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김애란, ‘바깥은 여름’ 예기치 못한 상실 이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린 소설집

by kimdirector· 2026. 6. 29. 08:04
담고 있는 단편집들은 작품들은 가족의 죽음, 이별, 사고, 관계의 단절 등 다양한 상실을 다루며, 개인이 슬픔을 견디고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현실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목인 ‘바깥은 여름’은 인물들의 내면에는 차가운 슬픔이 남아 있지만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는 대비를 상징하는 소설이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  2017-06-28  ·  한국소설

 

2026.06.05 ~ 06.11 · 05시간 15분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원래 김애란 작가는 알고 있었고, 읽고자 했던 소설은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는데, 이 소설이 먼저 눈에 들어온 탓에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에 느껴지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냥 유쾌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7편의 단편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편에 여운을 남기는 것들이 많았다. 소설의 제목이 말해 주듯 바깥은 여름이지만 내 마음은 아직 겨울인 듯한 인상이 짙게 남아 있거나 아니면 한 여름에 오는 장마철에 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한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그렇게 깊은 사색을 하게 되는 감정은 속일 수 없을 듯하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읽기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읽으면 한 컷 감정이 실릴 것 같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7편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두 발을 딛고 서 지만 서있기 조차 힘들 만큼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김애란 작가는 따뜻한 온기의 온도 차를 과장된 몸짓이나 표정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지극히 덤덤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에 담고 있는 주된 내용은 죽음이나 이별 뒤에 오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다. 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누군가를 잃고, 관계를 잃고,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를 잃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눈물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텅 빈 식탁, 문득 울리는 전화벨, 평범한 하루의 풍경 속에서 느껴질 법한 상실의 무게를 느끼게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기억들과 슬픔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로지 사건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격정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일상을 쫓으며 진행하는 스토리 전체적으로 작가의 섬세한 필체를 잘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처음 김애란 작가의 책을 접해서 그런 것들이 더욱 짙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모두 7편의 단편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좋을 것 같다.

 

“입동”

힘들게 집을 마련한 젊은 부부가 어린이집 통학버스 차량에 치어 어린 아들 준성을 잃은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식탁 주변을 청소하다 벽지에서 아이의 흔적을 우연히 발견하고 부부는 눈물을 흘린다. 이 부부를 위로하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지겨워하고 따돌리는 주변 이웃들의 차갑고 냉랭한 시선이 대비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부부를 보면서 코를 찡긋했다. 개인의 비극을 소비하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태도, 그리고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지독한 슬픔을 담은 단편이라고 하고 싶다.

 

“노찬성과 애반”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어린 소년 ‘찬성’과 유기견 에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할머니는 휴게소에서 음식을 팔고 있고, 찬성은 휴게소를 갔다가 우연히 유기견 애반을 만나게 되고, 찬성과 애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암에 걸려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애반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찬성은 전단지를 붙이며 열심히 돈을 모아서 편안한 안락사를 시키려 한다. 하지만 찬성은 돈이 모이자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는 등 애반의 안락사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결국 애반은 스스로 로드킬을 당하 듯 차도로 뛰어들게 된다. 어린 소년이 마주해야 할 죄책감의 무게와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어린 소년의 이기심이 만든 비극이 아날까 생각해 본다. 어린 나이에 눈앞에 보이는 달콤함은 다른 것들을 모두 잊게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건너편”

오랜 기간을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온 커플의 이야기다. 여자인 도희는 경찰 공무원에 합격하지만, 남자 친구인 이수는 여전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수는 공무원이 된 도희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한다. 시간을 지나서 두 사람 사이에서 있을 법한 경제적으로, 심리적인 시각차를 느끼게 된다. 결국 둘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별을 하게 된다. 오랜 연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의 변화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침묵의 미래”

다른 단편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세계에 마지막 남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우화적인 단편으로 볼 수 있다.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세계와 문화도 함께 소멸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언어의 소멸이 가져오는 다양한 것들이 사라져 가는 존재의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풍경의 쓸모”

대학 시간 강사인 ‘정우’는 교수 임용을 바라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 어느 날 지도교수의 음주운전 사고를 대신 뒤집어써야 하는 위기에 처하고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겪었던 운전 연수 중의 사고 기억과 겹치며 자신이 처한 비참한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속물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무너지는 개인의 자존감과 씁쓸한 선택에 대한 짧은 단상으로 허무함을 드러내고 있다.

 

“가리는 손”

십 대 아들 ‘재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들 재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우연히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아들과 같은 또래의 청소년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아들 재이가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고스란히 CCTV에 담긴 재이의 모습에 당황한다. 영상 속에 비친 아들 재이의 모습에서 엄마는 아들 재이에게 믿음을 보여주지만, 깊은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디로 가소 싶으신가요”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남편을 둔 여자 ‘명지’의 이야기이다. 명지는 슬픔을 피해 사촌 언니가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떠나지만, 그곳에서도 남편을 잊지 못하고 더 아픈 과거 속에서 남편을 기억해 낸다. 나중에서야 살아남은 제자의 누나로부터 편지를 받고, 비로소 남편의 마지막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는 상실 이후의 애도하는 과정과 남편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남겨져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은 단편이다.

 

7편의 단편에 담긴 가장 큰 흐름은 상실과 이해에 관한 것들이다. 어린아이를 잃은 부부는 아이의 이름이 적힌 벽지를 보내 무너져 내린다. 진심으로 위로하던 이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그만하지”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유통기한이 얼마나 짧은지 보여 준다. 인간의 한계는 이기적인 이웃들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착하고 순수하게 보이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내 것처럼 책임질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하고 공감하려 애써도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바깥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를 구하려고 죽은 남편을 원망하던 여자는 살아남은 제자 역시 평생을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임을 알게 된다. 남편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를 알고, 남편의 선택을, 그리고 남편이 구한 아이의 삶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바깥은 여름’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당신의 바깥은 여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겨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또는 당신의 마음속은 겨울일지언정 눈부신 바깥의 여름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단편집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쉽게 공감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반성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는 그저 슬퍼하는 이의 곁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분임을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어떠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한다 해도 그 슬픔을 안고 있는 이에게는 그저 동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타인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게 만드는 서글픈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넘긴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는 문장이 있다. 비록 세상은 여전히 눈부신 여름일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아직 기나 긴 겨울이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때로는 그 겨울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바깥은 여름’을 통해서 깊이 있는 통찰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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