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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망원동 브라더스' 망원동의 인간 군상들의 유쾌한 세상사는 이야기

kimdirector 2022. 5. 2. 08:03 

 

 

 

망원동 브라더스

저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13.07.10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4.25 ~ 04.29

 

 

 


 

 

 

김호연 작가의 글에는 웬지 모를 따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첫 번째 읽은 ‘불편한 편의점'에서 처럼 따뜻한 기운과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진다. 이 소설은 제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인 듯하다. 김호연 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진 않지만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게 읽혀지는 것은 아마도 글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친근함이 있는 그냥 사람 사는 냄새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김호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전에 읽은 책들이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식이 있는 책들이다 보니 가끔씩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책에 빠져 활자에 집증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도 긍정적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딱히 주제의식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 이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도 그냥 책 표지를 보고 읽게 된 소설로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이 왠지 그럴듯하게 보였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나에게 유쾌한 미소를 안고 덮은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된 장소인 망원동은 개인적으로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근처에서 다녔고, 고등학교 동창들이 망원동에 사는지라 자주 가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망원시장 또한 아주 익숙한 장소 중에 하나이다. 나름대로 망원동은 나에게는 학창 시절을 보낸 장소이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추억 아닌 추억을 소환하고 떠올리게 하는 곳으로 친구들과 골목길을 누비기도 했던 곳, 망원 시장에서 국밥을 먹던 곳 등등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 바로 망원동이였다. 지금은 많이 변한 곳이 되어버려 진한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었지만, 망원시장에서는 옛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좋았던 기억을 떠 올렸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특별한 주제의식없이 보통 사람들의 사람 사는 얘기를 담고 있고, 4명의 남자들이 망원동의 작은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풍경이 왠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네 명의 남자들의 각기 다른 성격으로 티격태격하는 꼴들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무명 만화가로 30대 남자와 김 부장은 40대 기러기 아빠로 등장하고, 무명 만화가 주인공의 선배인 싸부라는 남자는 50대의 황혼 이혼남으로, 그리고 막내이자 20대인 고시생인 삼척동자의 이야기 속에서 옥탑방의 주인 할아버지는 복덕방을 운영하는 깐깐한 역으로 그리고 그의 손자가 가끔씩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한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때로는 진한 감동과 안타까움을 주는 소설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전체적으로 주된 이야기의 흐름은 무명 만화가인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오로지 주인공의 시점에서 소설의 시작과 끝이 일관되게 유지하며 마무리된다. 그렇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은 상당히 단순하게 진행된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변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체 또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있을 뿐이기에 극적 반전이 있거나 상황을 바꾸는 복선이 주는 복잡한 구성은 배제되어 읽는 데는 아주 편하게,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을 보면 글이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인의적이거나 꾸밈없이 그냥 담백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우리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망원동 브라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주제의식이 없지는 않은 듯하다. 단순하게 보면 아주 유쾌한 소설로 보일 듯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각 세대별로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나름데로 녹여져 있는데, 20대로 등장하는 삼척동자는 공시생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방황을 그리고 있고, 30대인 주인공은 무명 만화가는 무명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40대의 김 부장은 기러기 아빠로서 가지는 지쳐가는 의무감과 불안감을, 50대의 싸부는 황혼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그리는 이런 주제의식들은 무겁거나 복잡함이 없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어서 지나칠 정도의 정적은 느끼지 못했다. 이렇듯 이 소설 속에는 각각의 세대별 인간 군상들이 작은 옥탑방에서 살아가면서 각자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모습들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향을 잡아가는 모습이 때로는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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