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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파피용' 인간의 본질과 무한한 상상력을 이야기한 베르베르

kimdirector 2021. 6. 11. 17:25 

 

 

 

 

파피용

Le Papillon Des Etoiles

 

저 베르나르 베르베르 / 그림 뫼비우스 / 역 전미연 / 열린책들'

2007년 07월 10일 / 프랑스소설

 

독서기간 : 2021.06.04 ~ 06.10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나름대로 철학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이 있다.  《파피용》은 그런 철학적 의미를 상당히 많이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의 본능에서부터 인간의 사회성,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초에서부터 인간이 지닌 난폭성과 폭력성은 지구를 떠난 인간이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까, 인간이기에,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인간에 대한 고뇌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제를 가지고 있다.  지구를 떠난 인간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이니까...

 

《파피용》은 단순한 소설이기보다는 인간의 철학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한 주제로 한 이야기에 '파피용'이라는 나비를 닮은 우주선을 만들어 지구를 탈출하는 모험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의 사회적 의미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깊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SF 소설이다. 지구를 탈출하는 메시지는 고전 영화 중에 유명한 <빠삐용>과 아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탈출이 불가능할 것은 감옥에서의 탈출기와 지구인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지구 탈출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탈출'이라는 의미가 동일시해도 좋을 듯하다. 제목도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같은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지구에서의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고, 자원고갈, 전염병으로 인해 지구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직면해 있고, 위기감을 느낀 지구인은 '파피용'을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서의 탈출은 성공하였고, 새로운 행성, 즉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1241년이라는 무한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최초에 탈출한 지구인은 모두 14만 4천 명이며, 이만큼의 지구인 숫자가 살 수 있는 크기의 거대한 '파피용'으로 기나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며, 1천여 년 동안 인류는 몇 세대를 거치며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았을 때는 6명만 살아남게 된다. 최초의 탈출한 14만 4천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의미하는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바꾼 것이라 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는 해석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숫자의 의미는 지구 상의 모든 구원받는 성도들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파피용'에서의 삶은 녹녹지 않게 된다. 최초에는 무정부주의를 표방하고 유토피아를 꿈꾸며 항해를 시작하지만, 첫 번째 치정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표방해 온 무정부 체제는 무너지고 지구에서와 같은 법률이 제정되며, 사법, 입법 등의 사회조직 구성체로서의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지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구에서의 삶은 포기하고 새로운 행성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굳은 결의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폭력과 권력욕을 드러내며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을 하기도 하고, 전제 군주정으로서  파피용을 다스리는 왕이 탄생하면서 폭정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구에서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수의 인류가 죽어 나가고, 선순환되어야 할 수확량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파피용 내에서의 인류의 삶을 개미의 집단생활, 사회성과 쥐들의 활동성에 초점을 맞춰 표본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아시다시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전에 사용했던 소설 속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부활시켜 접목하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보면 참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재탕이라고 치부하는 혹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독창적인 표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면은 나쁘게 생각할 부분은 아닌 듯하다.

 

또한, 인간은 새로운 행성에서도 민폐를 끼치게 된다. 새로운 행성에는 다양한 형태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즉 태초의 지구와 같은 거대한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인간으로 인해 전염병이 동식물들에게 전염시켜 죽어가고 있는 부분은 인간에게 지구 밖 세상은 위험하다는 내용을 봤을 때, 마냥 재미있게 웃을 수 없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파피용》을 읽다 보니 느껴지는 것은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한다. 인류만 파피용에 탑승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동식물들도 함께 탑승하여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의 특권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파피용에서의 삶은 인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동식물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이 등장한다. 오랜 전쟁과 기근, 전염병으로 인해 황폐해진 파피용은 빛을 잃고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또한, 마지막 내용의 일부는 조금은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행성에 남자와 여자 단 둘이 살아가게 되지만, 여자는 지구에서 가져온 뱀에게 물려 죽게 되고, 남자는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빼내 냉동된 유전자를 통해서 다른 여자를 얻게 된다. 이 부분은 우리가 너무 흔하게 알고 있는 아담과 이브를 연상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을 맺으며 나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주로 떠나고 싶은 끝없는 욕망을 지닌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인류의 오래된 폭력성을 되풀이하는 한계를 이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도망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다. 《파피용》을 읽으면서 재미있긴 했지만, 흥미로움이 더한 느낌이다. 인류가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베르나르 베르베르 식으로 실험적으로 풀어쓴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인류에게 있어서는 한 번은 생각해 볼만한 가치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쓴 이 소설은 짧은 소제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대는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한 번쯤은 접해보면 좋을 것 같은 소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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