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정치·경제·군사적 경쟁 무대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주를 누가 선점하고 지배하느냐가 지구에서의 패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구에서 좋은 땅을 차지하고 자원을 확보하며 중요한 해협과 항로를 장악하기 위해 오랫동안 경쟁해 왔다. 그런데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주에는 국경선이 없지만 모든 공간의 가치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상 약 160~2,000킬로미터에 위치한 저궤도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자리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리의 힘 3
The Future of Geography
팀 마샬
역 윤영호 · 사이출판사 · 2025.04.20 · 정치/외교/사회
2026.09.10 ~ 09.21 · 10시간 15분
팀 마샬의 『지리의 힘』 시리즈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정치와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지리’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국가의 지도자가 아무리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산맥과 바다, 강과 사막, 자원과 기후 같은 지리적 조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지리의 힘 1』과 『지리의 힘 2』가 세계 주요 국가와 분쟁 지역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었다면, 『지리의 힘 3』은 조금 뜻밖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머리 위의 ‘우주’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지리의 힘’이라는 제목과 우주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지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국경이나 영토, 산맥, 바다 같은 것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팀 마샬이 왜 세 번째 무대로 우주를 선택했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주에서도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이동 경로를 장악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다고 해서 지정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의 무대가 지구 밖으로 확장되는 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의 힘 3』은 우주과학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앞으로 세계의 정치와 경제, 군사적 패권이 어디에서 충돌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정학 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고, 팀 마샬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새로운 영토, 우주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우주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NASA는 해발 약 80킬로미터, 국제항공연맹은 약 100킬로미터 상공부터 우주가 시작된다고 정의한다. 팀 마샬의 표현처럼 시속 100킬로미터로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불과 한 시간 만에 우주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실제 우주비행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지만, 이 비유는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놓는다고 볼 수 있겠다. 막연하게 아주 먼 세계라고 생각했던 우주가 사실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 일상생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고,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국제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며, 군대가 미사일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까지 수많은 활동이 인공위성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우주는 더 이상 과학자나 우주 비행사들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우주에 문제가 발생하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이 지점에서 팀 마샬은 우주를 상당히 현실적인 표현으로 설명한다. 우주는 21세기의 새로운 ‘부동산’이다. 처음에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상당히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저궤도에서 달까지, 우주에도 ‘좋은 자리’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구에서 모든 땅의 가치가 똑같지 않듯 우주 역시 모든 공간의 가치가 동일하지 않다. 특히 지상 약 160~2,000킬로미터의 저궤도는 중요한 전략적 공간이다. 지구와 가까워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고 수많은 인공위성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팀 마샬은 저궤도를 수에즈 운하나 호르무즈 해협 같은 지상의 전략적 요충지에 비유한다. 이 비유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바다의 항로를 지배하는 국가가 무역과 군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앞으로는 우주의 길목을 누가 장악하는가가 새로운 패권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궤도에는 GPS와 같은 위성항법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고, 더 높은 궤도에는 통신과 기상관측, 군사적 목적의 위성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먼 곳에는 달이 있다. 달 역시 이제 단순히 인간이 깃발을 꽂고 돌아오는 상징적인 장소가 아니다. 물과 산소를 비롯한 여러 자원과 희토류,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헬륨-3 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달에 거점을 확보하면 그곳을 발판으로 더 먼 우주로 진출할 가능성도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그곳에 도착하느냐만이 아니다. 누가 먼저 자리를 잡고,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며, 앞으로 다른 국가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만드는가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과거 해양을 지배한 국가가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미래에는 우주의 주요 거점을 선점한 국가가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인지 책에 소개된 에브렛 돌먼의 말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저궤도를 지배하는 자가 지구 근처 우주를 호령한다. 지구 근처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지구를 지배한다. 지구를 지배하는 자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조금 과격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지리의 힘 3』의 핵심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새로운 우주 패권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책의 중심에는 역시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세 우주강국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 나라가 모두 강대국이지만 우주에서 처한 상황과 방향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주강국이지만 중국의 빠른 성장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의 경쟁자가 소련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미국 우주개발의 특징은 NASA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국가와 기업이 함께 우주로 진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의 막대한 예산으로만 가능했던 우주개발이 민간산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면 중국의 성장세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인공위성 발사에서 유인우주비행, 달 뒷면 착륙,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까지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게 우주개발은 과학기술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력을 하나로 결합하는 국가전략에 가깝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 역시 미국의 우주 역량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강대국의 패권경쟁이 그대로 우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상황은 두 나라와 다르다. 한때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최초의 인간을 우주로 보내며 미국보다 앞서나갔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는 과거의 명성과 비교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자금과 기술, 국제협력의 한계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따라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우주에서도 국가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볼 수 있겠다. 지구에서의 패권과 동맹, 갈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우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반가움과 아쉬움은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물론 강대국과의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우주 신흥국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지만 말이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한국이 독립적인 하나의 우주국가로 언급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한국은 2022년 달 탐사선 다누리를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우주국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산업 기반을 가진 국가라는 점도 분명한 강점아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팀 마샬은 동시에 한국이 가진 한계도 지적한다.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을 통해 발사됐다는 사실처럼 우주개발의 모든 영역에서 완전한 독자 역량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IT 같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가지만 우주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는 아직 후발주자에 가깝다. 앞으로 우주산업이 경제와 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면 독자적인 발사체와 위성, 통신망,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단순한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바로 옆에는 북한이 있다. 책은 북한의 고체연료 ICBM 기술도 함께 다룬다. 남북한의 우주기술은 목적과 방향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역시 앞으로 우주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리의 힘』이라는 제목이 다시 떠올랐다. 우주로 올라가도 결국 우리는 한반도라는 지리적 조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이다. 우주에 가도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 점은 『지리의 힘 3』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인류에게 우주는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이자 탐험과 과학적 진보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실제로 그곳에 진출하기 시작하자 지구에서 반복해 왔던 행동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좋은 위치를 먼저 차지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군사적 우위를 만들고, 경쟁국의 접근을 막으려 한다. 과거에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고 바다와 항로를 지배하기 위해 경쟁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석유와 자원을 놓고 충돌했다. 그리고 이제 그 경쟁의 무대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장소만 달라졌을 뿐 인간의 경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주의 군사화다. 현대의 군사작전은 통신과 정찰, 위치정보 등에서 위성에 크게 의존한다. 그렇다면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상대국의 위성은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할 전략적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이 최초의 본격적인 우주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보여주는 부분도 단순한 공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를 통제할 국제적인 제도적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우주가 인류 모두의 공유 공간이라는 이상과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위를 차지하려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우주로 가느냐만큼이나 우주에서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지리의 힘 1』과 『지리의 힘 2』를 거쳐 『지리의 힘 3』까지 읽고 나니 이 책은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처음에는 산맥과 강, 바다와 국경을 통해 국가의 운명을 설명했다.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더니 세 번째 책에서는 마침내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말하는 ‘지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도의 개념보다 훨씬 넓다. 인간이 활동하고 경쟁하는 공간이 존재하는 한 그곳에는 지리가 생기고, 지리가 존재하는 순간 정치와 경제 그리고 권력의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리의 힘 3』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이다. 특히 이 책은 우주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인공위성과 GPS, 통신과 금융, 기상관측과 군사안보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미 우주에 상당 부분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벌어질 우주경쟁의 결과는 우주 비행사나 과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리의 힘 3』은 그런 의미에서 우주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지구에 사는 인간에 관한 책이었다.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도 경쟁하고, 동맹을 만들고, 좋은 위치와 자원을 차지하려 한다. 지상의 역사가 우주에서도 되풀이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규칙과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 읽고 나니 한 가지 엉뚱한 궁금증도 생겼다. 만약 『지리의 힘 4』가 나온다면 팀 마샬은 이제 어디를 바라볼까. 1편과 2편을 통해 지구 곳곳을 돌아다닌 뒤 3편에서는 우주까지 올라가 버렸다. 시리즈의 완결 편이라고 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시야가 확장되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음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을 ‘지리’라는 관점으로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결국 『지리의 힘 3』은 단순히 “앞으로 우주개발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에서 수천 년 동안 반복해 온 영토와 자원, 패권을 둘러싼 인간의 경쟁이 이제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구의 지리가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우주의 지리까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지리의 힘 3』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인류는 우주에서도 지구에서와 같은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