

 

 

 

최초의 인간

Le premier homme (1995년)

저자 알베르 카뮈 / 역자 김화영 / 열린책들(2009.12.20) / 프랑스소설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나에게 두번째 소설을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첫번째 소설은 《페스트》 라는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저자가 되어 버린 지금, 유작으로 남은 《최초의 인간》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리뷰를 작성하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기에 간단하게 짚어보고 리뷰를 시작하겠다.

위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알베르 카뮈'의 유작이 되어 버린 소설이다. 그것도 완성되지 않은 채로, 그리고 초고 원고에 해당하는 정도로 발견된다. 많은 전문가들에게 이 원고를 보여주며 소설화해서 출판하기를 원했지만 완성되지 않은, 초고에 지나지 않아서 출판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출판되어 오지 않다가 30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장편소설로 출판되게 된다. '알베르 카뮈'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기 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인간에 대한 존재의 유의미와 부조리와 같은 문제들을 소설 속에 녹여 통찰력있는 진지함을 이야기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렇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난 다음 3년 후에 자동자 사고로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이기도 하다. 사고로 떠난 '알베르 카뮈'는 죽기 전에 작은 가방 하나를 남겼는데, 그 가방 속에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초고로 남아 있는 《최초의 인간》 원고가 담겨져 있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최초의 인간》 속에는 자동차 사고 당시, 발견된 '알베르 카뮈'의 육필 원고를 볼 수 있는데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던 부분도 있었다.

《최초의 인간》은 '알베르 카뮈'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장과정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자신의 출생에서 부터 유년기 그리고 청년이 되기까지의 유소년기를 중심으로 소설이 펼쳐지며, '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가난한 유년기 시절의 가족 이야기,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자신의 주변을 밀도있게, 세심하게 그리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특징 중에 한가지는 바로 한 문장의 길이가 상당히 길다는 데에 있다. 물론 유년기 시절의 주변을 설명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친구들과의 추억담 ,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묘사, 친구들과 보낸 유년기의 동네에 대한 상황 설명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한 문장의 길이가 꽤 길게 이어지고 있다. 중간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이어져도 될 듯한 법인데, 하나의 문장으로 모두를 설명하고 있다. 좀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스토리 변화도 크게 보이지 않는 것도 독특할 법하다.

 

스토리 전개 흐름상 변곡점이 있을 법 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변곡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평이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런 부분은 《페스트》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인데, 전체적으로 스토리 라인의 변곡점없이 인간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보니 그런 가정도 성립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하나는 작가 특유의 필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위에서 간단하게 얘기했듯이, 인간의 존재 유의미한 문제를 다루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런 부분이 이 소설 속에서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물에 대한 묘사,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인간의 군상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가족애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할머니, 어머니, 삼촌, 친구들 등의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밀도있는 묘사들은 실체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주인공의 주변 상황, 그리고 가난했던 시절의 가족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진지함과 의미를 담기도 했다. 그런 부분 중에서 인상깊은 내용이 있어서 소개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기억은 부자들의 기억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떠나는 적이 거의 없으니 공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고 그게 그 턱인 단조로운 생활을 하니 시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었다. 물론 가장 확실한 것은 마음의 기억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마음은 고통과 노동에 부대껴 닳아 버리고 피곤의 무게에 짓눌려 더 빨리 잊는다.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는 사람들은 오직 부자들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그저 죽음이 지나간 길의 희미한 자취를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잘 견디려면 너무 많은 기억을 하면 못 쓴다. 매일매일, 시간 시간의 현재에 바싹 붙어서 지내야 했다."

또한 글을 읽지 못하는 가족들에 대한 애환도 느껴지는 부분 또한 가난이 오는 모든 부조리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느껴진다. 《최초의 인간》은 가난한 시절의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을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니다. 아버지없이 보낸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 먼훗날 아버지 묘소를 찾아가 묘비에 적힌 자신보다 나이어린 아버지의 생을 확인한 순간, 주인공인 알베르 카뮈는 자신이 《최초의 인간》이 아닌가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그 첫번째 《최초의 인간》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초의 인간》은 스토리의 결과, 또는 마무리가 없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얘기했듯이 완성되지 않은 초고에 지나지 않는 분량으로 인해 결과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 후반을 넘어 가면서 부터는 짧디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듯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이는 소설을 위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메모한 흔적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가르친 유년기의 선생님과의 주고 받은 편지도 소개하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애뜻함을 느껴지는 부분들도 볼 수 있었다.

결국 작가인 '알베르 카뮈'가 느낀 '최초의 인간'이란, 아버지없이 보낸 유년기, 그리고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인해 전통도 재산도 물려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시절의 주인공의 스스럼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다시 얘기하자면, 이 소설 속에서 최초의 인간을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최초의 인간이란 아버지도, 과거도, 역사도, 기억도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가난하고 고독하고 헐벗은 사람들, 부정적인 의미의 인간만을 가리는 것이 아닌, 한걸음 물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더욱 긍정적이고 밝고, 순결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최초' 란 순결하고 빛나는 것이다. 낙원의 아담이 아무것도 지닌 것 없이 맞은 세상 최초의 아침이 그렇듯이."

《최초의 인간》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아주 단순하다. 주인공의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 시점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채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은 분명이 존재한다. 이 소설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왜 책의 제목이 《최초의 인간》인지를 이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이 완성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마지막 한 장을 넘기면서 완성된 《최초의 인간》의 마지막이 궁금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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