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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성석재, '투명인간'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평범한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보이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슬픔과 한국 현대사의 그늘과 사회적 소외를 그려낸 소설

by kimdirector· 2026. 6. 8. 08:03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지만 끝내 누구에게도 제대로 기억되지 못한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보이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슬픔과 한국 사회의 그늘을 그린 소설로 유머와 비애를 함께 담아내며, “우리는 누구를 보며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투명인간

 

성석재

창비 · 2014.06.27 · 한국소설

 

2026.05.D13 ~ 05.22 · 12시간 46분

 

 

 

 

 

일반적으로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은 존재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소설 속의 설정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 속에서 보이는 투명인간이라는 존재는 전혀 다른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 현대 사회 속에서 존재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 소설을 마주했을 때,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많이 있다. 가족과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지만, 정작 누구도 투명인간이라는 존재들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배려를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존재들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외면을 하거나 없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필요한 존재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노동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경비원, 간병인, 평범한 직장인들, 그들은 사회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 그런 면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만수는 그런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가족으로부터, 직장 속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아무런 존재감 없이 그저 홀로 외로운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투명인간’ 속에 등장하는 김만수의 삶을 따라가면서 알 수 있는 현대사의 굴곡과 평범하고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개인의 희생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만수라는 인물을 따라가면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장황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김만수라는 인물을 통해서 비치는 사회의 모습은 그저 배경에 불과한 정도이다. 그의 가족사는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 세대의 집안은 만석지기 집안으로 할아버지는 마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지만, 서울로 유학을 간 김만수의 아버지는 감옥에 가서 뒷바라지를 하며 가산을 탕진하게 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도움을 받아 온 사람들이 외면을 하고 오히려 돈을 갚으라며 소란을 일으킨다. 할 수 없이 가족들은 마을을 떠나 산속 깊은 외딴 마을에 몸을 은신하며 정착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때부터 소설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의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지, 그리고 형과 누나, 그리고 세 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가난하고 평범한 가장으로 생활력은 강하지만 가족을 풍족하게 먹여 살릴 만큼에 능력은 없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가족들은 늘 생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아버지는 만수에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다. 만수의 어머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어머니상이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가난 속에서도 가족을 돌보며, 살아가는 인물로 만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형은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로 인해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기지만 형 또한, 가족과 동생들을 위해 헌신적 희생을 감내하지만, 월남전에 참전하고 고엽제 중독으로 베트남에서 세상을 등지게 된다. 만수는 형이 감당하지 못하는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이로 인해 만수의 삶이 가족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리고 하나뿐인 누나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장애를 입게 되고, 만수는 그런 누나를 끝까지 돌보며 살아가게 된다. 때문에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더욱 부각하게 되게 된다. 그리고 동생들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만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동생들의 문제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늘 도움을 주려 한다. 이러한 만수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가족이 가지는 의미는 조금은 남다른 것일 듯하다. 만수의 가족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평범한 서민을 보여주고 있지만, 범위를 넓혀 보면 가난, 전쟁의 상처, 산업화,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 그리고 희생이 대물림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만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 욕망을 뒤로하고 살아가고, 가족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 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만수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재능도, 뛰어난 외모도 없는 평범한 아이로 성장해 간다. 그의 가족은 한국 전쟁의 상처와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서민 가정이다. 부모는 먹고사는 일에 바쁘고, 형제자매들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만수는 어린 시절부터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자기 몫을 주장하기보다 양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착한 아이로 기억하지만, 정작 누구도 만수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렇게 성장하며 성인이 된 만수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하게 되고, 산업화가 한창 진행하던 시기의 노동 현장에서의 노동은 위험과 열악했지만, 그는 늘 성실했고, 열심히 일 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노동자로 승진을 위해 동료를 밀어내지도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다. 만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자신의 삶보다는 상대방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 탓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표현하지 못한다. 만수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고, 자신의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 극격한 사회의 변화로 인해 경제는 성장하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공동체의 힘은 약해지게 된다. 사주가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투자로 인해 회사는 어려움을 겪게 되고, 구조조정과 해고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때도 만수는 자신이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조직과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파산하여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사유재산 불법 점유와 불법 점거 농성으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처하게 된다. 세상은 그런 희생을 기억하지 않는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만수의 희생과 헌신에 고마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직장에서도 성실함은 인정받기보다는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이웃들 역시 만수가 베푼 도움은 쉽게 잊히고 필요할 때만 그를 찾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만수는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쳐간다. 그렇게 오랫동안 쌓아 온 모든 책임과 희생은 그를 조금씩 무너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역할과 해야 할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갈 뿐이다. 이러한 것들을 소설 속에서는 만수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지 않는다. 그의 가족과 직장 동료, 친구를 통해서 그리고 이웃을 통해 그들이 기억하는 만수를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만수를 그저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무두가 만수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정작 만수 자신이 어떤 행복을 누렸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모른다는 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만수는 사회 속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게 된다. 항상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았지만, 자신은 누구의 중심에도 있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지만,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 간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소설의 제목이 ‘투명인간’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만수는 실제로 몸이 투명해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평생 헌신했지만, 그 헌신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점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간다. 작가 성석재는 만수를 통해 평범한 가장, 노동자, 서민들의 삶을 투영하며 우리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잊히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투명인간’의 결말은 단순하게 한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 성석재는 김만수라는 인물을 통해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삶이 있지 않는지, 또는 평생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을 우리는 과연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지를 되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지 생각해 본다. 김만수는 특별한 영웅도 아니고 비극적 악인도 아니다. 만수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원, 택배기사 등 수많은 만수가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깨끗한 거리를 활보하거나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가 성석재는 그런 평범한 삶을 통해서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존재들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낸 소설일 듯하다.

 

 

 

인성적인 문장

 

이제 나는 고향이며 가족처럼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족쇄에 속박되지 않을 것이다. 우연과 운명, 내가 만들지 않은 신념 따위는 거부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한정된 자원이라는 생존조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의 몫을 내가 빼앗기 위해서는 배신, 속임수, 회유나 설득을 위한 정치기술을 사용하고 폭력이나 살인 같은 범죄조차 불사해야 한다

 

우리는 천사나 악마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냥 인간이다.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고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것처럼.

 

투명인간이 되는 건 자연적인 현상일 뿐 이해(利害)와 선악이 없다. 그러니 투명인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착하고 나쁜 부류로 나뉘어서 싸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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