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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인간실격' 인간이 스스로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kimdirector 2021. 3. 31. 10:27 

 

 

 

 

인간실격

人間失格

 

저 다자이 오사무 / 역 김춘미 / 민음사 / 2004년 05월 15일 / 일본소설

세계문학전집 103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느긋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100%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전체적인 스토리를 완성하여 하나의 소설을 만들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성인이 되어 친구를 만나고, 여자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 속에 펼쳐 놓음으로써 자신의 어두웠던 이야기와 철저하고 처참하게 스스로 무너져 가는 자신의 과거 속의 과오를 느긋하고 담담하게 풀어놓고 있다.

 

먼저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해서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는 너무나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성향이 너무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격 자체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며, 그냥 일반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아닌 사람인 것이다. 성격은 소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자신이 익살스럽거나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로  비치기 좋아하면서 , 싫은 내색이나 큰 소리 한번 내는 것을 싫어하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에는 학교 선생님의 눈에도 자신이 장난꾸러기처럼 비치기를 원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행복한 모습을 보면 스스로에게 대견하게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뭔가 이상하게, 또는 독특하게 보이면서 읽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극히 평범한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어떤 부분에서는 이상하다.라는 생각들이 오락가락할 때가 있다.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실격》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 자체가 조금은 무겁게, 또는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자신이 타인으로 하여금 무너져 가는 부분도 있고, 자신의 성향으로 스스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처절하리 만큼 소설 속에서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어찌 보면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소설의 의미는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적 실패를 의미한다고 본인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자살을 다섯 번이나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의 실패...,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살은 그 어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여기에서 논할 문제는 아닌 듯하여 지나간다. '요조'는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벽을 쌓고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서 스스로를 삶의 의미를 포기했다고 하였다.

 

너무 진지하게 읽어 볼 요량도 없이 그냥저냥 혹 지나가 버렸다고 해야 할까... 암튼 이 소설은 비교적 짧은 내용을 작가의 1인칭 시점에서 일기를 쓰는 듯한, 아니면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작가의 자전적인 줄거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는 듯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요조'라는 인물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또는 인간이라는 어려운 주제의식과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 대한 위선적인 태도가 모두 주인공인 '요조'라는 인물을 통해서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그리고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게 지나간다는 것. '요조'라는 인물이 주는 의미는 아마 본인도 속으면서 속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인은 사람들을 속이고 세상은 본인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인간실격》은 주인공인 '요조'의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노출하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과 자신 주변의 이야기만 풀어가면서 '요조'만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인 셈이다. 자신의 이야기 속에는 항상 여자들이 등장하고 '요조'의 자살 시도에는 모두 여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도 조금은 남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살을 성공하기까지 모두 5번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4번까지는 실패하지만, 마지막 5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요조' 곁에 '호리키 마사오'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요조'하고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요조'를 적당히 이용하면서 무기력한 인간으로 취급하며 비난하는 인물로 '요조'의 심적, 육체적인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닮게 되지만 그와의 유대관계를 저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요조'가 그만큼 심리적, 육체적으로 많이 기대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다.

 

한 가지 충격적인 부분은 '요조'와 결혼한 18살의 요조의 단골 담배가게 아가씨 '요시코'와의 인연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관계에 있다. 한 때는 신뢰를 쌓으며, 순수했다고 생각되는 그녀가 볼품없는 장사치와 간통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다. '요조'는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만, 결국 혼자 울분을 토하며 '요시코'에게는 아무렇지 않는 듯 지내게 된다. 결국 '요시코'도 알게 되지만 그렇게 둘은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살게 되지만 '요조'는 괴로움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요조'가 살아가던 시대, 아니 '다자이 오사무'가 살아가던 시대의 암울한 시대적인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당시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의 상황이 그 시대를 살아간 일본의 젊은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좌절과 두려움을 대변하듯이 '다자이 오사무'를 시대적인 파멸자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짙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시대적으로 본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그 당시에 겪어야 했던 일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오로지 시대적인 배경이 아닌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물에 포커스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대적인 배경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소설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인 것이고 자신이 철저히 무너지는 과정을 시대적인 배경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 한 권으로 그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겠지만,  이 소설 한 권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의 느낌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이 스스로에게 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입장에서는 무섭다는 생각의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미는 것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시라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정서상으로 불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는 게 좋을 듯 한 마음이 앞선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그렇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우울하고 삶의 포기자와 같은 주인공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읽는 동안 내 마음조차 화가 난 경우도 있고, 괜히 허전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으면서 시간을 내서 읽는다면 하루면 완독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의 모습은 그리 쉽게 지나치지 못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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