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나쓰메 소세키, ‘그 후’ 안락한 삶 속에서 현실을 미루던 무기력한 고학력 지식인 남자가 사랑과 책임 앞에서 더 이상 도피할 수 없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by kimdirector· 2026. 3. 23. 08:03
주인공 다이스케는 무기력한 고학력 지식인으로 아버지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사회적 책임과 결혼을 회피하며 살아가다가, 친구의 아내가 된 옛사랑을 다시 만나면서 가족, 사회, 물질적 기반을 모두 잃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근대 일본 사회의 모순과 진정한 자아의 충돌을 그린 소설



 

 

 

 

 

그 후

それから, 1909

 

나쓰메 소세키

역 김영식 · 문예출판사 · 2019.04.20 · 일본소설

 

2026.03.10 ~ 03.19 · 9시간 6분

 

 

 

 

 

 

내가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를 읽게 되었다. ‘그 후’는 1909녀 6월부터 10월까지 도쿄 아사히신문과 오사카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던 연작 소설이기도 하고, 다음 해 1월에 순요도서점에서 간행된 소설이다. 또한, 그의 삼부작 소설 중에서 두 번째 소설에 해당된다. 삼부작은 그의 초기 작품 중에서 첫 번째 소설, ‘산시로’, 두 번째 ‘그 후’, 세 번째가 ‘문’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로 기억된다. 삼부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가지는 의미는 다른 소설이지만 근대 인간의 내면과 윤리적 갈등을 단계적으로 탐구하는 하나의 연속된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나열한 세 가지 소설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랑과 윤리, 그리고 고독과 소외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데, ‘산시로’와 ‘문’은 아직 읽기 전이라 뭐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적어도 위에서 얘기한 공통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소설이 ‘그 후’라고 해도 사실일 듯하다. 나중에 나머지 두 권의 소설 모두 읽었을 때 종합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일단 ‘그 후’를 읽으면서 가졌던 느낌이나 감정을 얘기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후’의 주요 등장인물인 다이스케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자유만 추구하는 인물이다. 근대 일본의 지식인으로 볼 수 있고, 경제적으로는 아버지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취직과 결혼을 원하지 않으며 거부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과거에 사랑했던 여인 ‘미치요’라는 결혼한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미치요의 남편인 ‘히라오카’는 다이스케의 절친으로 지방 도시에서 도쿄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미치요를 자주 만나게 된다. 히라오카의 경제적 어려움을 다이스케가 도와주게 되며 히라오카의 집을 자주 찾아가게 된다. 사실 과거에 미치요를 히라오카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다이스케라는 점도 얘기하고 있다. 히라오카와 미치요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으며, 히라오카는 가정에 불성실하게 대처하며 서서히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에 다이스케는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게 되면서 미치요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미치요도 그런 다이스케에게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다이스케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단절을 요구받게 된다. 다이스케는 경제적인 독립을 요구받게 되면서 불안과 긴장 속에서 소설은 마무리하게 된다.

 

다이스케가 사랑한 여인, 미치요는 다이스케의 소개로 만난 히라오카와 결혼하고 살아가게 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서 다이스케의 경제적 도움을 받게 되고 그런 미치요을 바라보는 다이스케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미치요는 당시 일본의 여성상을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억압된 결혼 생활 속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그저 남편만 바라보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치요의 남편, 히라오카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두고 도쿄로 이사를 오지만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지만, 어렵게 잡은 직장인 신문사에 들어가게 되지만, 가정을 돌보지 않는 인물로 근대 일본 사회의 경쟁 구조 속에서 좌절하며 살아가는 인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이스케의 아버지는 군인 출신으로 은퇴 후 고향에서 큰돈을 벌며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직장이나 결혼을 하지 않는 다이스케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당시 일본 귀족들의 권위주의와 가부장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다이스케는 사회적인 성공이라 할 수 있는 직업과 결혼을 거부하지만, 결국 그런 사회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미치요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이 세운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했을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아버지의 부에 의존하고 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미치요를 만나면서 그리고 그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자신이 세운 신념은 물거품처럼 꺼져버린다. 다이스케가 유부녀인 미치요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고 다이스케는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에서 헤매게 된다. 그리고 친구 히라오카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당시 일본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윤리적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고 볼 수 있겠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케와 연을 끊음으로써 반윤리적이고 반도덕적인 면을 가문의 수치로 여겨 지우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근대화된 사회 분위기를 소설 속에 읽을 수 있는데, 특히 다이스케의 상황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개인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동시에 고립이나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살아가던 상황은 지속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인간은 어떠한 순간이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에서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몇 가지가 있다. 외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변화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이스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다 보니 그의 사색을 통한 찰학적 의미와 자기 합리화에 중점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행동을 통한 이야기보다는 생각하고 사색하는 서사적 구조를 보이는 것도 나름대로 근대 일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인의 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것들에 사회적인 책임도 따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이스케는 아버지의 경제적 기반이 있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점은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맞닿아 있는 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취업을 하지 않고, 또는 못하는 상태가 그럴 것이다. 특히, 부모님의 경제력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선택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일하지 않는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이스케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지만, 스스로에게는 정신적으로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부모의 지원 속에서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삶의 추구가 말하는 것은 경제적 독립 없이 진정한 자기 결정과 선택이 가능한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질적 기반과 선택의 자유는 분리되기 어렵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자유는 결국 제한적이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서 ‘그 후’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 본다면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선택과 그 결과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요. 미루는 것도 선택이다. 그리고 연애를 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고 결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어떠한 방향을 만들어 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도 본인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습관은 결국 더 큰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상적인 문장

 

자네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야. 바꿔 말하자면 의지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람이지. 의지가 없다는 것은 거짓이야. 자네도 인간인걸. 그 증거로 자네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나는 내 의지를 현실사회에 작동시켜 현실사회가 내 의지로 인해 얼마큼이라도 내 생각대로 되었다는 확증을 얻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네

<그 후-8 다이스케와 히라오카가 술집에서 나누는 대화 중에서>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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