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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저주토끼' 옴니버스 형식의 다양한 저주와 복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위로에 관한 우화들

kimdirector 2022. 6. 28. 08:02 

 

 

 

 

 

 

저주토끼

Cursed Bunny

 

저 정보라 / 아작 / 2022.04.01 / 한국소설, 호러, SF

독서기간 : 2022.06.20 ~ 06.27

 

 

 

 

 


 

 

 

 

 

 

이 소설을 택하게 된 동기는 지금까지 잘 읽지 않았던 호러, 환타지 장르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북커버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왠지 음침하고 미스터리 한 느낌, 스릴러적 감성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끌렸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2022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것에 이끌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했다. 호러, 판타지라는 장르가 주는 느낌이 나에게는 생소하게 들렸고, 지금까지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부분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인 ‘정보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던 참이고, 처음으로 호러 장르를 접하게 되어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게 된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이 소설은 장편 소설이 아니고, 한 권의 책에 10가지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내용들은 다양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하나하나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은 엽기적이면서, 어떤 내용은 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 단편에, 조금은 잔인함이 느껴지는 단편도 있다. 개중에는 장편소설로써 손색이 없는 단편들도 있어서,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소설 속의 대부분의 분위기는 쓸쓸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저주와 복수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쓸쓸하고 외롭게 등장한다. 소설 속에 이야기들은 좌절과 절망, 그리고 분노, 욕망, 배신하고 배신당하거나 살해하거나 살해당하는 방식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비관적인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은 섬뜻할 정도로 세상과 부딪치며 외롭게 체험하며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아주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이면서 특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10가지 이야기 모두 다 복수와 저주에 대한 주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저주토끼’에 대한 내용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의 제목과 이야기의 시작을 왜 ‘저주토끼’로 시작하는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주 강렬한 느낌이 머릿속에 꽉 차게 느껴져서 일까.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와 흥미를 갖기 시작하게 되면서 이 책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소감이다. 하지만 첫번째 단편인 ‘저주토끼’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두번째 단편부터는 조금은 소소하게 느껴져 심심함이 들 정도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저주토끼’와 같이 반전이 있는 단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과 기대와 흥미를 가지고 읽다보면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게되는 단편들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복수와 저주애 대한 이야기 속에 작가적 상상력이 동원된 소설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인 ‘정보라’는 러시아 또는 슬라브 권에 속한 다양한 책들을 번역하며 익히 많이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지만, ‘저주토끼’가 정보라 작가의 대표작이 되는 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기대를 갖기에 손색없는 소설이 될 것이다.

 

작가인 ‘정보라’는 작가의 소개 글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주제의식을 갖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소개한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그런 사람들에게,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고. 그렇게 이 책은 악착같은 저주와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자, 위로에 관한 우화들이다.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은, 용서하지 말자.”
- 정보라 작가의 말

 

‘정보라’ 작가의 의미심장함이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혼자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외로운 존재라는 것일 테지만, 굳이 그렇게 만들어가는 세상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 속에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악행이 다 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이외에서도 인간의 이기적인 면과 배타적인 면과 그리고 사회의 불평등, 부조화 등과 같은 사회적인 면이 함께 뒤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개인이 사회에서 겪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을 겪고 있는 인간에게 이 책은 아마 작은 위로를 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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