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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소마' 나의 삶 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빛날 이야기

kimdirector 2022. 6. 7. 15:03 

 

 

 

 

소마

저 채사장 / 웨일북 / 2021.12.24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5.27~2022.06.07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뇌리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될 소설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다. ‘채사장’은 우리나라의 인문학 계열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로 각인된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소마’ 역시, 탁월한 글솜씨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라고 기억된다. 그의 인문학 책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며 일명 스타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였고,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은 책이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이 글의 첫 문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오랫동안 기억될 만큼의 흡입력과 집중력을 보인 소설이지 않나 싶은 정도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마’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이 한 권의 소설 속에 완벽하게 녹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한 인물에 대해서 집요하리만치로 심리적인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묘사하는 표현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소설의 시작은 조금은 지루할 만큼 서술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소마’의 어릴 적 아버지와의 대화와 아버지가 쏘아 올린 화살을 찾아오라는 얘기에 소마는 두말하지 않고 찾아 나선다. 하지만 화살은 찾지 못하고 산속에서 방황하다 동굴을 발견하고 동굴 속에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마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 화염 속에서 불타고 아버지는 행방불명, 어머니는 산속의 외딴 길가에서 죽었고, 어린 ‘소마’는 그렇게 집도, 부모도 없이 산속을 헤매게 되면서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첫 부분의 이 부분만 읽으면, 단순하게 소설의 진행사항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은 그렇게 고난과 불행을 이겨내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을 찾아 복수라는 것을 하면서 소설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속의 주인공인 ‘소마’는 어려움에 부딫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신의 내면에 깃든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서 어떻게 나아갈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인 ‘채사장’은 소마에게 깃든 다양한 내면의 세계를 통해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고, 인간의 의식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상념을 통해서 인간을 재발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채사장’ 이 소설 속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 인터뷰 기사에서도 알 수 있다.

 

여섯 권의 인문학 책을 출간하고, 첫번째 소설을 준비하며, 때로는 사실보다 허구가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알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는지, 인문학을 쓰며 나는 인간을 알게 되었고,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랑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그래서일까, 이 소설에서는 많은 인문학 책을 쓰면서 멈춤이 아닌 진행형의 형태로 주인공인 ‘소마’를 앞세워 수많은 고통과 역경을 가지고 생을 마감할 때 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면서 인간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복잡하게 풀어쓴다면, 한 인간의 기나긴 삶의 여정을 관통하고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며 풀어지고 다시 갈등하는 식의 이야기 전개는 여느 소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주인공인 ‘소마’를 통해서 깊이감 있는 인문학적 소견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결국 소설의 후반부에서 ‘소마’의 결말을 읽어 내려갈 때는 나도 알 수 없는 먹먹한 무게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결말 속에서 내면에 자리한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소마에게 다시 한번 얘기한다. “다시 한번의 삶을 원하느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소마는 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삶 속에서 이처럼 행복한 적인 없었던 것이었고, 소마는 행복한 지금을 원하게 된다.

 

이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세상을 호령하며 살다가도 방치된 노인, 스스로를 다그치며 채찍질하며 살아가는 여자,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욕심으로 인해 죽움을 앞당기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 속에서 자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희로애락을 보여주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탐욕과 오해와 시기, 그리고 집착이 주는 의미를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서 인간이 스스로 황폐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인물들 틈에서 ‘소마’의 삶은 송두리째 짋발히며, 마지막 순간까지 태풍처럼 요동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인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삶 속에 버려두었던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며, 우리 스스로에게 잊혀졌을지도 모를 아픔을 이야기한다.

 

위에서 구구절절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결국 이 소설의 주된 의미는 ‘나’ 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는 얘기했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지,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되세김질하며,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를 찾아가는 부분이 후반부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소마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를 말을 할 수 없지만, 말을 하고 깊은 내면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지만 듣게 된다. 비로소 자신 스스로를 알게 되는 순간에 이야기는 마무리되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진지함을 잃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순간순간 옅은 미소를 짖게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야기는 진지하고, 무거움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부분이라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여느 소설 속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지만, 긴장감을 느끼고, 극의 흐름상 변곡점이 몇 가지 등장하여 지루함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다고 재미있게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극 속에서 소마의 청년기부터는 서사적인 내용도 펼쳐져서 다양한 볼거리를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기억되는 한 문장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위 내용은 결말부에 소마가 죽어 가면서 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는 대화 속의 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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