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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나무' 베르베르만의 독창적인 위트를 느낄 수 있는 소설

kimdirector 2021. 3. 19. 10:49 

 

 

 

 

나무

L'Arbre des possibles

저 베르나르 베르베르 / 그림 뫼비우스 / 역 이세욱 / 열린책들

2008년 03월 10일 / 프랑스소설

 

 

 

 

 


 

 

 

 

 

 

나에게는 오랫동안 킵해둔 소설이나 서적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유는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항상 신간 서적이 등장하기 때문에 수시로 책 쇼핑을 해서 책을 일단 보유해 놓고 보자는 식이고, 그렇게 신간 서적들 때문에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책들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고 만다. 《나무》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묻혀 두었던 책 중에 하나이고 마침내 읽게 되었다. 예전에 '호모콘피누스'라는 소설의 리뷰에서 잠깐 언급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 언제나 이 작가의 소설들을 접하게 되면 일단 호기심이 생기게 되고, 언제 읽어도 반드시 읽어야 되는 소설로 분류하고 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읽어도 변함없는 베르베르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소설일 수밖에 없지 않나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는 총 18가지의 단편으로 엮어진 소설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각의 다른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서 집중력을 발휘하여 읽지 않으면 주제의식이 결여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신경 쓰며 읽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사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하고 해도 한 권의 책 속에 18가지의 다른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단편을 읽는다는 것이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18편 모두 재미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식상한 소재도 있을 수 있고,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내용도 있고,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또는 본 듯한 내용의 단편도 있다. 《나무》도 그렇다. 식상함, 익숙함, 신선함, 독특함 등의 감정적 느낌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식의 유머러스한 풍자 글도 함께 볼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 감히 소개하고 싶다. 안 읽어 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의 서두에 이런 말을 한다. 모두 일상생활에서 관찰하거나, 가볍게 얘기한 주제에서 소재를 찾아내려 했다고 했다. 그리고 장편 소설을 쓸 때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머리를 식힐 겸 짧게 글을 썼다고 했다. 천상 글쟁이다운 멘트 아닌가. 일반적인 경우라면 어느 한곳에 집중적으로 일을 완료하고 나면 되례 다른 일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그렇다. 그게 더 본래의 일에 다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히려 더욱 글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시 작가가 천성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18가지 단편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 콕 집어서 소개하기란 매우 어려울 듯하다. 단편들 모두 각각의 독특함과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어서 어떤 단편을 소개해도 이상할 부분이 전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몇 가지 개인적으로 독특한 소재의 단편을 소개해야 할 것 같아서 세 가지 정도만 추려 본다. 첫 번째 소개할 단편은 책 속의 세 번째 이야기로 '황혼의 반란'이다. 이 단편은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사회는 더 이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발표하게 된다. 젊은이들은 더이상 노인을 부양하지 않으려 하며, 국가에서도 아무도 노인들을 돌봐주지 않게 된다. 오히려 국가는 노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려 들지만 몇 명의 노인들이 탈출하여, 산속에 숨어들게 되며, 입소문이 퍼지며 더 많은 노인들이 함께 하며, 결국 국가와 대결을 하게 된다. 이는 정치적 갈등이 아닌, 이념적 갈등도, 흑백 논리도 아닌 단순한 노인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결국 국가와 혁명적인 전쟁이 국가와 노인에 의해서 벌어진다는 얘기이다. 현재 우리나라뿐이 아닌 전 세계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청년들은 줄고 고령화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를 소재로 활용한 것으로 앞으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을 풍자한 내용일 것이다.

또한 두 번째 소개할 단편은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라는 단편이다. 이 단편은 외계인의 시각에서 지구의 인간을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으로 인간을 잘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만의 독특하고 위트 있는 문체를 확인할 수 있는 단편이라 생각되고, 이 단편 또한, 풍자적인 해학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인류가 애완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단편에서는 '수의 비밀'이라는 단편인데, 1+1=2, 4+4=8, 8+9=... 이런 수의 개념에 대한 것으로 고대의 사람들에게는 15까지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며, 숫자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 계급과 계층이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주인공인 뱅상은 더 큰 숫자를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667700996'이라는 숫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숫자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동물처럼 보이게 될 것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엄청난 비밀이 넘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소재이다. 이 단편은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 숫자에 대한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게 기억이 나서 나에게는 조금 익숙함과 식상함이 느껴지는 단편이다.

《나무》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각각의 단편에는 모두 결말이 없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결론 없이 마무리되는 열린 결말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묘한 습관이 생기게 되는 상태에 빠져 버린다. 결국 스스로에게 결론을 내고 나서야 다음 단편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왠지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위에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는 단편들도 그런 분류 중에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위에서 소개되지 않는 단편들도 그런 식으로 마무리되어 열린 결말을 통한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그리고, 《나무》 에는 여러 단편 중에서 장편 소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은 듯하다. 바로 마지막 단편으로 '어린 신들의 학교'라는 단편인데, 이는 '신'이라는 장편소설의 기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다. '신'이라는 소설은 신이 되기 위한 사관학교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인류를 키우는 소재로 《나무》에서는 그 시초가 되는 단편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어 소개해 본다. 바로 몇 해 전에 '신'을 읽었던 나로서는 그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기에 위에서 언급한 '익숙함'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을 읽어 본 사람들은 각각의 소재가 겹치는 부분들로 인해 전작을 읽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는 순서가 정해져 있을 정도이다. 구글링 하면 많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이며, 나름대로 재미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아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모두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읽어 볼 심산이다. 어찌 되었든, 《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본 소설 중에 하나이며,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작가인 것은 맞는 듯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라 생각된다. 《나무》라는 소설도 막연하게 어떤 소설인지 몰라도 작가를 익히 알고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소설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읽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시각이 맞을지 모른다. 단편이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금방 완독 할 수 있을 정도라도 말하고 싶다. 또한 각 단편 속에는 일러스트 이미지들을 볼 수 있는데, 일러스트 이미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단편들마다의 개성을 잘 살려서 그린 그림으로 보이는데, 단편들의 내용을 함축적 언어를 사용하여 인용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2008년에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고, 12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리고 보기에 현재와 조금은 닮은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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