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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나를 찾아줘' 똑똑하고 매혹적인 나의 아내가 사라졌다.

kimdirector 2021. 6. 25. 08:50 

 

 

 

 

나를 찾아줘

Gone Girl

 

저 길리언 플린 / 역 강선재 / 푸른숲 / 2013.03.25 / 영미소설

 

독서기간 : 2021.06.11 ~ 06.24

 

 

 


 

 

 

몇 해 전인가 영화가 개봉되면서 상당한 방향을 불러일으킨 영화로 기억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고, 내가 기억하기에는 당시에는 대부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극장을 가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보곤 했던 시기입니다. 어둠의 방법으로 통용되어 온 '토렌트'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토렌트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까지는 토렌트는 영화를 공짜로 보기에는 아주  유용한 방법 중에 하나였지만 저작권 문제가 대두되자 대부분의 영화는 토렌트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더 이상 최신영화를 내려받는 것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토렌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때가 《나를 찾아줘》 전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그렇게 잊혀져 있었던 영화 《나를 찾아줘》를 원작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내용을 알고 있을 테지만, 원작인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줄거리를 얘기하지 않는게 좋겠다 싶어서 나름대로의 짧디 짧은 리뷰를 작성해 보고 지나가려 합니다. 본인도 영화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원작인 소설만 보고 난 상태이고 영화는 원작인 소설과 다를 수 있을 테니 이 부분을 염두해 두기 바랍니다.

 

《나를 찾아줘》 소설은 미스테리, 스릴러, 호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극 중의 대부분의 흐름은 전혀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데도 말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스터리 장르는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와 음침함, 약간의 공포감을 담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겠지만 《나를 찾아줘》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뉘앙스 조차 비쳐주지 않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특성상의 이유에도 불문하고 이 소설이 가지는 특징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변 환경적인 요소는 배재하고 오로지 인물 중심적 스토리만을 전재하고 있고 닉과 에이미의 관계가 주인공인 점에서 극의 중심을 잡고 스토리는 전개되고 있지만, 주변인들에 대한 부분은 소품에 불과할 정도로 역할이 미미한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에이미를 찾아야 하는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이 등장하고 닉의 쌍둥이 형제도 등장하지만 주변인에 불과하고 그나마 닉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가면서 극의 흐름을 바꿔놓는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이 다 일 듯합니다.

 

소설은 주인공인 닉과 에이미는 결혼한 지 5년 차가 된 부분이고, 결혼 5년 차에 부인은 에이미는 사라집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닉과 에이미는 실직 전까지는 뉴욕에서 살고 있었지만, 실직 후에는 닉의 고향에 내려와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그동안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한 듯합니다. 닉은 한 때 제자였던 젊은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불륜관계가 되고 결국 에이미는 닉에 대한 실망과 복수심에 결혼 5주년이 되는 때에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세워온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에이미가 사라지는 사건으로 인해 모든 정황은 남편인 닉에게 향하게 되고 경찰과 언론은 닉을 의심하게 됩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두 가지 시점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닉의 시점에서 한번, 에이미 시점에서 한 번씩 돌아가며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닉의 시점은 현재를 이야기하지만, 에이미 시점은 결혼 전후의 과거에서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닉은 현재 시점에서 에이미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에이미의 시점은 과거에서 지내온 결혼생활과 닉에 대한 애정과 편견,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일기를 보는 듯한 방식을 택하고 있고,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부부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고 독특하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대부분의 미스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중반까지는 꽤나 지루할 만큼 루즈하게 진행되지만 중후반부에 접어 들 때부터 미스테리의 실마리가 풀리며 흥미진지해 집니다. 그런 점에서는 기타 다른 미스테리 소설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결말을 미리 보고 덮는 것은 아니기에 초중반 이후까지는 큰 변곡점없이 진행되더라도 집중력을 가지고 읽지 않으면 흐름을 알 수 없게 되어 소설의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니, 그럴수록 더욱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극 중의 여자 주인공인 에이미는 닉의 부인으로 등장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만이 가져야 하는 '쿨한 여자' 굴레 속에서 세상의 편견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쿨한,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면 그저 즐기라고. 그 남자가 내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면, 그 맥주의 칼로리가 얼마인지 생각해서는 안 되고, 그 남자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에 여성비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어도 개의치 말아야 하며, 그 남자가 나를 혼자 두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작가적 시점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쿨한 여자란 섹시하고, 똑똑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스포츠와 포커, 음담패설을 즐기고, 게임을 좋아하고, 핫도그와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44 사이즈를 유지하는, 그야말로 남자들이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여자를 말한다.' 작가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확실히 꼬집으며 세상에 얘기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나를 찾아줘》라는 소설은 단순히 부부간의 이성관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부간의 신뢰가 깨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소재를 사용하면서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부부간의 잘못된 이성관과 우리 사회 안에서의 여성관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미성숙한 이성관과 여성관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닉과 에이미가 현실 속의 남자와 여자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부부로써의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결혼생활 속의 불편한 진실을 조금은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어 어느 정도는 이성관과 결혼 생활에 있어서 탐구할 수 있는 요소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시각적 영상보다는 활자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영화를 이미 봤다면 원작인 소설을 보는 것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듯해서 또 다른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짧게 쓴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어느새 장문이 되어 가고 있네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면 조용하고 책 읽기 편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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