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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상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임상기록

kimdirector 2021. 3. 5. 10:08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he man who mistook his wise for a hat

 

저 올리버 색스 / 역 조석현 / 그림 이정호 / 알마(alma) / 2016.11.14

인문(심리/정신분석)

 

 

 

 


 

 

 

 

오랜만에 심리학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 말이 심리학이지만, 정리 분석학과도 연관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정신, 신경, 심리, 분석 등의 이론에 기초하되 실제 관련된 질환을 겪어 왔던 사람들이나 겪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 놓고 있고, 관련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환자들의 상태를 관찰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환자들의 경우, 아주 특이한 질환, 또는 난치병으로 인해 신경조직의 파괴 등으로 인한 흔하지 않은 정신분석 또는 심리질환에 대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한 임상 기록 형식의 서술적인 표현들이 대부분으로 일반인들이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문적인 의학서적에 준하는 내용들이 많다 보니 조금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다소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집중력을 높이는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제외하고 정말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은 아니니 참고하기 바란다.

 

저자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의학자이며, 여러 책을 집필하여 독자들에게는 친숙함이 있는 저자이다.  '올리버 색스'가 집필한 책으로 유명한 〈깨어남〉,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현재는 고인이 되어 버린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저자이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써 본인이 직접 담당한 환자와 겪어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질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책이라면 분명 지루한 책이 되었겠지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 임상 기록과 더해서 '올리버 색스'의 환자를 대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고, 가슴 찡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부분들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인간적이고 가슴 찡한 이야기꺼리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즐기기 위한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 몸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로 여러가지 이상 증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써 마냥 재밌다는 표현은 다소 무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 읽고나면 여러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올리버 색스'의 환자를 관찰하며 쓴 총 4부 24편의 임상 기록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크고 작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의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어서 찐함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뇌에 전달되는 신경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증상이 발현되고, 그로 인해 환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상 증상의 발현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환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뇌 신경체계의 이상 증상이라는 것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신경 의학계에서는 널리 보편화된 용어들 중에서 '결손'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신경 기능의 장애 또는 불능을 가리키는 단어로 시각, 기억, 언어 또는 몸의 일부 기능의 상실 등의 일부 또는 특정 기능의 상실을 지칭하여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는 이러한 '결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이며, 그런 환자들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들이며, 이상 증상을 극복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안타까움을 느낄지 않을 수 없었다.

 

결손으로 인한 이상증상뿐만 아니라 좀더 확장된 형태의 이상증상인 경우에 환자의 임상기록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부 상실과 2부 과잉' 에서는 결손에 의한 이상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3부 이행과 4부 단순함의 세계' 에서는 발작적 또는 변형된 기억, 정신적 이상증상을 다루고 있다. 또한 특이한 점은 각각의 이야기 뒤에는 '뒷이야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비슷하거나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다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상 증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이해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도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라는 제목이 언뜻 보기에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름이 돛을 정도였다. 이 책의 첫번째 이야기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소재로 하는 이야기였으며, 직업이 음악 선생님이며, 시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물을 보고 인지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중년남자의 신기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왜 첫번째 이야기의 소재를 책의 제목으로 인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집중력이 필요했을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가설이 맞다면 성공적이지 않았나, 우수개소리를 해본다.

 

이 외의 24가지의 이야기는 이처럼 신기한 인체의 신비를 보는 듯한 착각과 한 편의 판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정말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에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게 된다면 꽤 흥미로운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은 순간에도 여운이 남게 되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재미와 흥미를 일으키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또는 신비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함을 함께 유지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마냥 즐거운 책은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내가 또는 내 주변에 아니, 세계인 모두 겪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현재도 이러한 이상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따뜻한 격려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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