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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카르마 폴리스' 의미를 찾기 보다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

kimdirector 2021. 3. 25. 10:22 

 

 

 

 

카르마 폴리스

저 홍준성 / 밀리 오리지널 / 2020.12.01(종이책/전자책 동시 출간)

한국소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아쉽지만 밀리의 서재가 아니면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다만, 밀리의 서재에서 정기 구독자에게만 종이책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책이든 그런 책이 아니든 모든 책은 모든이에게 공평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밀리의 서재에 갇혀 뭔가 특화된 서비스같은 특혜를 주는 듯 한 것이라면 좀 그렇지 않나 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되어 많이 읽혔으면 하면서도 막상 나에게는 행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있는 나로써는 이 책이 궁금하기도 해서 어떤 책인지 읽어 보기로 했다. 《카르마 폴리스》는 제한된 정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알고 있지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인지, 인터넷 상에서는 리뷰 또는 관련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조차 찾아 볼 수 없어서 많이 많이 아쉽다는 생각 뿐이다.

먼저, 《카르마 폴리스》를 통해서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홍준성'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고, 간단하게 요약을 해 보았다. '홍준성' 작가는 2015년에 등단한 작가로 전작 《열등의 계보》로 등단 당시에 상당히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은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홍준성'이라는 작가의 첫번째 소설인 《열등의 계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카르마 폴리스》는 읽어 봤기에 어떤지 알 것 같다. 다만, 이 작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인지, 또는 작가만의 사상(?) 또는 주관 등을 단 한 편의 소설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애석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은 소설이라면 좀 더 많은 의견과 정보를 알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많은 의견을 함께할 수 없었지만, 《카르마 폴리스》은 뭔가 단순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만은 아닌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단순하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는 작가가 원하는 이야기를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술술 풀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이야기, 주변 환경 등의 서술적 표현들을 보면 뭔가 그럴 듯 하거나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환타지인 듯 하면서, 아닌 것 같은 한마디로 형용이 불가능한 소설이다 라는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다. 먼저 소설 속의 장소는 연대를 알 수 없는 가상의 도시 '비뫼시'에서 가시여왕이 다스리는 한 도시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비뫼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에 이야기를 거듭하며 점점 더 큰 사건에 휘말리며 대혼란을 겪게 된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한 도서관의 천장 구석에 책벌레를 잡아 먹으며 살고 있는 작은 박쥐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시작된다. 뭔가 의미심장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읽어가면서 스토리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지만 뭔가 부족한 부분이 계속 뇌리 속에서 떨쳐지지 않았다. 이야기는 구구절절하게 풀어가고 있지만 뭔가 핵심적인, 임팩트있는 순간에는 그냥 저냥 지나가고 만다.

《카르마 폴리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으로 인정할 만한 등장인물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의 주인공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스토리는 전개한다. 그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로 이어진다. 처음 소설 속 시작은 박쥐가 등장하지만 송골매에게 죽고, 난쟁이 약재상이 죽은 박쥐를 발견하여 임신한 유리부인에게 약재로 팔고, 잠시 유리부인과 그의 남편이 등장하지만, 결국 대홍수때 죽고 만다. 유리부인은 죽기 전에 '42' 라고 부르는 박쥐를 닮은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하여 가시여왕의 아들이 되고, 가시여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 그의 아버지와 누이 동생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들도 죽게 된다. 가시여왕이 낳은 아들 또한 박쥐를 닮아 있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 지하 감옥에서 살아가고, 가시여왕이 비중있는 역할인 듯 하지만 결국 가시여왕도 죽고, 마지막에 살아 남은 자는 '42' 밖에 없게 된다. 소설 속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딱히 주인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등장인물은 박쥐를 닮은 '42'와 가시여왕이지 않나 싶다. 기사여왕도 소설의 중반을 넘어 가면서 비중있게 다루기는 하지만 뭔가 족적을 남기기에는 2% 부족한 듯한 인상을 남기고 남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살하거나, 죽임을 당하게 된다. 처음 부터 암울한 시작이 마지막까지 암울함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은 조금 낮설게 느껴지는 건 나 뿐인건지 모르겠다.

박쥐를 닮은 유리부인이 죽기 전에 낳은 아들인 '42'라는 명칭은 그 아이가 고아원에서 키워지면서 42번째 아이라는 뜻이고, 가시여왕이 낳은 아이 역시 박쥐를 닮아 있어서 뭔가 의미있는 전개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다. 또한, 대홍수로 인해 뭔가 의미있는 사건을 기대했지만, 그 역시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구슬픈 이야기로 일단락되고, 그나마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장면은 가시여왕이 왕권을 잡기 전 그의 아버지와 누이동생과의 과거 속 이야기와 가시여왕과 대립각을 세웠던 무정부주의자들과의 결탁으로 인해 극의 후반을 '비뫼시'를 대혼란에 빠뜨리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미미한 시작이 후반에는 거대한 마무리로 돋보이는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 하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카르마 폴리스》는 단순하게 어느 한 특정인을 위한 스토리는 없다. 다시 말해서 전체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특정인이 주도하여 진행하는 방식의 스토리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스토리하고 해야 하는게 맞을 듯 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전체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까지 열연을 펼친다. 단순하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아 성찰적인 의미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의미있는 전달방식은 취하지 않고 있다.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대혼란 속에서 겪어야만 했던 이야기, 가진 자와 빈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회 부조리 속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서 비정상적인 세상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역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담담하게 또는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힘겨움을 이겨내고 희망적인, 또는 유토피아적 환상은 마지막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뭔가 다르겠지, 뭔가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등장하겠지 기대했던 나를 당황스롭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으로 절망적인 순간에 그렇게 소설은 마무리되는지라 어떠한 이유와 토를 달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스토리 흐름 속에서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서 의아해 했던 부분이 없진 않다. 가고일이 등장하는 두 장면이 있다. 첫번째 등장에서는 가시여왕이 자살을 위해 창문 난간에 몸을 기대는 장면에서 가고일이 하늘을 날아 가는 장면이 있고, 두 번째 등장 부분은 대혼란 속에서 박제상을 찾는 장면이지만 뭔가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가고일은 사라젔다. 가고일의 등장씬에서는 뭔가 의미있는 반전을 기대했던 내가 아쉬움의 한 숨을 내뱉는 순간이였다. 이런 부분이 몇군데 더 등장하는데, 대홍수로 죽은 자들이 살아 나는 장면, 극 중에 희곡을 읽는 듯 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작가는 어떤 의도에서, 또는 무얼 전달하기 위해 그런 부분들을 넣었는지 알 수는 없을 듯 하다.

어찌되었든 《카르마 폴리스》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의 흐름이 불분명하여 자칫 읽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책의 전체 흐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톤을 유지하고 있어서 흐트러짐없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거기까지이지 않나 싶다. 이 소설에 대해서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애기하고 있지만, 그냥 읽을 만한 소설, 핵심없는 스토리 전개, 기억할 수 있는게 없는, 뭔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소견이다. 탄탄함과 관록이 스토리 속에서 녹아 있지 않아서 그런건진 모르겠다. 먼 훗날 '훙준성' 이라는 작가의 오래된 경력이 녹아드는 또다른 소설을 기대해 보며, 《카르마 폴리스》를 읽으며 어떤 의미를 해석하기 보다는 단순하게 그냥 읽는 재미를 느껴봤으면 한다. 등장인물 간의 묘한 관계 및 연관성도 함께 놓치지 않고 읽어 본다면 읽을만한 소설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일차적 장애인 책을 구해야 한다는데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구해서 읽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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